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탈북했는데…"중국 브로커가 인신매매" 인권유린 충격 증언

김인한 기자 2025. 3. 20. 11: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300] 비영리기구 씽크, 체코서 '북한 인권증진' 세미나…탈북민 2명 '北의 인권유린' 실태 증언
사단법인 씽크가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이틀 간 체코 찰스대와 팔라츠키대에서 '북한 인권증진을 위한 한국과 체코 간의 대화 - 평양의 봄은 언제 오는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 사진=사단법인 씽크


북한에서 중국으로 탈북하는 이들을 상대로 인신매매나 강제 결혼 등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20일 사단법인 씽크(THINK)에 따르면 탈북 여성 최모씨는 지난 17일부터 이틀 간 체코 찰스대와 팔라츠키대에서 씽크가 주관한 북한 인권증진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씽크는 2019년 1월 북한 인권증진 활동과 탈북 청소년 교육 지원 등을 위해 창립된 비영리기구다.

최씨는 "북한에서 2009년 화폐 개혁으로 집안이 어려워져 학교 대신 15세에 생활 전선에 나서게 됐다"며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은 탈북한 가족이 보내주는 돈으로 연명하는 모습을 보며 16세에 친구와 탈북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중국의 현실은 브로커의 인신매매, 강제 결혼 등 탈북민의 인권을 유린했다"며 "당시 북한으로 송환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자포자기하며 두려움 가득한 생활을 보냈다"고 했다.

이어 "한국 입국 후 인권이란 개념을 통해 탈북 과정에서 겪은 많은 일들이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알게 됐다"며 "한국에서는 인간으로서 존엄성 유지가 가능하며 15살에 접은 꿈을 다시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씨는 "북한에 있는 가족을 잊을 수는 없기에 작게나마 송금으로 돕고 있다"면서 "북한에서는 인권이 무엇인지 자유가 무엇인지 모르며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작은 목소리라도 외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사단법인 씽크가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이틀 간 체코 찰스대와 팔라츠키대에서 '북한 인권증진을 위한 한국과 체코 간의 대화 - 평양의 봄은 언제 오는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 사진=사단법인 씽크


찰스대와 팔라츠키대 등 체코 학생들은 최씨의 발표가 끝나자 △한국에서 북한 가족과 연락하는 방법 △탈북민으로서 한국 생활 적응의 어려움 △북한의 변화와 통일 가능성 △북한 사회 내 여성의 지위 △중국에서 탈북 여성들의 인권 유린 현황 등에 대해 질문했다. 일부 청중은 최씨의 증언을 듣고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북한군 출신 탈북 남성 권모씨는 이날 북한군의 인권 유린 실태 등에 대해 발표했다. 권씨는 과거 남북 접경지역인 비무장지대(DMZ)와 군사분계선(MDL·휴전선)을 걸어서 귀순한 인물이다.

권씨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군이 포로가 되기보다 김정은 만세를 외치며 자폭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아직 북한의 젊은이들이 많이 변하지 않은 것 같아 북한 사람들에게 그들의 인권이 어떻게 유린되고 있는지 외부의 정보를 알려야 한다"고 했다.

그는 "김정은이 국제 사회에서 북한 인권이 거론되는 것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인다"면서 "우리들의 작은 목소리를 합치면 북한 인권의 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토마스 호락 찰스대 한국어과 교수는 "냉전 후 자유민주주의 질서가 계속될 것을 기대했으나 최근 이런 질서가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인권, 민주주의 자유 등 보편적 가치를 위해 한국과 체코와 같이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의 협력이 중요해지며 탈북민들의 증언을 통해 인간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지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사단법인 씽크가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이틀 간 체코 찰스대와 팔라츠키대에서 '북한 인권증진을 위한 한국과 체코 간의 대화 - 평양의 봄은 언제 오는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사진은 왼쪽부터 홍영기 주체코한국대사, 김효진 주체코한국대사 부인, 손문경 씽크(THINK) 대표. / 사진=사단법인 씽크


홍영기 주체코대사는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등과 같은 사례를 보면 한국과 체코 간의 안보와 평화 인권 문제가 서로 연결돼 있다"면서 "이번 세미나를 통해 체코 시민 사회 간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서로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손문경 씽크 대표는 "1968년 '프라하의 봄'(체코슬로바키아의 민주화 운동)처럼 '평양의 봄'이 움틀 수 있도록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을 촉구한다"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한국과 체코 간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체코 시민 사회가 EU(유럽연합) 국가에서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는 데 구심점의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씽크는 오는 22일까지 체코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외교관들과 한인을 대상으로 '북한 인권증진을 위한 한국과 체코 간의 대화-평양의 봄은 언제 오는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한다. 주체코대사관에서 열리는 세미나에는 얀 피셔 전 체코 총리, 로만 벨로르 한-체코 의원친선협회장 등도 참석한다.

또 23일에는 체코의 개혁운동이 시작된 프라하 바츨라바 광장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캠페인이 열린다. 해당 캠페인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붙잡힌 북한군 2명의 한국 귀순 필요성 등이 공유될 예정이다.

사단법인 씽크가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이틀 간 체코 찰스대와 팔라츠키대에서 '북한 인권증진을 위한 한국과 체코 간의 대화 - 평양의 봄은 언제 오는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 사진=사단법인 씽크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