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탄핵 기각·각하 주장' 헌법 교수들 "법리판단 충실해야"

성주원 2025. 3. 17.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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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주의 지향 헌법·형사법 교수 포럼 토론회
"1차 부결 후 재의결·내란죄 철회 '절차 하자'"
"계엄선포는 대통령 고유 통치행위"
헌재 심판과정 '형소법 적용 배제' 비판
"현행 탄핵제도, 헌법 개정으로 보완해야"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헌법학자 8명이 탄핵소추의 절차적 정당성부터 헌재 심판과정의 문제점까지 심층적인 법적 분석을 내놨다.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헌법·형사법 교수 포럼’이 17일 오후 개최한 ‘탄핵정치로부터 헌정수호를 위한 법학자 토론회’에서 발표된 헌법학자들의 논지는 국민 절반이 찬성하고 절반이 반대하는 분열된 여론 속에서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에 중요한 법리적 참고가 될 전망이다. 이날 토론회에서 법학자들은 공통적으로 헌재가 정치적 고려보다 법리적 판단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각하·기각 주장 우세…헌법학자회의와 대조적

지난달 28일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인용돼야 한다는 의견서를 헌재에 제출한 것과 대조적으로 이날 토론회에서 의견을 밝힌 8명의 교수 중 상당수는 명시적으로 ‘각하 또는 기각’ 결론이 나야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헌법 세션 좌장을 맡은 문재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교수는 “헌법재판소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각하해야 한다”며 “각하는 탄핵소추가 정치적 도구로 남용되는 것을 막고, 헌정 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이인호 중앙대 법전원 교수는 ‘대통령을 파면하는 정치적 형성을 헌법재판소가 쉽게 할 수 없는 7가지 헌법적 이유’를 제시하며 기각을 주장했다. 지성우 성균관대 법전원 교수와 김상겸 동국대 법대 명예교수도 절차적 정당성 결여 등을 이유로 각하 또는 기각 의견을 피력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학장과 최희수 강원대 법전원 교수는 특히 탄핵 인용 시 심각한 사회적 파장을 경고했다. 최 교수는 “국민저항권의 행사가 불가피하며, 3·15 부정선거에 따른 4·19 혁명에 비견되는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신봉기 경북대 법전원 교수는 비상계엄이 내란범죄인지, 탄핵사유인지에 대한 소추인측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헌재가 일관성 없는 속도전을 펼치다 멈춰 선 이유에 의문을 던졌다.

차진아 고려대 법전원 교수는 “탄핵심판이 사법절차 중에서도 가장 의미와 비중이 큰 것으로,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헌재 결정만이 현재의 국민적 갈등과 혼란을 치유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심판 과정의 절차적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비판했다.

쟁점① 탄핵소추의 절차적 정당성

이들은 국회의 탄핵소추 과정에서 두 가지 큰 절차적 문제를 지적했다. 첫째는 1차 탄핵소추안 부결 후 동일한 내용으로 2차 소추안을 의결한 점, 둘째는 국회가 탄핵소추의 핵심 사유인 내란죄를 헌재 심판 과정에서 철회한 점이다.

최희수 교수는 “국회는 이미 한 차례 부결된 소추안을 다시 회기를 바꾸어 재의결했다”며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한 번 부결되면 더 이상 동일한 사유로 재표결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상겸 교수는 “탄핵소추의결서와 탄핵심판청구서의 불일치가 발생하면 동일성 요건의 불충족으로 탄핵심판은 각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완 교수도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면 계엄 선포만으로 헌법 위반의 중대성을 입증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제41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가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로테더홀 계단에서 국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쟁점② 계엄선포의 법적 성격

토론회에 참석한 교수들은 또 대통령의 계엄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하는지, 통치행위로서 사법심사 대상이 되는지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인호 교수는 “이번 탄핵심판은 과거 두 차례의 대통령 탄핵심판과 질적으로 다르다”며 “고도의 정치적 성격을 지닌 통치행위에 대해 사법부가 사후적으로 개입해서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헌법이 예정한 권력균형을 깨뜨리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상겸 교수는 “대통령의 계엄선포권은 헌법 제77조 제1항에 규정된 권한으로, 국가비상사태 판단은 전적으로 대통령에게 있다”며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내란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신봉기 교수는 “비상계엄은 ‘병력(兵力)으로써’ 대응하는 것을 전제로 한 개념”이라며 “‘병력으로써’ 대응할 수밖에 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하는 것 자체가 위헌·위법이라면 우리 헌법상 비상대권 규정은 왜 두고 있는 것인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쟁점③ 헌재 심판과정의 문제점

헌법재판소의 심판과정에서 드러난 절차적 문제점에 대해서도 여러 교수들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차진아 교수는 “헌재가 형사소송법 적용을 배제한 것은 부당하다”며 “헌법재판소법 제40조는 탄핵심판에 형사소송법 준용을 강행규정으로 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내란행위 성립 여부에 대한 충분한 조사 없이 변론을 종결한 것은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호선 교수는 헌재의 탄핵심판 진행을 ’스탈린의 모스크바 재판을 연상케 하는 K-재판‘이라고 표현하며 “일주일에 이틀 간격으로 열리는 9번의 변론기일이 피청구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판 첫날 사전에 일괄 지정됐다”고 비판했다.

지성우 교수는 “탄핵심판에서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의 효력을 정지해 변론준비에 제대로 힘을 쏟게 해달라는 요청은 거부된 반면, 이재명 대표의 재판에서는 공판기일이 자주 연기되기도 했다”며 형평성 논란을 제기했다.

쟁점④ 부정선거 검증 문제

부정선거 검증 문제도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최희수 교수는 “헌법재판소가 부정선거 검증을 위한 투표자수 검증신청을 기각한 것은 중대한 심리미진”이라고 비판했다.

이호선 교수는 “선거시스템을 불신하는 국민들이 두 명 중 한 명꼴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헌재가 헌법의 정당성의 근원인 국민주권 행사의 무결성 요구를 일축했다는 점에서 헌법기관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교수들은 한국의 탄핵제도 자체에 대한 개선 필요성에도 공감대를 형성했다. 지성우 교수는 “직무정지 조항이 탄핵소추 남발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이 조항의 폐지·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문재완 교수는 “지난 20년 간 3명의 대통령에 대해 탄핵소추가 이뤄진 것은 현행 헌법에 문제가 있음을 의미한다”며 “헌법의 흠결은 궁극적으로 헌법 개정으로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인 및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심판이 열린 지난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재판관들이 자리에 앉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성주원 (sjw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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