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핵심 사업부’ 파는데…호재?
CJ제일제당이 ‘바이오사업부’를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내놨다. 바이오사업부는 지난 30년 동안 CJ그룹 성장을 견인한 모태다. 지난해 매출(FNT 제외)도 연간 3조4862억원으로 CJ제일제당 전체 매출의 약 12%를 차지했다. 이 같은 중요 사업 부문을 내놓은 결단 배경에는 위기의식이 자리한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는 시기, 선택과 집중 없이는 생존도 힘들다는 판단이다.
시장도 호재로 반응하는 분위기다. 매각설이 터져 나오기 전(11월 15일) 24만6500원이던 주가는 11월 20일 28만4500원까지 뛰었다. 이후 상승분을 소폭 반납했지만, 기대감은 여전하다.
김정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매각 추진 이슈 자체로도 긍정적인 뉴스”라며 “바이오 사업 매각은 1차적으로 재무 구조 개선, 2차적으로 글로벌 식품 사업 확대를 위한 M&A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동성 줄이고 식품 올인
CJ제일제당은 바이오 중에서도 ‘그린 바이오’ 부문을 정리할 방침이다. 그린 바이오는 식물성 원재료를 활용해 식품·사료 첨가 소재를 만드는 사업이다. 동물 생육을 돕는 사료용 아미노산·핵산과 MSG처럼 식품에 사용돼 맛과 향을 좋게 하는 식품조미소재 등으로 구성된다. 레드 바이오(의약 기술)와 화이트 바이오(화학 산업 친환경 소재 전환) 사업은 남길 가능성이 높다. 다만 바이오사업부 매출 90%가 그린 바이오 부문에서 창출돼 바이오사업부 존재감은 옅어질 전망이다.
증권가는 그린 바이오 매각 이유로 크게 2가지를 꼽는다.
첫째 실적 변동성이다. 그린 바이오는 해외 매출이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축산 시장 업황에 따라 실적 부침이 큰 편이다. 2022년과 2023년 실적만 봐도 알 수 있다. 축산 시장이 호황세를 띠던 2022년, 아미노산 판매량과 판매 가격 모두 상승했다. 2022년 바이오사업부(FNT 제외)는 매출 4조440억원, 영업이익은 4106억원을 기록했다. CJ제일제당 역대 최대 실적 달성을 이끈 셈이다. 2023년 업황은 정반대였다. 특히 전 세계 축산 시장 흐름을 결정하는 중국과 베트남 양돈 시장 불황이 직격탄이 됐다. 아미노산 판매량은 줄고 판매 가격도 떨어졌다. 결국 2023년 바이오사업부 매출은 3조4862억원, 영업이익은 804억원에 그쳤다. 2022년과 비교해 매출이 13.8%, 영업이익은 80.4% 감소했다. CJ제일제당 전체 실적도 부정적 영향을 받았다. 이 같은 실적 변동성이 CJ제일제당 주가를 눌러왔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둘째 비식품 부문 정리, 식품 부문 집중이다. CJ제일제당은 비식품 부문을 하나둘 정리 중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농축대두단백 생산 회사 CJ셀렉타 보유 지분 전량(66%)을 미국 곡물 기업 번지(Bunge)에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2017년 CJ셀렉타 인수 이후 7년 만에 정리하는 것. 관련 업계는 그린 바이오 매각 이후 사료 축산 자회사 CJ피드앤케어(F&C) 매각도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본다. CJ제일제당은 그간 꾸준히 CJ피드앤케어 매각을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그린 바이오와 시너지를 고려해 묶어 파는 형태도 언급된다. 다만 거래 규모가 커져 인수하는 측 부담이 늘 수 있어 별도 매각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바이오사업부 매각가는 5조~6조원 정도로 언급된다.
증권가는 그린 바이오 등 비식품 부문 매각 대금을 식품 부문 경쟁력 강화에 활용할 가능성을 예상한다. CJ제일제당은 지난 2018년에도 CJ헬로비전과 CJ헬스케어를 매각한 뒤 미국 냉동식품 업체 ‘슈완스컴퍼니’를 사들였다. 슈완스컴퍼니 유통망과 영업력을 토대로 CJ제일제당은 해외 매출 비중을 빠르게 끌어올렸다.
최근 행보도 식품 부문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CJ제일제당은 최근 헝가리 부다페스트 인근 두나바르샤니에 만두 공장 부지를 확정하고 설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축구장 16개 크기에 달하는 11만5000㎡ 부지에 1000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자동화 생산 라인을 갖출 예정. 2026년 하반기부터 비비고 만두를 생산해 유럽 시장에 판매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에서는 2019년 인수한 현지 자회사 슈완스가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 2027년 완공을 목표로 새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증권가는 새로운 방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식품 부문에 집중하는 게 좀처럼 힘을 못 받는 CJ제일제당 밸류에이션의 저평가 해소 요인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CJ제일제당 11월 22일 기준 시가총액은 4조1173억원이다. 증권가 목표 시총(5조8000억~6조원)과 1조원 이상 차이 난다.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20분의 1 수준인 삼양식품 시가총액(3조9096억원)과 비슷하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18년 헬스케어 매각 대금을 슈완스 인수에 사용해 성공한 사례를 떠올린다면 향후 글로벌 식품 M&A에 집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적극적 후보 있을지 지켜봐야”
하지만 이 모든 건 원하는 가격에 매각이 잘됐을 때 얘기다. 일각에서는 매각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단 희망 매각가와 시장 가격 간 괴리율이 존재한다. 최근 언급되는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 매각가는 약 6조원이다. 관련 업계는 이를 CJ제일제당 측 희망 매각가로 본다.
증권가 예상 연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6000억~6400억원에 ADM·아지노모토·케리그룹·아디세오 등 글로벌 주요 경쟁사(피어그룹)의 EV(영업가치)/EBITDA 평균 배수 9~10배를 곱한 값이다. EV/EBITDA는 특정 기업 혹은 사업부를 100% 인수했을 경우, 이 회사가 앞으로 벌어들이는 EBITDA로 몇 년이 지나면 빚을 다 갚고 투자 원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 가늠하는 지표다. 가령, 이 배수가 10이라면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10년이 걸린다는 의미다.
하지만 EV/EBITDA 배수는 피어그룹과의 영업이익률 차이와 성장성 등을 고려해 할인율이 적용되는 게 일반적이다. 증권가에선 CJ제일제당 목표주가를 설정하며 바이오사업부 멀티플에 2025년 피어그룹 배수의 25~40% 할인율을 적용했다.
11월 발표된 리포트를 살펴보면 NH투자증권은 30% 할인율을 적용, 바이오사업부 배수로 6.6배를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바이오사업부와 피드앤케어사업부를 합산해 7.5배(할인율 25% 적용)로 평가했다. 현대차증권도 바이오사업부와 피드앤케어사업부를 묶어 40% 할인율이 적용된 6.1배 배수를 내놨다. 이 중 바이오 부문 영업 가치만 따로 계산한 NH투자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바이오 부문 영업 가치는 2025년 기준 4조3760억원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목표주가 설정과 M&A를 위한 밸류에이션 산정은 구체적으로 따지고 들면 엄연히 다르지만, 큰 틀에선 비슷한 부분도 많고 영업 가치 계산만 놓고 보면 유사한 수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수 희망자 찾기도 쉽지 않다. 국내외 대형 사모펀드(PEF)가 인수 후보로 꼽히지만 성장성이나 경쟁 강도를 고려하면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힘들다는 말도 나온다. 최근 그린 바이오 부문에서 중국 기업 저가 공세가 워낙 거센 탓이다. 고점에 인수해 엑시트 전략을 찾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모든 바이오가 기술력 중심은 아니고, 특히 그린 바이오는 진입 장벽이 낮은 편”이라면서 “최근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업체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데, 이를 고려하면 회수 전략 마련이 탄탄대로는 아니다. 인수 희망자를 해외 전략투자자(SI) 중심으로 찾아야 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7호 (2024.12.04~2024.12.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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