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말린 민통선 山 매입… 공존의 공간 꿈꾸죠” [차 한잔 나누며]

김예진 2025. 2. 2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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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렁이' 얘기에 '찐웃음'을 짓는 주인공은 경기 파주 민통선 내에서 숲체험 공간 '디엠지숲'을 이끌고 있는 임미려(41)씨다.

숲에서 키운 농작물로 요리를 하거나 유리병 안에 이끼를 담아 테라리엄을 만드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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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미려 디엠지숲 대표
수년간 가꿔 개성만점 숲 조성
숲체험·테라리엄 프로그램 인기
산림청 국가공모 사업 선정도
“민통선 내 새 마을 생기길 바라”
“이끼를 키우기 시작하면 지렁이가 생겨요!” 
임미려 디엠지숲 대표가 지난 19일 경기 파주 민통선 내 정원에서 이끼가 든 유리병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파주=최상수 기자
‘지렁이’ 얘기에 ‘찐웃음’을 짓는 주인공은 경기 파주 민통선 내에서 숲체험 공간 ‘디엠지숲’을 이끌고 있는 임미려(41)씨다. “지렁이가 생겨야 땅심이 생기거든요!” 그가 화려한 꽃밭보다 수년 공들여 이끼를 키운 이유다.

비무장지대(DMZ) 남방한계선으로부터 남쪽으로 5∼20㎞를 동서로 이은 선 안쪽 구간. ‘민간인통제구역’이라 불리는 이곳에 보물 같은 숲이 있다. 사전 허가를 받고 군 검문소를 통과해, 내비게이션 대신 지도를 보며 가는 길은 ‘현대적인 편리함’과는 거리가 멀지만, 도착한 숲은 불편을 보상해준다. 촉촉한 이끼가 녹색으로 반짝이는 정원과 유리온실이 손님을 맞이한다. 누군가는 이곳을 빌려 강연장으로 쓰기도 하고, 단체로 요가와 명상을 하기도 한다. 숲에서 키운 농작물로 요리를 하거나 유리병 안에 이끼를 담아 테라리엄을 만드는 프로그램도 진행됐다. 전쟁이 중단된 전선에서 자연의 고요함은 유독 평화롭고 소중하게 느껴진다. 지난 19일 경기 파주 ‘디엠지숲’에서 임 대표를 만났다. 

그는 대학 시절 교수님께 “지리산에 다녀온다”며 홀연히 사라지곤 했던 자타 공인 ‘자연인’이었다. 등록금을 벌러 방송국 환경프로그램 VJ로 아르바이트를 했다가 자연의 매력을 맛봤다. 취업 준비 중에도 자꾸 산과 관련한 일에 눈길을 빼앗기다 아예 귀촌을 결심했다.
임미려 디엠지숲 대표가 지난 19일 경기 파주 디엠지숲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파주=최상수 기자
“파주 부동산을 돌다 매물로 나온 산 하나를 덥석 구입한 게 2016∼2017년이에요.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트럼프와 김정은이 서로 위협하며 긴장감이 높았던 때라 값이 엄청 쌌죠.” ‘전쟁 나면 어쩌려고 거길 가냐’는 만류도 있었지만, 그는 “사고 쳐야겠다”는 생각이 강렬했다고 한다. 약 5만㎡ 크기 야산을 구입해 가꾸며 거주하기 시작했다. “이곳은 전쟁 중엔 포탄으로 불이 났고, 전쟁 후엔 군이 시야 확보를 위해서 주기적으로 불을 냈죠. 그런 환경에서 살아남은 게 참나무고, 참나무에서 잘 자라는 게 표고버섯이에요. 유독 단조로운 식생인데 이런 특징적인 생태 환경이 만들어진 데에 역사적 배경이 있는 거죠.”

임 대표는 이런 특징을 살려 나무를 정리하고 이끼를 정착시키면서 개성 있는 숲을 가꿨다. 숲을 완성해갈 때쯤인 2022년 산림청 산림작물생산단지, 2023년 한국관광공사 관광벤처기업으로 선정됐다. 외부인에게 숲 체험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시도해 호응을 얻었다. 

아무리 자연을 좋아했다 해도, 왜 굳이 민통선이었을까. 그는 실향민 할아버지 고향을 기억해달라던 아버지의 유언 같은 말이 왠지 무의식에 남았던 것 같다고 했다.
임미려 디엠지숲 대표가 지난 19일 경기 파주 디엠지숲에서 세계일보와 만나 테라리엄을 보여주고 있다. 파주=최상수 기자
파주 민통선 안엔 국가 주도로 조성된 마을이 3개 있다. 전쟁 직후 대성동 마을, 이후 체제경쟁 시기 만든 통일촌(1972년), 해마루촌(1998년)이다. 그는 “그간 약 20년 단위로 마을이 생긴 셈인데 다음 마을은 어떤 가치를 가진 마을이어야 할지, 디엠지숲이 그걸 준비하는 베이스캠프가 됐으면 한다”며 “남과 북, 인간과 자연이 대치하고 대립하는 경계지만, 동시에 공존을 모색하는 공간이라는 의미를 현실에서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파주=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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