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사고안전망’ 개혁에 의료계·환자단체 모두 반발···“동의할 수 없는 방안”

김찬호 기자 2025. 3. 1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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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광화문홀에서 열린 제8차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자료를 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발표한 ‘의료사고안전망 구축’을 두고 의료계, 환자단체가 모두 반발하고 있다. 의료사고 시 ‘중대과실’ 여부를 판단할 의료사고심의위원회(심의위)의 구성과 권한에 합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정부는 “기다린다고 합의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며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을 통해 이를 제도화할 방침이다. 의료사고의 당사자인 의사와 환자가 모두 반발하는 상황에서 개혁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19일 ‘환자-의료진 모두 신뢰하는 의료사고안전망 구축’을 위한 실행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 내용은 ‘환자-의료진 간 신뢰 강화’, ‘의료사고 시 배상·보상 체계 강화’ ‘필수의료의 사법적 보호 강화’ 등이다. 이 중 가장 쟁점이 된 것은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의 처벌 가능성’을 조정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의료사고 발생 시 잦은 소환조사 및 수사로 필수의료 종사자의 부담이 가중된다며 심의위를 신설해 최대 150일 이내에 해당 과정을 마치겠다고 밝혔다. 심의 기간 중 의료진에 대한 소환조사를 자제 하는 것도 법제화 할 방침이다. 심의위는 사실조사 및 의학적 감정에 기반해 의료진의 과실 여부를 따지는데 단순 과실로 판명될 경우 수사 기관에 기소 자제를 권고해 형사처벌을 종결토록 했다. 단순 과실은 수술 부위 착오, 수혈·투약 오류 등 법률에 명시된 것과 심의위가 개별적으로 중대과실이라고 결정한 것을 제외한 전부다.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19일 공개한 의료사고심의위원회 구성 방안

사실상 심의위 결정에 따라 의료진의 형사처벌 여부가 결정되는 만큼 그 구성에 관심이 쏠렸다. 정부는 심의위 구성을 의료계, 수요자(환자), 법조계에서 각각 3분의 1씩 위원을 추천받는 방식으로 결정했다. 심의위 아래에는 내과계, 외과계, 복합질환계 등 총 다섯 개의 전문위원회를 설치해 의학적 전문성도 보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와 별개로 단순과실인 경우 환자-의료진 간 합의에 따른 반의사불벌도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의료사고로 인한 경상해에만 적용했던 것을 중상해까지 넓힐 방침이다. 필수의료에 한정해서는 사망사고까지 반의사불벌을 적용할지는 검토할 예정이다.

정부가 밝힌 개혁방안을 두고 대한의사협회는 전문성 문제를 제기했다. 의협 관계자는 “심의위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의료 사고가 중대과실인지, 단순과실인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정부가 밝힌 구성안대로면 전문성을 담보할 수가 없다”며 “차라리 전문위원회가 중대과실 여부를 판단한다면 몰라도 심의위가 어떤 전문성을 갖고 의료과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반면, 환자단체는 심의위가 판단할 ‘중대과실’의 범위 문제로 반발하고 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중대과실 중심으로 기소를 한다는데 이는 의료법상 범죄행위와 환자안전법상 중대한 환자안전사고에 나와 있는 12개 유형을 제외하고 전부 단순과실로 하겠다는 것”이라며 “심의위가 개별 판단을 해도 수술 부위 착오 같은 것을 중대과실 판단의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대부분 단순과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사에게 엄청난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 환자단체는 반의사불벌의 확대 적용에 대해서도 각각 비판하고 있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의 어떤 법에서 중상해와 사망까지 반의사불벌을 적용하느냐”며 “의사들에게만 유독 국가의 형벌권까지 포기해 가며 특혜를 주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말했다. 동일 사안을 두고 의협 관계자는 “의료행위는 기본적으로 상해를 일으키는 행위이기 때문에 형사면책은 원래 전제가 돼야 했었던 것”이라며 “이러한 부분에 대한 이해 없이 조건을 달아서 처벌을 면해주겠다는 접근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식이면 앞으로 누가 위험한 의료행위를 하려고 하겠느냐”고 덧붙였다.

김찬호 기자 flyclos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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