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도농가] 공중 육묘와 기계화로 양파 생산성 높여 | 디지털농업
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3월호 기사입니다.

“처음 소를 출하하던 해에 소값 파동을 겪었어요. 수백만 원을 주고 사서 기른 송아지가 팔 때는 100만 원밖에 안 됐죠. 사육 규모를 늘려가며 계속 소를 키웠지만 몇 년 뒤 또다시 소값이 폭락했어요. 그즈음 우분을 처리하려고 5940㎡(1800평)의 땅을 빌려 양파를 심었는데 그해 가을에 수확을 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당시 무안군의 3.3㎡(1평)당 양파 수확량이 20㎏이었는데 저는 36㎏을 수확한 거예요. 이 정도면 본격적으로 재배해도 되겠다 싶어 축산에서 양파 농사로 전환했습니다.”
“여기가 양파 주산지라 아주심기할 때는 늘 일손이 부족했어요. 어쩔 수 없이 외지에서 인력을 구하려니 그 동네 농작업이 끝난 다음에야 제 농장에 오더군요. 모종 심는 시기가 자꾸 늦어지면서 양파 품질과 생산량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됐죠.”

고민 끝에 그는 무안군농업기술센터를 찾아가 양파 기계 아주심기 방법을 문의했다. 담당자는 일본의 농기계 업체가 양파 정식기를 국내에 보급하려 했지만, 성과가 나지 않아 철수하려던 참이라고 알려줬다. 그길로 지역 농가 5곳을 모아 보행형 양파 정식기를 도입했다. 그렇게 2012년 전국 최초로 무안에 양파 기계 아주심기 단지가 조성됐다. 하지만 기계로 아주심기하려면 적합한 모종과 경지 관리가 필요해 제대로 효과를 본 건 김씨뿐이었다.
“정식기 업체는 은박지와 차광막을 모두 씌운 뒤 모종을 심으라고 했지만 직접 해보니 차광막만 씌우는 게 효과적이었어요. 아주심기 전엔 물을 3번 주라고 했지만 2번이면 충분했고요. 저만의 방법을 적용해 정식기를 활용한 결과 3.3㎡당 48㎏의 양파를 수확할 수 있었어요. 그해 무안군의 양파 수확량이 16㎏이었으니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거죠.”
몇 년 뒤엔 승용 정식기를 도입했다. 노동력 절감과 농작업 효율을 높이기 위해 군에서 승용 정식기를 구입해 농가에 장기 임대하는 지원사업이 추진된 것. 이 사업에도 김씨가 먼저 참여해 승용 정식기 활용 요령을 다른 농가에 알려주고 있다.
“액비 발효 용기에 막걸리 40ℓ, 설탕 20㎏, 양파 60㎏, 유용미생물(EM) 원액 10㎏, 말려서 잘게 자른 스테비아 1㎏을 넣고 6개월간 숙성해 스테비아 액비를 만들었어요. 액비는 주로 생육 기간에 주기적으로 살포하고 있습니다.”

무안에선 8월 중하순에 양파 모종을 키워 11월쯤 노지에 아주심기한다. 노지에 심은 양파 모종은 겨울을 지낸 뒤 이듬해 2월 하순부터 다시 자란다. 그는 이 시기부터 양파 수확 2주 전까지 15~20일 간격으로 스테비아 액비를 뿌렸다. 희석 배수는 1000배, 생육 기간에 최소 6회 이상 엽면시비했다. 그 결과 양파 맛과 저장성에 변화가 나타났다. 그런데 천연 단맛을 내는 성분으로 알려진 스테비아를 뿌린 그의 양파는 단맛이 아닌 매운맛이 강해졌다. 유효성분 함량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양파는 매운맛을 내는 퀘르세틴이라는 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요. 혈관 건강에 도움을 주고 혈중 나쁜 콜레스테롤(LDL) 수치를 낮추면서 좋은 콜레스테롤(HDL) 수치를 높이는 물질이죠. 10년 가까이 스테비아 액비로 양파를 재배하며 성분 분석을 의뢰했더니 양파 속 퀘르세틴 함량이 일반 양파보다 94%나 높게 나왔어요. 이 결과를 담아 2018년 ‘스테비아 액비 활용 기능성 양파 재배법’으로 특허를 받았습니다.”
그는 스테비아 양파를 8년간 광주 전남 지역 이마트에 납품했다. 이로 인해 공급량이 달리자 재배 면적을 1만 6500㎡(3만 평)까지 늘렸고, 출하량이 증가하면서 수확기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그렇게 수확기를 도입해 지금은 아주심기와 수확 작업을 모두 기계화했다.
“이 지역에선 8월 말~9월 초에 노지 육묘를 해왔어요. 그런데 육묘 시기에 태풍·장마·고온 등이 나타났어요. 이런 변수가 잦아지며 농가가 노지 육묘를 하는 것이 힘들어졌죠. 이와 비교해 공중 육묘는 하우스에서 모종을 키우는 방식이라 자연재해로부터 안전합니다. 육묘기간도 45일이면 충분해 60~70일 걸리는 노지 육묘보다 유리하죠.”

공중 육묘는 습해나 건조 피해 걱정이 없다. 공중에서 7㎝ 정도 띄워 재배하므로 토양병 감염 위험도 적다. 다만 노지 육묘는 땅속 양분을 이용해 양파 모종이 자라지만 공중 육묘는 1~3차례 양분을 투입해야 하고 물도 줘야 한다. 까다롭고 번거롭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안정적인 모종 생산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이에 공감하는 농가가 늘며 현재 무안의 양파 공중 육묘 면적은 첫 도입 때와 비교해 100배 가까이 늘었다.
그는 양파 품종 국산화에도 앞장서고 있다. 과거 양파 품종은 95%가 일본 등 외국 품종이었으나 2012년 골든시드프로젝트 진행으로 국산 품종이 많이 개발됐다. 이에 그는 신품종도 남보다 앞서 도입했다. 그는 전남도농업기술원이 개발한 조생종 <탑건> 품종을 재배한다. 시장에서 선호하는 구형과 크기이면서 만생종처럼 단단해 저장성이 좋은 품종이다. 만생종으로는 <아리아리랑>을 재배한다. 이 품종 역시 전남도농기원이 개발한 것으로 무게와 경도가 우수해 전체 재배 면적의 60%에 심었다.
“양파 농사에서 가장 힘든 건 기후 대응이에요. 겨울을 보낸 양파가 다시 자라는 봄에 어떤 날씨가 나타날지 모르니까요. 그렇다고 겨울 전에 요소 비료를 줘서 빨리 키우면 이상기후에 따른 피해를 키울 수 있어요.” 김씨는 “작물은 순리대로 자라게 하고 공중 육묘와 기계화로 적기에 작업을 하는 게 기후 대응에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글 김산들 | 사진 남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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