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하기 어려워진 세계 [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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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바버라 터크먼의 역작 '8월의 포성'에는, 1차대전 당시 '중립국 벨기에'가 독일의 최후통첩(길을 빌려달라)을 거부하다가 끝내 카이저의 야욕에 희생된 처절한 과정이 담겨 있다.
□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게 일상이던 약소국 입장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는 중립국 지위는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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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바버라 터크먼의 역작 ‘8월의 포성’에는, 1차대전 당시 ‘중립국 벨기에’가 독일의 최후통첩(길을 빌려달라)을 거부하다가 끝내 카이저의 야욕에 희생된 처절한 과정이 담겨 있다. 전 유럽의 숙적 나폴레옹을 1815년 벨기에 평원(워털루)에서 무찌른 뒤, 영국은 이곳을 ‘특정 열강의 영향력에서 벗어난 완충지대’로 만들고자 했다. 영국 외무장관 파머스턴은 프랑스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의 동의를 얻어, 1839년 런던조약을 맺고 벨기에를 영세중립국으로 삼았다.
□ 하지만 내 힘이 아닌 열강의 호의로 보장되는 중립 문서는 종잇조각에 불과했다. 중립화에 동의했던 독일은 75년 후 프랑스를 우회 침공하기 위해 34개 사단으로 벨기에를 점령했다. 당시 벨기에 보병은 6개 사단이 전부였다. 벨기에는 26년 후(1940년) 또 독일에 영토를 내줬다. 세계대전 도중 중립국에서 이탈한 유럽 국가는 더 있다. 덴마크(침공) 노르웨이(침공) 아이슬란드(위협) 역시 1940년 히틀러의 팽창 과정에서 외세에 의해 나라의 중립성을 침해 당했다.
□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게 일상이던 약소국 입장에서, 어느 편도 들지 않는 중립국 지위는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 있다. 그러나 평화기엔 중립의 이상이 국제적으로 존중 받을 여지가 있지만, 힘의 균형이 무너지거나 전쟁이 터지면 자의 혹은 타의로 중립국 지위를 포기한 경우가 많았다. 최근 사례만 봐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핀란드와 스웨덴이 오랜 중립 지위를 반납하고 나토 진영에 합류했다.
□ 중립국의 상징인 스위스도 심상치 않다. 트럼프 행정부의 러시아 중시 정책 탓에, 안보에 부담을 느낀 스위스는 나토 및 유럽연합과 방위 공조를 모색 중이다. 스위스는 대러시아 제재에도 동참했다. 중립국이 흔들린다는 건 세상이 불안하다는 증거다. 역사적으로 ‘스트롱맨’들은 중립국에마저 “넌 친구냐 적이냐” 양자선택을 강요했다. 협상을 중재(1955년 제네바 회담)하고 평화를 보장(휴전선 감독)하던 중간자적 존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강성 지도자의 출현과 지지층의 극단화 탓에 건전한 중도가 내몰리는 한국 정치에서처럼 말이다.
이영창 논설위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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