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하우는 안늙는다” 지자체, 민생 현장에 은퇴자들 투입

최종권, 박진호, 김정석, 문희철 2025. 3. 21.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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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경찰관 10명으로 구성된 세종시 ‘시니어 폴리스’ 대원들이 지난달 아름동 길가에 놓인 자전거를 점검하며, 잠금장치 계도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 세종시 자치경찰위원회]

세종시는 지난달부터 퇴직경찰관 10명으로 구성한 ‘시니어 폴리스’를 운영 중이다. 이들은 오후 2시~5시, 주 5일 관내 학원가를 돌며 자전거 잠금장치 계도 등 절도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개인형 이동장치(PM)와 이륜차 위반행위 촬영, 공익신고 등 범죄예방 활동도 한다. 한 달에 75만원 정도 받는다.

이들은 경우회에서 현장 근무경험과 체력 등을 평가해 선발한 베테랑이다. 시니어 폴리스 소속 김장우(62)씨는 “퇴직 후에도 일주일에 4번씩 수영장에 나가 체력을 길렀다”며 “함께 일하는 대원 대부분 수사 파트, 지구대·파출소 등 30년 이상 경력자다. 마라톤이나 사이클, 파크골프 등으로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 자치경찰위원회 관계자는 “세종시는 자전거 이용률이 높다 보니 절도 사건도 그만큼 많다”며 “시니어 폴리스 운영으로 지역 자전거 절도 사건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여파로 정년 연장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은퇴자를 활용한 지자체 일자리 사업이 확산하고 있다. 노인일자리 사업처럼 단순 노무를 벗어나 기존 경력과 연계한 맞춤형 일자리가 대세다. 퇴직자 역량을 고려한 취업 지원 프로그램도 잇따르고 있다.

강원 인제군은 2023년부터 퇴직 공무원을 활용한 ‘민원상담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민원상담관으로 지정된 퇴직공무원 6명이 군청 민원실과 농업기술센터, 행정복지센터에 상주하며 각종 생활 민원 등 처리를 돕는다. 행정동우회를 통해 행정 경험이 풍부한 퇴직자를 골라 위촉했다. 인제군 관계자는 “상담관 도입 이후 민원 처리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부도 퇴직 공무원 활용에 앞장서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2017년부터 퇴직자들의 전문성을 활용한 사회공헌 사업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올해는 50억원을 투입해 민생치안·악성 민원 대응·재난대비 등 49개 사업에 참가자를 모집한다. 사업 예산을 지난해보다 약 10% 올리고, 참여 인원도 371명에서 401명으로 늘렸다.

서울시는 중장년에 은퇴한 퇴직자가 재취업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을 제공한다. 은퇴 전 경험을 살리고 싶어하는 고역량그룹은 연구원, 대학교와 연계해 전문훈련과정을 제공한다. 진로 변경을 원하는 그룹은 직업 체험, 현장 견학 등 직무 탐색 기회를 제공한다. 구직준비그룹엔 1대1 컨설팅을 통해 취업 훈련을 제공하는 데 집중한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연간 1500명의 은퇴자에게 이 같은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

경북도는 은퇴 과학자들이 모여 살며 연구할 수 있는 ‘K-과학자마을’을 조성한다. 이 마을은 은퇴 과학자의 거주와 연구, 후학 양성, 창업 등을 하나의 단지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꾸며진다. 2만8076㎡ 부지에 주택 45세대와 공유사무실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숙련 은퇴자를 재고용하면 재취업 교육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부산상공회의소가 지역 제조·소매업 등 152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60세 이상 고령자 채용 유형으로 소속 퇴직자의 재고용이 응답기업의 7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재고용한 기업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9.02점으로 높았다. 심재운 부산상의 경제정책본부장은 “정년 연장 논의와 함께 재고용 제도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인제·안동=최종권·박진호·김정석·문희철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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