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콩팥병 투석치료, 일상생활 유지하며 가능해요” [건강한겨레]
해마다 3월 둘째 주 목요일은 세계 콩팥의 날이다. 올해는 지난 13일이었다.
콩팥병은 굉장히 치료하기가 힘든 중증 질환이라는 인식 탓에 환자들과 대중의 두려움이 크다. 콩팥은 혈액 속 노폐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정수기’ 역할을 하기에, 콩팥 기능이 망가지면 일상적인 불편함도 상당하다. 콩팥 건강은 대체로 단기간에 악화하지 않고 쉽게 눈에 띄지 않아 개인이 콩팥 건강 상태를 파악하기에 어려움도 크다.
이에 대한신장학회에선 국민건강검진 혈액검사 결과의 신장 수치(혈청 크레아티닌 농도)를 이용해 개개인이 알기 쉽게 콩팥 건강을 가늠할 수 있도록 ‘콩팥 점수’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학회는 콩팥병의 상태를 정상인 1단계(90점 이상)에서 말기인 5단계(15점 미만)까지 구분하고 있다. 특히 콩팥 점수가 60점 미만으로 떨어지는 3단계 ‘콩팥병 상태’에선 신장 전문의와 신속히 상담해 치료 방법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동형 대한신장학회 일반이사(범일연세내과 원장)는 “일반적으로 콩팥병을 예방할 수 있는 지름길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만성 콩팥병에 이르기 전 빨리 치료를 받으면 신장 기능이 회복되거나 콩팥 기능 악화를 늦출 수 있다”고 말한다.
말기 콩팥병 환자는 망가진 콩팥 기능을 대체하기 위해 일상적 치료가 필요하므로 상당한 생활의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탓에 생업을 접어야 한다는 두려움과 절망에 빠지기도 한다. 이동형 이사는 “이제는 야간 혈액투석실이나 복막투석 재택치료 등 직장 생활과 경제 활동을 유지하며 치료받을 수 있는 여러 방법이 있기에 절망하지 말고 담당 의사와 상의하면 분명히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말기 콩팥병의 가장 이상적인 치료 방법은 신장 이식 수술이지만, 환자당 대기 기간이 평균 10년가량에 달할 정도로 장기 공여자가 부족하기 때문에 대다수 환자가 투석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현재 투석치료 방법에는 혈액투석과 복막투석 두 가지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혈액투석 치료법은 병원 인공신장실을 직접 방문해 치료하는 방식이다. 매주 2~3회 병원을 방문해 회당 4시간가량 투석을 받아야 한다. 환자의 혈액을 분당 300㎖ 전후로 끌어낼 수 있는 혈관 접근로인 동정맥루를 통해 혈액을 끌어내어 투석 기계에 순환시키면서 혈액 속의 노폐물과 과잉 축적된 수분을 제거한 다음 다시 체내로 돌려보낸다.
복막투석 방식은 첫 시술 뒤 월 1회 정도만 병원을 방문하고 환자가 집에서 스스로 투석을 시행할 수 있다. 병원에서 복강 내로 관을 삽입하는 시술을 받은 후 환자는 집에서 삽입한 관에 투석액을 주입하고 일정 시간 저류시켜 수분과 노폐물을 제거하고 배액하면 된다. 재택치료가 가능해 시간을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지만, 투석액을 4~6시간 간격으로 하루 3~4회 교환하며 매일 시행하는 등의 번거로움은 남아 있다.
이에 최근에는 기계로 투석액을 자동 교환하는 자동복막투석(기계투석) 방식도 개발됐다. 환자가 잠자는 동안 기계가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으로 투석액을 교환하므로, 낮에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투석 치료는 한번 시작하면 평생 시행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의 의학적, 사회·경제적, 개인적 상황을 고려해 의료진과 상담하며 자신에게 맞는 투석 유형을 선택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학회는 경제 활동을 해야 하는 환자들에게는 재택치료가 가능한 복막투석 방식의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직장이나 학업 등 사회생활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서 일상생활 유지가 가능해 환자들에게 보다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복막투석 환자의 경제활동 참여 비율은 61%로, 혈액투석 환자의 34%에 비해 2배가량 높다. 말기 콩팥병 환자가 늘어나는 환경에서 환자들이 병원을 방문하며 지출하는 의료비를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학회는 복막투석 재택치료와 관련한 건강보험 관련 수가와 환자 교육 지원 부재, 재택치료 인프라 미비 등 정책 지원 부족으로 인해 환자들의 선택이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실제 복막투석을 이용하는 말기 콩팥병 환자 비율은 2015년 13.9%에서 2023년 7.8%로 지속적으로 감소 중이다. 이에 학회는 지난 7일 국회 정책토론회를 열고 정부의 정책 지원 확대를 촉구하기도 했다. 박형천 대한신장학회 이사장(강남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은 “복막투석은 의료비 급증 문제의 심각성과 의료 자원 고갈의 위험성을 고려할 때 경제적 효율성과 환자의 삶의 질을 동시에 만족시킬 방법”이라며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바탕으로 복막투석을 선택하는 환자 비율이 증가해 환자 중심 치료의 질을 높이고 사회·경제적 부담이 감소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지현 객원기자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윤석열 파면’ 이후 내다봤나…한덕수 먼저 탄핵심판 선고, 왜
- 김성훈 ‘체포 방해 윤석열 무관, 전 경호처장 지시’ 떠넘겨
- “김건희는 실행 가능한 사람, 구속해야”…‘총기’ 발언 후폭풍
- 18년 만의 연금개혁…내는 돈, 받는 돈 어떻게 달라지나
- 윤석열, 사망 지지자에 “가슴 아파”…선고 기다린다더니 ‘관저정치’
- [단독] 배민 ‘포장 주문’에도 수수료…시름 늘어가는 점주들
- 투기 부추겨 공급 늘리려 했나…오세훈의 만용 [기고]
- 계엄은 남편이 했는데…김건희는 왜 이재명을 쏘고 싶다 했나
- [단독] 명태균, 서울시장 보궐 단일화 개입 의혹…“오세훈 쪽과 3월 만남”
- 뒀다 뭐하게? [그림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