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인 리스크 끌어안은 '승부'…이병헌 존재만으로 '불계승'
이병헌 "바둑판 앞에서 감정 변화 연기에 신경"
김형주 감독 "개봉 결정 후 숨통 트였다"
배우 이병헌, 유아인 주연의 '승부'가 우여곡절 끝에 관객을 맞는다.
'승부'는 대한민국 바둑 레전드 조훈현(이병헌)이 제자 이창호(유아인)와의 대결에서 패한 후 타고난 승부사 기질로 다시 한번 정상에 도전하는 영화다.
제자의 재능을 알아보고 자신의 바둑적 신념을 계승하려 한 스승과 스승의 가르침 아래 끝없는 훈련을 거듭하며 자신만의 바둑을 찾은 제자.
바둑이 최고의 두뇌 스포츠로 추앙받던 90년대, 전 세계를 휩쓴 조훈현 국수(國手)와 스승을 넘어선 제자 이창호의 실화를 모티브로 했다.
빛나는 천재의 발견과 그의 성장을 지켜보는 건 그 어떤 드라마보다 감동적이다. '승부'는 여기에 천재 제자에게 굴복한 후 좌절과 실패를 맛본, 그리고 이를 극복하는 스승의 이야기가 더 큰 울림을 준다.
조훈현 역을 연기한 이병헌은 실존 인물과 놀라운 싱크로율을 보이며 스크린을 장악했다. "바둑돌만은 제대로 잡아달라"는 조훈현 국수의 부탁에 이병헌은 프로 바둑기사에게 1대 1 교습을 받으며 손가락 관절까지 세밀하게 표현했다.
19일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이병헌은 "관객에게 감정이 얼마나 전달되고 좋아해 주실까에 대한 긴장감과 기대감이 있다"며 "이 영화가 스크린으로 만나게 된다는 사실 자체로 설렜고 뛸 듯이 기뻐했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김형주 감독은 "바둑을 몰랐던 입장이라 그 부분에 대한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었다"며 "조훈현, 이창호의 이야기를 담았다. 서로를 논하지 않고는 설명하기 힘들더라"고 했다.
이병헌은 "처음 시나리오를 읽고 다큐멘터리로 보면서 이렇게 드라마틱한 일들이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며 "두 레전드에게 이런 사연이 있었다는 게 흥미로웠다"며 영화에 출연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막상 촬영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바둑판 앞에서 감정 변화 없이 시간을 보내야 했다"며 "무표정하고 정적이지만 폭발하거나 절망스러운 감정을 표현해야 하는 것에 신경을 썼다"고 했다.
특히 이병헌은 조훈현 국수의 외형까지 '복붙'(복사+붙이기) 했다. 그는 "처음 헤어를 2:8 가르마를 하고 분장하고 봤을 때 참 재밌겠다 했다. 시대를 헤어로 고증하니 그럴싸해 보였다"고 떠올렸다. 그는 "촬영장에 가서 현봉식을 봤는데 '내가 졌구나' 싶더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창호에게 지는 연기를 한 이병헌은 "쪼잔한 모습은 연기가 아니었다. 제 안에 이미 많았기에 큰 어려움 없이 했다"며 "연기란 바둑처럼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대의 연기가 훌륭할수록 같이 살고 빛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021년 촬영을 마친 '승부'는 당초 2023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유아인이 프로포폴 투약 혐의로 수사받으면서 일정이 보류됐다가 최근 극장 개봉으로 가닥을 잡았다.
유아인은 최근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돼 석방됐지만, '승부' 시사회를 비롯한 홍보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 심지어 예고편, 스틸컷에서도 지워졌다. 하지만 영화 전개상 유아인 출연 분량은 그대로 공개됐다.
이병헌은 유아인과 호흡을 맞춘 소감에 대해 "처음 연기를 맞추는 거라 굉장히 궁금했다. 촬영장에선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과묵한 후배였다"고 했다. 그는 "서로 대화도 하고 신에 대해 이야기하고 회식도 하는 상황은 아니어서 서로가 알아갈 시간을 많이 못 가졌다. 리허설하는 데 진지한 모습이 보였다. 저 또한 빠져드는 데 용이했다"고 말했다.
김형주 감독은 그 누구보다 안타까운 마음과 개봉을 앞둔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유아인에 대한 질문을 받고 "마음 같아선 따로 술 한잔하며 말씀드리고 싶다"며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이병헌 선배가 먼저 캐스팅이 됐다. 그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았는데 덤으로 더 가진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김 감독은 "주연배우로서 무책임하고 실망스러울 수 있는 사건"이라며 "배우이기 전에 사회 구성원으로서 잘못했고 그에 대한 처벌을 받고 있는 중이라 그 외에 제가 말씀드릴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소회를 밝히자면 영화 속 대사를 빌려 '지옥 같은 터널에 갇힌 느낌'이었다"며 "할 수 있는 게 없어 답답했는데 개봉이란 빛이 보여 숨이 트이고 감격스러웠다.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아울러 그는 "선택과 판단은 대중의 몫이라 강요할 수 없지만, 영화를 있는 그대로 봐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영화가 세상에 나오기 전 상처를 많이 받았는데 따뜻한 마음으로 연고를 발라주신다는 심정으로 바라봐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승부'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백종원 또 논란…이번엔 새마을식당 '직원 블랙리스트' 의혹
- "주52시간 규제로 경쟁력 확보 어려워"…삼성 반도체 수장의 '토로' [현장+]
- 믿었던 '국민과자'도 안 팔린다…초유의 상황에 '비명'
- 유아인 리스크 끌어안은 '승부'…이병헌이란 존재 자체가 '불계승'
- '승부' 감독 "유아인 무책임에 실망…지옥 같은 터널에 갇힌 느낌"
- "단열재·창호 싹 다 바꿔야할 판"…건설사들 '처참한 상황'
- 베트남 여행가는데 어떡해…'벌써 5명 사망'에 발칵
- "황금연휴 6일 쉰다" 환호…연차 쓰고 몰려드는 곳이
- "이미 다 나갔어요"…집도 안보고 '묻지마 매수' 난리난 동네
- 믿었던 '국민과자'도 안 팔린다…초유의 상황에 '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