2025년 중국 양회…글로벌 증시서 주목받은 시진핑[한상춘의 국제경제 심층 분석]

2025. 3. 2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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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연합뉴스)

중국 양회가 끝났다. 올해는 정협(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보다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가 유난히 관심을 더 끌었다. 2022년 10월에 열렸던 20차 공산당 대회 이후 추진해 온 폐쇄적인 부양책과 달리 글로벌 추세를 고려한 개방 쪽으로 다가서는 경제정책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 중국 부동산 위기의 장기화

헝다그룹 사태에서 비롯된 중국의 부동산 위기가 공식적으로 제기된 지 올해로 6년째 접어들었다. 주가만 놓고 볼 때 단일 위기는 아무리 길어도 2년이 지나면 마무리된다. 하지만 중국의 부동산 위기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있다.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무려 1억 채를 넘어섰다. 우리 국민 한 사람당 두 채씩 줄 수 있는 물량이다.

문제는 부동산 위기가 장기화되는 주요인이 시진핑 정부의 정책 실수 때문이라는 점이다. 요즘 많이 거론되는 중립 금리를 적용해 보면 중국의 부동산 대책은 r*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하지만 r**를 낮춘 게 결정적인 실수다. 실물경제 침체 혹은 과열을 시키지 않는 r*가 금융 건전성을 훼손시키지 않는 r**보다 높을수록 부동산 위기는 악화되기 때문이다. 

모든 정책은 양면성을 갖고 있다. 정책 실패로 부동산 위기가 장기화됨에 따라 다른 시장으로 전이됐다.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증시는 최근에 올랐어도 금융위기 직전 최고치인 6300에 비해 여전히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같은 기간 중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1만 선에서 4만 선을 돌파한 것과 비교해 보면 대조적이다.

r**에 맞춘 정책금리 인하로 10년물 국채금리가 1%대 후반까지 떨어졌다. 이미 30년물 국채금리는 일본보다 하락한데 이어 10년물 국채금리도 1.5% 내외로 조만간 랑데부할 조짐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이제 막 1만 달러를 넘고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300%가 넘는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현상이다. 

국채금리와 국채 가격은 역비례 관계다. 국채금리가 1%대 후반까지 떨어졌다는 것은 국채 시장에 낀 거품이 붕괴 일보 직전까지 왔다는 의미다. ‘경제패권 다툼의 일환’이라는 명목을 걸고 있지만 미국의 국채금리가 낮아져 투자 매력도가 더 높아지는 여건 속에서도 미국 국채를 처분하는 것은 국채 거품 붕괴를 방지하는 목적이 더 강하다. 

작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기 이전까지 외국인 자금의 이탈을 방지하고 내국인 자금을 가두기 위해 ‘위안화 절상’이라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역외시장에서 달러당 7.3위안대까지 절하되는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7.0위안대로 절상시켰다. ‘포치선(1달러=7위안)이 깨지는 것은 시간문제다’라는 예상이 나올 만큼 시 정부의 위안화 절상 의지는 강했다.

특정국 통화가치 결정을 ‘머큐리(Mecury·펀더멘털)’과 마스(Mars·정책) 요인으로 나눌 때 전자가 받쳐주지 않는 위안화 절상은 반드시 환투기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당한다. 1990년대 이후 영국 파운드화 위기(1991년), 중남미 통화위기(1994년), 아시아 외환위기(1996년), 러시아 모라토리움 사태(1998년) 그리고 유로화 위기(2011년)가 그랬다. 

최대 강점인 외화까지 문제가 되면 중국은 주식, 부동산, 국채, 외환, 그리고 실물경제까지 균열이 생기는 총체적 복합위기에 빠질 확률이 높다. 작년 2분기 이후 성장률은 목표치에 미달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세계적인 투자 전문지인 배런스와 노무라경제연구소는 조만간 중국 경제성장률이 1∼2%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았다.

위기의식을 느낀 시진핑 정부는 작년 9월 24일에는 종전과 비교할 수 없는 대규모 경기·증시 부양책을 발표했다. 무엇보다 판궁성 인민은행장, 리윈쩌 국가금융감독관리 총국장, 우칭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주석 등 금융기관 3대 수장이 직접 나섰다. 중국 경제와 증시 현 상황이 심각하고 부양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동시에 암시했다.

대출우대금리(LPR),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 등 모든 정책금리뿐만 아니라 정책성 금리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내렸다. 금리 대책의 핵심은 지급준비율은 미국 중앙은행(Fed)의 피벗 추진 속도와 맞춘 점도 눈에 띈다. 금융 문제부터 푸는 폐쇄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글로벌 동향을 고려해 추진하겠다는 정책 의지를 읽을 수 있었던 대목이다.

금리인하와 함께 유동성을 대규모로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우리 돈으로 200조원에 가까운 유동성 공급계획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2009년 리먼브러더스 위기 당시 벤 버냉키 전 Fed 의장이 추진했던 헬리콥터 벤식 대책에 비유된다. 금융 문제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신용경색을 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 잃어버린 30년 될까

9·24 대책의 평가는 오래가지 않았다. 불과 3개월 만에 실패로 끝났다. 모든 부양책은 위기를 낳은 본질에 얼마나 접근했는가에 따라 효과가 달라진다. 부양책의 규모가 클수록 더 그렇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위기 경험국의 실증적 사례를 점검해 보면 기득권의 고통이 따르는 위기 본질 해결을 외면하고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캠플 주사형 대증요법에 결과는 더 악화된다.

중국 경제와 증시가 당면한 위기의 본질을 단순생산함수(Y=f(L, K, A), L=노동, K=자본, A=총요소생산성)로 평가하면 초기 외연적 단계에 중국 경제의 강점이었던 노동력은 절대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절벽에 직면해 있다. 저출산, 고령화 급진전으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세는 더 빠르다.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글로벌 해법으로 풀어야 하지만 이민 정책은 역행하고 있다.

자본은 외국인 기업의 이탈과 정부 주도의 불균형 투자로 노동장비율(K/L)과 토빈 q 비율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 전자를 성장경로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함을, 후자는 자본생산성은 미국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는 점을 뒷받침해 준다. ‘리쇼어링’이 최선책이지만 ‘인쇼어링’을 추진해 좀처럼 풀지 못하는 상태다.

총요소생산성은 5중고에 따른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외부 불경제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다. 헝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경기가 무너지고 GDP 대비 300%가 넘는 국가채무로 중앙정부의 지원이 끊기면서 지방일수록 SOC의 노후화 정도는 더 심하다. 중앙과 지방, 지방과 지방 간 SOC의 불균형이 심해지는 것도 문제다.

9·24 대책을 포함해 그동안 중국이 추진해 왔던 부양책이 실패했던 것도 중국 경제가 당면한 이런 본질 문제에 대한 깊은 고민과 대책이 안 나왔기 때문이다. 9·24 대책이 실패함에 따라 중국 경제는 1990년대 ‘잃어버린 10년’을 겪은 일본 경제보다 더 심각한 ‘잃어버린 30년’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됐다.

절체절명 위기 상황에서 작년 12월 올해 경제정책 방향을 잡는 공작대회에서 종전과 다른 부양책을 마련했다. 부동산에서 증시에 초점을 맞춘 부양책과 기업정책도 ‘국진민퇴(國進民退·국영기업은 우대하고 민간기업은 억제)’에서 ‘국진민진(國進民進·국영과 민간기업 동시 우대)’로 전환했다. 

증시 정책도 2022년 10월 공산당 대회 이후 외국인 자금 유입을 억제하고 중국 대탈출(GCE·great china exodus)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반간첩죄가 철회됐다.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정책에 대해서도 강온 전략을 병행하는 ‘이원적 전략(two track strategy)’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올해 전인대에서 확정한 경제정책 방향을 미리 반영하는 중국 증시도 오랜만에 반등하고 있다. 정책 타이밍도 좋다. 고평가된 미국 증시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주가는 한국 주가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저평가돼 있는 상황이다. 과연 중국 경제가 살아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fifty fifty(50대 50)’이다. 

한상춘 국제금융 대기자 겸 한국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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