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사정 아쉬운데... 젠큐릭스, 자회사 살리려 44억원 현물출자

강정아 기자 2024. 12. 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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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바이오 44억원 빚, 주식으로 받은 젠큐릭스

코스닥 상장사 젠큐릭스가 자회사인 나노바이오라이프를 살리기 위해 44억원의 대여금을 주식으로 출자 전환하기로 결정하자, 주주들 사이에서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다.

내년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회사의 생존과 수익성 확보를 위한 결단이었다는 평가가 있다. 다만 운영자금 마련과 전환사채(CB) 조기상환 청구 등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불가피한 상황 때문에 자금난이 펼쳐질 수 있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젠큐릭스는 보유 현금이 3억원에 불과하다.

젠큐릭스 로고. /젠큐릭스 제공

◇ 젠큐릭스, 나노바이오라이프 출자전환… “사업에 필요 vs 자금난 생길 것”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암 분자 진단업체 젠큐릭스는 오는 9일 의료진단기기 제조업체이자 자회사인 나노바이오라이프의 주식 88만2002주를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취득할 예정이다. 총 44억1000만원 규모다.

이번 유상증자는 나노바이오라이프가 그간 젠큐릭스로부터 빌렸던 돈과 이자다. 젠큐릭스는 해당 대여금을 주식으로 받으면서 나노바이오라이프 지분을 기존 52.73%에서 97.89%로 늘리게 됐다. 사실상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셈이다.

젠큐릭스가 이번 출자전환을 단행한 것은 향후 수익성 확보에 있어 나노바이오라이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4월 5회차 CB 조기상환 청구액인 78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최대주주로 있던 엔젠바이오 주식을 약 80억원에 전량 매각한 것과 대조적이다.

앞서 2020년 57억원에 나노바이오라이프를 인수한 젠큐릭스는 나노바이오라이프가 정밀진단 장비를 개발하면 회사가 관련 진단키트를 개발 공급하는 방식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자 했다. 젠큐릭스는 현재 개발 중인 디지털 유전자증폭반응(PCR) 기반의 암 진단키트들에 대해 내년과 2026년 중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는 것이 목표다. 나노바이오라이프도 ‘올인원 PCR 검사장비’를 올해 8월 개발했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할 계획이다.

다만 문제는 재무 안정성이다. 일단 젠큐릭스가 용단을 내린 것임에도 불구하고, 나노바이오라이프의 재무건전성 개선 수준은 아주 크지 않다. 나노바이오라이프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이 3억2000만원이지만, 부채가 40억원이 넘는다.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37억원으로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다. 이번 젠큐릭스의 지원으로 사업 정상화가 가능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젠큐릭스의 자금 사정 또한 좋지 않다. 지난해 말 30억원이었던 젠큐릭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올해 3분기 기준 3억원대로 쪼그라들었고, 차입금은 같은 기간 43억원에서 78억원으로 늘었다.

심각한 자금 부족 상황에 지난 7월 창업자이자 최대주주(15.24%)인 조상래 대표가 2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직접 참여해 자금을 조달했고, 이달 2일에는 협력사인 엑셀세라퓨틱스에 유상증자하기로 하고 9억원의 운영자금을 수혈받았다.

그래픽=정서희

◇ 젠큐릭스 주주들은 손실 더 커질까 우려

젠큐릭스는 2020년 6월 25일 기술특례 상장 제도를 이용해 코넥스에서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 상장했다.

코스닥 상장사는 ▲매출 30억원 미만 ▲최근 3년 내 2회 이상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 손실(법차손)이 자본의 50% 초과 등에 해당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젠큐릭스는 기술특례상장 기업이라 해당 매출 요건을 5년간, 법차손 요건을 3년간 충족하지 못해도 관리종목에 지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법차손 요건이 적용됐다. 젠큐릭스는 코스닥 상장 후 영업적자에서 벗어난 적이 없는데, 작년 젠큐릭스의 법차손은 자본의 약 169%를 차지했다. 올해도 법차손이 자본의 50%를 초과하면 내년 3월 이후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올해 3분기까지의 법차손 비율은 112%로 기준치인 50%를 웃돈다.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후 1년 뒤에는 거래소의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주주들은 이런 상황에 주가가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젠큐릭스는 상장 당시 2만1650원에 거래를 마친 후 꾸준히 하락했다. 이달 4일 기준 주가는 1634원에 불과하다. 시가총액도 같은 기간 1436억원에서 250억원대로 80% 이상 감소했다.

주가 하락에 이미 평가 손실을 보고 있는데, 지난해 젠큐릭스가 발행한 20억원 규모의 6회차 CB가 내년 12월부터 조기상환 청구가 가능하다. 당장 운영자금도 필요하기에 추가 유상증자, CB 등을 발행하게 되면 주주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다. 조선비즈는 향후 자금조달 계획과 구체적인 현물출자 이유 등을 묻고자 젠큐릭스에 연락을 취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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