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 전 사라진 ‘지체장애 아들’... 실종수사 빈틈에 찾을 기회 놓쳐 [잃어버린 가족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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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추운 겨울이었어요. 말 못 하는 도연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박인숙씨는 24년 전 잃어버린 첫째아들 김도연씨(현재 나이 만 40세·사진)를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도연씨는 실종 당시 15세였지만 지체장애를 갖고 있어 의사표현을 못했다.
박씨는 걱정이 돼 저녁때 도연씨를 데리러 갈 예정이었지만, 담당 선생님이 도연씨와 한 달 정도 함께 수업하며 성향을 파악하고 있어 마음을 놓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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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경찰에 빠른 도움 못 받아
실종방송에도 기약없는 이별로
박인숙씨는 24년 전 잃어버린 첫째아들 김도연씨(현재 나이 만 40세·사진)를 떠올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도연씨는 실종 당시 15세였지만 지체장애를 갖고 있어 의사표현을 못했다. 특수학교에 다니는 것 외에 부모님과 떨어져본 적 없던 도연씨의 첫 나들이는 가족과의 기약 없는 이별이 됐다.
도연씨가 행방불명된 것은 2001년 1월 29일 경북 경주 보문단지로 떠난 캠프에서다. 중증장애인의 사회 적응훈련을 위해 1대 1 인솔자와 동행하는 지역 봉사단체 프로그램이었다. 박씨는 걱정이 돼 저녁때 도연씨를 데리러 갈 예정이었지만, 담당 선생님이 도연씨와 한 달 정도 함께 수업하며 성향을 파악하고 있어 마음을 놓으려 했다.
그러나 박씨는 오후 3시쯤 캠프 선생님으로부터 도연이가 없어졌다는 전화를 받았다. 선생님 17명은 숙소인 한국콘도를 샅샅이 뒤졌지만 아이를 찾지 못했다. 도연씨 아버지 회사 직원과 지인들이 동원돼 수십명이 밤새 찾았지만 도연씨는 어디에도 없었다.
날이 밝자마자 박씨는 인근 포항KBS로 무작정 달려갔다. '실종방송은 해줄 수 없다'는 방송국에서 박씨는 "기절하고 피를 토하듯 애원했다"고 했다. 결국 방송이 나갈 수 있었고, 도연씨를 목격했다는 제보가 잇따라 들어왔다. 당시 제보를 들어보면 도연씨를 찾을 기회가 있었다는 게 박씨의 생각이다.
같은 날 오전 9시쯤 경주 시내 명보극장 옆 공영주차장 계단에 아이가 앉아 있었다. 주차요원은 귤을 건넸지만 먹지 않자 예사로 생각하고 업무를 했다. 방송을 보고 오전 11시쯤 콘도로 이런 내용의 제보가 왔다. 박씨는 바로 극장으로 갔지만 아이는 없었다.
실종 당일 저녁 명보극장에서 도연씨를 목격했다는 제보도 있었다. 극장 뒤 계단으로 들어와 잠깐 의자에 앉아 있다가 내려갔다고 한다. 앞서 오후 3시 30분쯤 숙소에서 500여m 떨어진 한국토지개발공사 앞 도로 중앙분리대에 도연씨가 끈을 들고 서 있었다는 신고도 왔다. 도연씨는 끈 종류를 좋아하는데, 너무 길어 잘라서 쥐어줬다고 한다. 박씨는 "그 시절에는 지금처럼 실종신고가 활발하지 않았다"고 한숨을 쉬었다.
경찰의 도움을 받기도 어려웠다. 한곳에 신고하면 경찰 내에서 수사 협조 등을 통해 주변 경찰관을 동원하는 지금과 달리 당시는 관할 파출소와 경찰서 등에 일일이 신고해야 했다. 박씨는 "실종 당일에는 경찰의 도움을 받지 못했고, 이튿날 선생님들과 콘도·골프장 직원, 경찰이 투입돼 시내를 뒤졌다"고 했다.
경주에서 도연씨를 찾지 못한 박씨는 서울로 향했다. 장애인 실종아동을 찾을 방법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2005년 복지시설 등에 신고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만들어졌지만,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그는 "정신병원 등 전국의 각종 시설을 돌아다녔지만, 시설에서 새로운 주민등록을 만들면 찾을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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