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이호근 감독, “올해 우리 팀은 지용현”이라고 말하는 이유
“우리가 빅맨이 강점이다. 그래서 외곽에서 편하게 던졌으면 좋겠다.”
이호근 동국대 감독의 말이다. 동국대는 ‘2024 KUSF 대학농구 U-리그(이하 리그)’에서 리바운드 4위에 올랐다. 경기 평균 리바운드 마진이 +4.4개였다.
3점 슛 성공은 가장 많았다. 이대균, 김명진, 우성희 등 2미터 빅맨들이 평균 22.6개의 리바운드를 잡아주며 3점 슛 실패의 부담을 줄였다. 그중 절반 가까이를 잡은 이대균은 프로에 진출했다.
지용현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지용현은 배재고를 졸업한 신장 2미터의 4학년 빅맨이다.
▲ 마지막 경기, 1분 45초
지용현은 지난 시즌 리그 1경기 출전에 그쳤다. 명지대와 마지막 경기에 1분 45초를 뛴 것이 전부다. 1학년 12경기 평균 9분 33초, 2학년 14경기 평균 17분 19초로 소화했던 빅맨은 3학년을 거의 통째로 쉬었다. 성장의 속도를 높여야 할 시기에 주춤한 것이다.
“연습 게임 중 발목이 돌아갔어요. 이렇게 오래 쉰 건 처음입니다. 선수들 뛰는 모습을 재활하면서 유튜브로 봤죠. 같이 (체육관에) 가고 싶었고, 그래도 마지막 경기는 감독님의 배려로 코트에 나올 수 있어서 많이 감사했습니다.”
이 감독은 “이번 동계 훈련을 가장 성실하게 치른 선수”가 지용현이라며 “트랙을 뛸 때 가드들과 경쟁할 만큼 스피드가 좋다”고 했다. 슈터를 편하게 해줄 공격리바운드도 기대한다. 터프한 몸싸움을 즐기는 지용현은 공격리바운드도 잘 잡았다.
지난 12일 양정고와 연습경기. 이호근 감독으로부터 가장 많이 지적을 받은 선수는 지용현이다. 슛과 패스를 더 빠르게, 스크린 설 때의 위치, 스크린 이후의 판단과 공 없을 때 움직임 등 주문사항이 많았다.
이 감독은 “매년 새롭게 해줘야 하는 선수가 있다. 올해 우리 팀은 지용현이다. 작년에는 이대균과 김명진이 함께 달렸다. 올해는 이대균 대신 지용현이 달려야 한다”라고 했다. 스피드가 좋은 지용현은 빅맨이 달리는 동국대 농구에 적합하다.
▲ 이대균 대신 지용현이 달려야 한다
이 감독이 원하는 것을 지용현도 잘 안다. 이대균의 확률 높은 퍼리미터 슈팅 능력은 아니다. 그러나 상대와 몸을 부딪치며 올라가는 것을 즐기고 미드레인지에서의 점퍼도 자신 있다. 상대 수비를 좁혀 동료들의 3점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지난 시즌에는 우성희가 이대균, 김명진과 교대로 포스트를 지켰다. 이번 시즌에는 이대균의 자리에 지용현이 들어가야 한다. 특히 재활 중인 우성희의 팀 훈련 합류가 늦어지면서 지용현의 활약이 더 중요해졌다.
지난 시즌 동국대는 정규 리그 4위, 플레이오프 4강에 올랐다.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최고 성적이다. 그 주역 중 이대균과 백승엽이 프로에 진출했다. 백승엽의 빈자리는 이상현, 윤준식, 오지석 등이 준비한다.
슈터는 기존의 임정현에 박대현, 백인준이 도전장을 내민다. 백코트 선수들도 3점 슛 능력이 부족하지 않다. 가장 큰 과제는 이대균의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다.
다행히 김명진이 많이 성장했다. 지난 시즌 다소 아쉬웠던 3점 슛 성공률(26.8%)도 이번 시즌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연습경기지만, 코너와 45도에서 던지는 3점 슛의 성공률이 높아졌다. 1학년 때 부상으로 출전 시간이 적었던 우성희도 지난 시즌에 경험을 쌓았다.
“매년 새롭게 해줘야 하는 선수가 있다. 올해 우리 팀은 지용현”이라고 이 감독이 말하는 이유다. 김명진과 함께 달릴 수 있다. 우성희와 하이로우 게임을 할 수 있다. 스크린으로 공간을 창출할 수 있다.
▲ 항상 같이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못 나올 때 생각을 많이 했어요. 만약에 저 상황이었으면 어떻게 했을지, 항상 (동료들과) 같이 있다는 생각으로 (재활) 운동을 했던 것 같아요.”
이제는 코트 위에서 생각을 많이 한다. 주문이 많은 만큼 생각도 많다. 그러나 심각해지지는 않으려고 한다. “저희가 힘들다고 티를 내면 후배들이 같이 힘들어하고 분위기도 처지니까”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토킹을 한다.
“4학년 되니까, 진짜 이게 제 농구 마지막일 수도 있겠구나 생각도 들었어요”라는 말처럼 지용현에게 이번 시즌은 정말 중요하다. 지난 시즌에 보여준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했다.
4강이 최고 성적이었던 동국대가 4강은 기본인 팀이 됐다. 올해도 그 정도는 하고 싶다. 4위보다 더 높은 곳에 가고 싶다.
이 감독은 지용현이 그것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 되길 바란다. 그에게 이번 시즌은 마지막이 아닌, 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라 믿는다.
#사진_점프볼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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