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700만채 부족해? 땅 많아"…트럼프의 '부동산 본능' 깨어난다

변휘 기자 2025. 3. 19. 05: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방정부 토지에 관계당국 '주택 건설 TF 구성'…
미 국토 4분의1 연방정부 소유, 집 짓기엔 '글쎄'
버지니아 주 비엔나의 한 주택 앞에 '판매완료' 표지판이 걸려 있다. /로이터=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린다. 연방정부가 소유한 빈 땅에 저렴한 집 300만~400만호를 마련해 미국의 고질적인 주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대통령의 비슷한 계획은 실패했다. 적합한 땅의 확보가 관건인데, 부동산 개발업자 출신인 트럼프의 사업가 본능이 빛을 발할지가 관심사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저렴한 주택 건설에 적합한 토지를 파악하기 위해 미 연방 토지관리국과 주택도시개발부(HUD)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정부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고 보도했다. TF의 목표는 주택 건설에 적합한 토지를 파악한 뒤 개발을 맡을 지방정부, 공공주택 당국, 비영리 단체에 이전 또는 임대하거나 때로는 민간개발자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한국 못지않게 미국의 도시 주택난은 정부를 괴롭히는 핵심 난제 중 하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요 도시의 주택 임대 및 매매 가격이 치솟으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주거난이 심화했다. 미 공영 NPR 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미 전역에서 최대 700만채의 주택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선후보 시절 트럼프 대통령도 신규 주택 건설, 생애 첫 구입자 지원 강화 등을 공약한 바 있다. WSJ은 TF 구성에 대해 "미국 주택난 해결을 위해 연방 소유의 광대한 토지를 지방 정부에 넘기겠다는 공약 이행의 첫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연방정부는 미국 최대의 토지 소유주로, 미국의 4분의 1 이상인 6억5000만 에이커(263만㎢)를 소유하고 있다. 중도우파 성향 싱크탱크인 '아메리칸 엔터프라이즈 인스티튜트(AEI)'는 미 토지관리국의 부지 51만2000에이커만 개발해도 네바다·유타·캘리포니아·애리조나주 전역에 300만~400만 가구의 주택을 건설할 수 있다고 봤다.
"땅은 많은데, 집 짓기엔"…오바마도 실패한 이유
현실성에는 물음표가 뒤따른다. WSJ은 "미국 역사상 가장 야심 찬 주택 제안 중 하나"라면서도 수년간 대규모 주택 계획을 좌절시킨 님비즘, 지방정부 간 격차, 노동력 부족, 자재비 상승 등을 넘기는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우선 주택 수요가 높은 지역과 연방정부 소유 토지가 일치하지 않는 점이 문제다. 연방 소유 토지의 대부분은 유타·아이다호·몬태나주 등 농촌 지역에 분포돼 있다. 이곳에 주택을 건설하려면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기초 인프라 시설부터 구축해야 하고, 건설한다 해도 거주 수요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WSJ은 연방정부 토지지도 및 전미부동산업자협회 주택 부족 데이터를 바탕으로 "연방 토지의 불과 7.3%만이 신규 주택 공급이 필요한 대도시 지역에 속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 내 최악의 주택부족을 겪는 뉴욕시의 도심지역에서는 토지의 3.4%만이 연방의 소유였다. 데이터 기업 코어로직의 공공정책 및 산업관계 연구자인 피트 캐롤은 "의심할 여지 없이 땅은 많지만, 적절한 토지를 적절한 장소에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택 부족 지역과 연방 소유 토지가 겹친다 해도 문제는 있다. 토지를 넘겨받아 주택 개발을 추진해야 할 지방정부가 예산 등의 이유로 소극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오바마 정부의 HUD 장관이었던 숀 도너번은 "이 정책이 실행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지방, 주, 연방 정부 관리들의 조정된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기존 거주민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짐 토빈 전미주택건설협회 회장은 WSJ에 "스타벅스 줄이 길어질 것이라며 자신의 동네에 더 많은 주택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마저 대도시 인근 고급 단독주택 거주자들의 표심을 겨냥해 "여러분의 이웃에 저소득자 주택을 짓지 못하게 할 것"이란 선거 구호를 내걸기도 했다.

변휘 기자 hynews@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