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조선의 힘으로 다시 태어났다... 美 군함, 수리 6개월만에 바다로

정한국 기자 2025. 3. 13.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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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USNS Wally Schirra)’호가 수리를 받은 후 말끔해진 모습을 영상으로 겹쳐 표현했다/한화오션

미 해군 군수지원함 ‘월리 쉬라(USNS Wally Schirra)’호가 13일 오전 9시 약 6개월 간의 유지 보수 작업을 마치고 출항했다.

한국 조선소에서 처음으로 미국 해군의 함정이 유지보수 및 정비(MRO)를 받고 떠나는 첫 사례다. 미국은 동맹국을 통해 조선업 협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어서 K조선과 협력하는 사례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한미동맹의 가치를 더 돋보이게 하는 상징적인 사례라는 평가도 있다.

한화오션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우리 조선업이 국내 최초로 수주한 MRO사업을 끝마치고 월리 쉬라호가 출항했다. 약 6개월 간 진행된 MRO애서 선체 및 기관 유지보수, 주요 장비 점검 및 교체, 시스템 업그레이드 등 전반적인 정비 작업이 포함됐다. 구체적인 내용은 미 해군 보안사항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미 해군 해상 수송 사령부 패트릭 무어(Patrick J. Moore) 한국 파견 대장은 “한화오션 임직원들과 월리 쉬라호 승조원들의 수개월 동안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며 “이는 한미 양국 간 긴밀한 협력 관계를 보여주는 증거이며, 향후에도 이러한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미 해군이 MRO를 한국에 맡긴 것은 이 배가 처음이었다. 한화오션이 이 사업을 따냈을 당시 국내에선 반향이 컸다. 극비 군사 작전에 여러 번 투입됐던 함정을 맡길 정도로 미국이 한미 동맹과 우리 조선소의 기술력을 신뢰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 등 새로 출범한 미 정부 인사들이 잇따라 한국과의 조선업 협력을 강조하고 있어, 미군 함정이 우리 조선소에서 ‘재탄생’하는 모습은 앞으로 더 이어질 전망이다.

작년 9월 함정 정비를 위해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에 입항한 미국 해군 군수 지원함인 ‘월리 쉬라’호의 모습. 국내 조선 업계가 미 해군 함정을 국내에서 수리한 첫 사례다. 미국은 제조업 붕괴로 자국 조선소에서 수리가 어려워지자 우수한 기술을 보유한 동맹국에 MRO(유지·보수·정비)를 위탁했고, 지난 5일엔 MRO를 넘어 동맹국 현지에서 군함을 건조하는 법안을 발의했다./한화오션

특히 미국은 ‘해양 굴기’에 나선 중국과의 경쟁에 나서느라 마음이 급한 상황이다. 중국은 최근 10여 년간 빠르게 배를 만드는 역량을 강화하며 해군력을 키웠다. 특히 함정 수에서 2020년 350척으로 미국(293척)을 앞질렀다. 기술 수준까지 감안하면 전체 해군력은 미국이 더 앞서고 있지만 물량 공세가 거센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조선소로는 부족하다. 미국은 국내에서 운항하는 민간 선박, 군함은 자국 내에서만 건조하도록 법으로 정하고 있다. 그러나 안정된 일감이 있어 미국 조선소들은 기술 개발이나 투자를 소홀히 해 노후화하고 생산성도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자국 조선소에는 MRO를 맡겨도 정비가 지연되기 일쑤라, 동맹국에 물량을 더 많이 넘기기 시작한 상황이다. 특히 중국을 제외하면 조선업 경쟁력을 갖춘 동맹국은 사실상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밖에 없다. 특히 조선 업계에선 지난달 미 상원이 미 해군·해안경비대 함정 건조를 외국 조선소에서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을 발의한 것에도 주목한다. 신규 함정 건조 계약도 따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미 한화오션은 작년 11월에 수주한 미 해군 7함대 소속 급유함 ‘유콘(USNS YUKON)’호도 수리 중이다. HD현대중공업 등도 MRO 수주를 준비하고 있어 앞으로 수주 사례가 더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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