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목적 없어, 치안 임무 수행일 뿐”… 조지호 첫 재판서 혐의 부인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경찰을 동원한 혐의를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 등 경찰공무원 피고인 4명이 첫 재판에서 모두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지귀연) 심리로 20일 오전 열린 조 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의 내란중요임무종사‧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첫 공판기일에서 이들은 ▶내란죄 구성요건이 되지 않는다 ▶국헌문란 목적 없고 폭동이라 보기 어렵다 ▶직접 공모‧가담하지 않고 위법성 인식 자체도 없었다는 취지로 무죄를 주장했다. 구속기소됐다 건강을 이유로 보석석방된 조 청장은 이날 마스크를 쓴 채 정장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했고, 구속기소돼 현재도 수감 중인 김 전 서울청장도 수형복이 아닌 정장 차림으로 출석했다.
국회 봉쇄는 인정…"평상시와 같은 치안 임무 수행"
조 청장과 김 전 서울청장은 비상계엄 선포 전 삼청동 안가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계엄군의 국회 출동에 잘 협조해달란 말과 함께 ‘22시 국회’ ‘23시 민주당사’, ‘비상계엄’ 등이 적힌 A4용지를 받고, 경찰청 기동대 상황을 점검하고 국회에 기동대를 출동시킨 혐의다. 윤 전 조정관과 목 전 경비대장은 이들의 지시를 받고 실제 국회 인근 기동대를 지휘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피고인들이 “위법‧위헌 비상계엄 포고령에 근거해 국회를 봉쇄하고, 선관위 및 민주당사‧여론조사 꽃 등에 인원을 보내 체포‧구금을 준비했다”며 “소속 경찰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날 경찰공무원인 피고인들이 관여한 부분 외에도 수방사, 방첩사, 소방청 등에 내린 지시를 포함한 공소장을 읽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렸다. 불과 사흘 전 김용현 국방부 장관 등 전직 군인들의 내란중요임무종사 사건 1차 공판기일에 읽었던 것과 대부분 겹치는 내용이었고, 이 사건 피고인들에 대해 직접 서술한 부분은 4분의 1도 되지 않았다.
피고인들은 대부분 기동대 출동, 국회 봉쇄 및 해제 등 사실관계는 인정했으나 그에 대한 검찰의 해석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며 부인했다. 조 청장 측은 ▶평상시와 같은 치안 임무 수행으로 국헌문란이나 내란의 목적이 없었고 ▶내란의 요건인 ‘한 지방의 평안을 해할 정도의 폭동’이라고 보기엔 집단성이 낮았으며 ▶포고령 발령 이후 계엄사령관 지시에 따른 것이라 위법하다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월담자를 통제하지 않아 계엄 조기해제에 사실상 기여했고, 따라서 본질적으론 범죄에 기여한 것이 아니라 내란 공범으로 볼 수 없다고도 했다.
김 서울청장 측도 “국헌문란의 목적도 없고, ‘내란죄’에 대한 인식도 없었으며, 대통령과 공모한 적도 없고 국회에 최초 투입된 317명 기동대만으로는 ‘폭동’이라 볼 요건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윤 전 조정관 측은 “공소장에서 피고인이 등장하는 건 비상계엄 선포 이후 30분~1시간 정도 간단한 보고를 한 것뿐”이라며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상황과 지극히 제한적인 정보 하에서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신속보고‧처리라는 경찰 본연의 업무를 수행했을 뿐” 등 무죄를 주장했고, 목 전 경비대장 측도 “피고인은 집에 있다가 비상계엄 선포를 언론으로 알게 됐고, 이후 연락을 받고 국회로 복귀했을 정도로 폭동의 고의나 국헌문란의 목적이 전혀 없었다”고 했다.
재판부는 혐의 사실이 사실상 겹치는 4명 피고인 사건을 모두 병합하기로 결정했다. 이후엔 ‘국회‧선관위 등에 기동대를 출동시켰다’라는 혐의와 관련된 증인신문을 먼저 진행한 뒤 소위 ‘체포조’ 관련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31일이다. 투병 중인 조지호 청장은 건강을 이유로 당분간 재판에 출석하기 어렵다고 밝혀 재판부의 결정으로 출석 없이 이후 재판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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