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악당’ 한국, 오늘의화석상 1위 불명예···국제회의 개최지마다 비판
한국이 인류의 기후변화 대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나라에 수여되는 ‘오늘의 화석상’ 1위에 선정되는 불명예를 떠안았다.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진행중인 아제르바이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출신용 정례회의가 열린 프랑스를 비롯해 국제플라스틱협약 협상위원회 개최를 앞둔 국내에서도 화석연료 금융제한을 가로막고 나선 한국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세계 기후환경단체들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Climate Action Network-International)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고 있는 COP29 회의장에서 한국을 ‘오늘의 화석상’ 1위 수상자로 발표했다. 한국은 처음으로 오늘의 화석상 1위에 오른 데다 2년 연속 오늘의 화석상을 받았다.
오늘의 화석상은 세계 150개국 2000개 넘는 기후환경 운동단체의 연대체인 기후행동네트워크가 당사국총회 기간 중 기후협상을 방해한 국가를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1999년부터 시작됐으며 한국은 지난해 3위를 차지하면서 처음 수상국 명단에 올랐다. 이 상을 받는 나라는 전 세계의 기후 대응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기후악당’으로 여겨진다.
케빈 버크랜드 기후행동네트워크 활동가는 “현재 파리에서 열리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에서 오늘의 수상자(한국)는 화석연료 금융제한을 가로막고 있다”면서 “BTS나 삼성, 삼겹살이 한국을 트렌드 선도국으로 만들었을지 모르겠지만, 화석연료 금융에 있어서 한국은 여전히 과거에 머무는 중”이라고 밀했다.
18일(현지시간) OECD 정례회의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파리에서도 현지 시민사회단체들이 한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파리 트로카데로 광장에 모인 프랑스 시민사회단체 스톱토탈, 르 브루퀴 코트 등은 “OECD 국가들이 기후위기 대응에서 득점을 올리려고 노력 중이지만 한국은 이를 적극적으로 막아서고 있다”면서 화석연료 금융제한 협상을 막고 있는 한국을 형상화한 퍼포먼스를 벌였다. 토탈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석유 기업이다.
국제환경단체인 350.org의 소야라 페티치활동가는 “한국은 매년 100억달러에 달하는 막대한 공적 자금을 화석연료 사업에 지원하면서 2015년 파리에서 합의된 ‘지구 온도 1.5도 상승 제한을 위한 노력’이라는 약속을 저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6월 OECD 수출신용협약 참가국 정례회의에서는 화석연료 에너지에 대한 공적금융 지원을 금지하기 위한 개정안 논의가 진행됐다. 수출신용협약은 협약 개정 등 주요 결정에 참가국 전체의 동의가 필요한데 한국과 튀르키예만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국은 2020~2022년 기준 캐나다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공적금융을 신규 화석연료 사업에 지원 중이다. 2020년 탄소중립을 선언한 이후에도 해외 화석연료 투자액을 오히려 늘렸다. COP29는 물론 국제회의가 개최 중이거나 개최 예정인 국내 등에서 한국 정부에 대한 국제 시민사회의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오는 25일부터 유엔플라스틱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회의(INC-5)가 열리는 국내에서도 시민사회단체들이 한국 정부의 변화를 촉구했다. 그린피스, 기후솔루션,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환경운동연합 등 4개 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서울 여의도 한국 수출입은행 앞에서 정부가 즉각 화석연료 금융 제한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기후솔루션 홍영락 연구원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은 예정된 현실이자 국제적 흐름”이라며 “한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신규 화석연료 금융을 제한하고, 녹색 투자로 선회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OECD 수출신용협약 개정안 합의에 적극적으로 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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