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호텔도 10만원대… 도쿄 숙박료 급등에 일본인도 비명
도쿄 방문객은 일본인이 20배 이상 많지만
돈 잘 쓰고 오래 머무는 외국인 급증 영향
외국인 관광객 급증 영향으로 일본 도쿄 호텔요금이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가성비 여행자에게 합리적 대안으로 꼽히던 캡슐호텔도 주말에는 하룻밤에 10만원 넘게 내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호텔 공급 부족과 인건비 상승까지 겹쳐 도쿄 호텔 평균 숙박요금이 20만~30만원대로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IT·경제 전문매체 IT미디어 비즈니스는 온라인 예약 사이트에서 이달 18일부터의 1박 숙소를 검색한 결과 도쿄 23구 내 일반 비즈니스호텔은 1인당 1만엔(약 9만3500원)을 넘는 곳이 대부분이었다고 19일 전했다.
1만엔 이하로 숙박할 수 있는 곳은 캡슐호텔이나 민박과 비슷한 시설, 평가가 낮은 호텔들로 한정됐다고 한다.
주말에는 요금이 더 뛰었다. 이번 주 토요일인 이달 21일 기준으로 캡슐호텔마저 1만엔을 넘겼고 비즈니스호텔은 대부분 2만엔(약 18만7000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급 호텔이 아닌데도 1박에 3만엔(약 28만원) 이상 요구하는 숙소도 있었다.
한 온라인 여행사(OTA) 관계자는 IT미디어 비즈니스에 “요즘 도쿄의 주요 비즈니스호텔에서 1만엔 이하로 숙박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며 “특히 인바운드(외국에서 오는) 관광객에게 인기 있는 야마노테선 주변이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출장자가 많이 묵는 니혼바시 인근에서도 운이 안 좋으면 1만엔 이하로 숙박하기 어렵다”고 그는 덧붙였다.
올해는 3월 1만5000엔을 넘긴 뒤 8~9월 1만3000엔대로 내렸다가 다시 급등해 지난달 1만8308엔을 기록했다. 연말인 이달에는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 11월 객실 가동률은 이미 91.6%로 높은 수준이었다.
도쿄 호텔요금 급등 주요 원인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다. 2024 회계연도 시작인 올해 4월 이후 도쿄를 방문한 외국인은 월 300만명 수준으로 지난 10월까지 누적 3000만명을 넘어섰다. 10월까지 이 수치에 도달한 것은 역대 최단 기록이라고 IT미디어 비즈니스는 설명했다.
2023 회계연도인 지난해 4월~올해 3월 도쿄를 찾은 외국인은 1953만명이었다. 이 기간 일본인 방문객은 4억7456만명으로 23배 많았다. 방문객 수만 보면 일본인이 압도적이지만 호텔요금의 향방은 외국인이 좌우한다. 더 오래 머물고 돈도 더 많이 쓰기 때문이다. 엔화 약세는 이런 경향을 더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
2023 회계연도 기준 숙박일수는 일본인 대부분이 2박 이하인 데 비해 외국인은 3박 이상이 60.9%였다. 3박과 4박이 각각 16.9%, 18.1%였고 7박 이상도 25.9%를 차지했다. 2박 이하는 15.4%에 그쳤다. 도쿄 방문 외국인은 한국 등 아시아권이 많지만 구매력이 강한 유럽과 미국 관광객은 장기 체류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는 “다른 하나는 주변 호텔 가격에 맞추는 방식”이라며 “인바운드를 주요 타깃으로 하지 않는 호텔도 이 요인으로 가격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IT미디어 비즈니스는 도쿄 호텔 평균 숙박요금이 2만~3만엔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특히 혼잡한 아사쿠사·우에노 주변을 보면 더 많은 인바운드를 수용할 여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하지만 정부는 2030년까지 인바운드 목표를 6000만 명으로 설정하고 적극적으로 유치할 방침”이라고 상기시켰다.
정작 건축비 상승으로 신축 호텔 착공 면적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일본 대표 비즈니스호텔 가맹점인 APA호텔은 일본 전역에서 2024~2026년 직영점 개업 규모를 2021~2023년보다 40% 줄일 계획이다. 공급 부족 상황에서 외국인 방문객이 더 늘면 호텔요금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인력 부족 심화에 따른 인건비 상승도 호텔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IT미디어 비즈니스는 “실제로 조사해본 결과 고이와 근처는 평일 기준 1만엔 이하에 숙박할 수 있었다”며 “하치오지에서도 평일이나 주말 상관없이 1만엔 이하로 숙박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도쿄에서 벗어나 신칸센이 정차하고 도심으로 접근성이 적당한 사이타마현 오미야역 근처에서도 평일에는 1만엔 이하 숙소가 많았지만 주말에는 1만5000~2만엔 이상으로 급등했다”며 “출장 중 도심 오피스 지역에서 왕복 1시간 이상 걸리는 장소에 숙박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정원 “북한군, 전선돌격대 역할 소모…드론 대응 능력 부족”
- 환율 15년 만에 1450원 돌파… 한은 1월 ‘금리 딜레마’
- 美 유튜버까지 “아이유 CIA 신고”…尹 탄핵 집회 ‘선결제’ 불똥 계속
- 美국무부, 김어준 ‘한동훈 암살조’ 주장에 “모르는 일”
- ‘99억 은닉’ 징역 구형…김남국 “붕어빵도 안받아” 울먹
- 비상계엄 불똥 튄 롯데리아 곤혹…“네란버거 안 만든다”
- “탄핵도 ‘빨리빨리’” 외신이 본 韓 계엄정국
- 탄핵 가결에 ‘다만세’ 추며 오열…BBC가 찾는 어르신
- 명태균 접견한 박주민 “의원 명단 쭉 보다 나로 정했다고“
- ‘전투 경험 없는’ 북한군 수백명 쿠르스크서 사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