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굴레… 깡통전세 세입자 ‘경매 셀프낙찰’ 10년만 최고치

권중혁 2024. 12. 23.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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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에 넘어간 집을 기존 세입자가 직접 낙찰받은 건수가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세 사기나 깡통전세 등의 문제로 세입자가 보증금을 잃은 상황에서 추가 손해를 막기 위해 '셀프 낙찰'을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세입자의 셀프 낙찰은 2022년 '빌라왕 사태' 등 대규모 전세 사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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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탓 반복되는 경매 지연·유찰
“보증금 대신 집이라도…” 셀프낙찰↑


경매에 넘어간 집을 기존 세입자가 직접 낙찰받은 건수가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세 사기나 깡통전세 등의 문제로 세입자가 보증금을 잃은 상황에서 추가 손해를 막기 위해 ‘셀프 낙찰’을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한동안 이런 추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경·공매 데이터 전문업체 지지옥션은 올해 1월부터 이달 18일까지 수도권에서 경매로 나온 전셋집을 세입자가 직접 낙찰받은 건수가 총 878건으로 집계됐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치다.


세입자의 셀프 낙찰은 2022년 ‘빌라왕 사태’ 등 대규모 전세 사기 문제가 불거지면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21년 223건이었던 셀프 낙찰은 2022년부터 올해까지 연간 271건→427건→878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서울에서만 509건의 셀프 낙찰이 이뤄졌다. 수도권 전체의 60%를 차지했다. 경기도는 276건, 인천은 93건으로 집계됐다.

통상 전세 사기, 깡통전세 물건이 경매로 넘어가면 응찰이 적다. 임차인(세입자)이 은행 근저당보다 선순위권자로 설정된 경우, 낙찰받은 사람은 낙찰 금액 외에 임차인 보증금까지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유찰이 반복되면 경매도 지연된다. 매각 물건 가격을 거듭 낮춰도 응찰자가 없으면 법원이 경매 신청을 기각할 수 있다. 기각되면 다시 경매 시장에 나오게 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경매 과정에서 얻은 차액을 통한 최소한의 보상조차 못 받게 된다. 결국 세입자들은 최악의 사태를 막고자 전셋집을 스스로 낙찰받는 경매를 택하게 된다. 집이라도 건지자는 심산이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세입자로서는 전세 사기 피해를 본 곳에서 벗어나고 싶겠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어 낙찰을 받은 뒤 싼값에 팔거나 본인이 계속 거주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이 점차 하락하는 추세도 이런 맥락이다. 2020~2021년 평균 낙찰가율은 87%대였으나 2022~2024년은 81%→75%→78%로 약 10% 포인트 떨어졌다.

세입자의 셀프 낙찰은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월 1일 ‘전세 사기 특별법’ 시행 후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자지원위원회가 인정한 피해자는 총 2만5578명이 됐다. 지지옥션 관계자는 “전세 사기나 깡통전세 문제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기 때문에 셀프 낙찰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아파트 시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전세 사기가 주로 발생하는) 빌라 가격만 회복될 가능성도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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