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올해의 스포츠 인물] 시련 떨쳐내고 레전드 꿈꾸는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
(시사저널=김경수 기자)
역사는 선이 아닌 점으로 기억된다. 굵직한 사건들이 알알이 점으로 찍혀 한 해를 기록한다. 2024년에 찍힌 점들은 어느 때보다 크다. 대한민국 역사상 44년 만에 비상계엄이 다시 선포된 해이자, 세계인의 자랑거리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온 해이기도 하다.
2024년은 역사에 길이 남을 대형 사건들이 줄줄이 이어졌다. 흘러간 역사를 어떻게 기억할지는 후세대에 달려 있다. 시사저널은 1989년 창간 이후 매년 12월 송년호에 올해의 인물을 선정해 발표해 오고 있다. 시사저널 편집국 기자들의 투표와 정기독자들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우리 사회에 미친 영향력이 가장 컸던 인물을 선정하는 작업이다.
시사저널이 선정한 '2024년 올해의 인물'은 또 하나의 페이지를 장식하며 역사에 남을 것이다.
배드민턴 세계랭킹 1위 안세영(22·삼성생명)은 2024년 스포츠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스타플레이어다. 시사저널이 선정하는 '2024 올해의 인물'에서 그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 월드챔피언십 5회 우승 기록을 쓴 프로게이머 페이커(이상혁)와 최종 경합 끝에 올해의 스포츠 인물로 확정됐다.
안세영은 지난해 9월23일부터 10월8일까지 열린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 여자단식에서 우승을 거두면서 진가를 본격적으로 알렸다. 1994년 히로시마아시안게임 방수현 이후 29년 만에 금메달을 목에 건 순간이다.
중국 천위페이와의 결승전 당시, 안세영이 보여준 부상 투혼은 전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다. 이어 출전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여자단식 최초로 또 우승을 거머쥐면서 안세영은 '배드민턴 여제'로 불리며 다음해 있을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안세영은 올해도 한국 배드민턴의 새 역사를 써가며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에서 전 국민이 염원한 대로 금메달을 획득하며 28년 만에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또 안겼다.
올림픽 이후 지난 10월 출전한 덴마크 오픈에선 준우승, 중국 마스터스에선 압도적인 기량으로 완승을 거두면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세계랭킹 1위도 더욱 확고히 다지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안세영에게 올해는 시련도 함께 맛본 한 해다. 올림픽 출전 여부가 불투명했을 만큼 심각한 무릎 부상에 시달렸고, 무엇보다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당시 안세영은 "대표팀에 많이 실망했다. 대표팀과 계속 가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폭탄발언으로 국민을 깜짝 놀라게 했다.
안세영의 발언은 한국 배드민턴계는 물론 국내 스포츠계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여실히 드러난 부실한 선수 관리, 체계적이지 않은 시스템, 협회의 비리와 일방적인 의사결정 방식 등이 도마에 올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까지 직접 나서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는 등 한국 스포츠계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그때로 돌아가도 똑같이 말했을 것…후회는 없다"
안세영이 쏘아올린 한마디의 파장은 더욱 커졌다. 배드민턴협회를 넘어 대한축구협회와 대한체육회 등 국내 대표 스포츠 단체장들의 거취 문제로까지 확산했다. 이를 계기로 국민과 스포츠 단체들은 체육계에 대한 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문체부, 국회를 비롯한 외부에서도 체육계가 부당한 관행, 조직 사유화 등으로 인해 시대에 동떨어진 조직이 됐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올해 유독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낸 안세영이지만, 후회는 없다고 한다. 최근 세계배드민턴연맹(BWF) 공식 유튜브 채널에 등장한 안세영은 작심 발언의 배경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놨다.
"(내가 했던 발언으로 인해) 파장이 커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후회하지 않는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고 나서 많은 축하보다는 많은 질타를 받았다. 문제점이라기보다는 부족했던 부분을 개선하면 (협회가) 좋은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는 그토록 바라던 올림픽 우승을 이뤄냈지만, 기쁨을 온전히 누리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그러면서 선수로서 배드민턴을 즐기고, 전설적인 선수로 자기 발자취를 남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안세영은 "내가 그런 상황을 만들었으니 괜찮다. 지금은 재밌게, 한 경기 한 경기 정말 좋은 플레이를 하면서 그냥 즐기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는 것 같다"며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한국 배드민턴계의 레전드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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