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 속에 귀국한 이정후 "남은 야구 인생에서 부상은 없길"(종합)
"결국 좋은 선수는 많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라고 느껴"
본인 영입 주도한 자이디 샌프란시스코 전 사장 해임에는 말 아껴
(영종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바람의 손자'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아쉬움 가득한 2024시즌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출발한 이정후는 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KBO리그 최고의 콘택트 능력을 자랑하던 이정후는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선언했고,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1천300만 달러(약 1천491억원)에 계약했다.
이정후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타율 0.343으로 순조롭게 빅리그 무대에 적응했고, 3월 29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4 MLB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1안타 1타점을 냈다.
바로 다음 경기에서는 안타 2개를 때렸고, 3번째 경기인 샌디에이고전에서는 톰 코스그로브를 상대로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이처럼 순조롭게 적응하던 이정후는 곧바로 시작된 MLB의 '현미경 분석'에 고전하면서도 점차 답을 찾아가며 4월을 타율 0.259, 2홈런, 7타점, 13득점으로 마쳤다.
그러나 5월 13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서 제이머 칸델라리오의 홈런성 타구를 쫓아간 뒤 공을 잡으려고 점프했다가 펜스와 충돌해 쓰러졌다.
처음에는 며칠만 쉬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밀 검진 결과 어깨에 구조적인 손상이 발견돼 다친 지 1주도 안 돼서 수술대에 올랐다.
류현진(한화 이글스)의 주치의로 국내 야구팬에게 익숙한 닐 엘라트라체 박사에게 왼쪽 어깨 관절와순 봉합 수술을 받은 이정후는 6개월짜리 재활에 들어가면서 2024시즌을 마감했다.
이정후의 데뷔 시즌 최종 성적은 37경기 타율 0.262(145타수 38안타), 2홈런, 8타점, 15득점, OPS(출루율+장타율) 0.641이다.
이정후는 부상으로 MLB 첫 시즌을 마감한 게 아쉬운지 "남은 야구 인생에서 부상은 없었으면 좋겠다"면서 "결국 좋은 선수는 많은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라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이정후가 비행기에 탑승하고 한국으로 오는 사이, 샌프란시스코 구단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이정후 영입에 앞장섰던 파르한 자이디 야구 운영 사장이 경질 통보를 받았고, 구단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버스터 포지가 후임자로 임명됐다.
자이디 사장은 2019년부터 6년 동안 샌프란시스코를 이끌며 5할이 넘는 승률(453승 417패)을 이끌었지만, 포스트시즌은 2021년 딱 한 번만 진출했다.
올해 샌프란시스코는 FA 시장에서 오타니 쇼헤이, 야마모토 요시노부(이상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에런 저지(뉴욕 양키스) 등 거물급 선수를 줄줄이 놓치고 이정후를 붙잡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정후마저 불의의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고, 샌프란시스코는 80승 82패(승률 0.494)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에 그쳤다.
이정후로서는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수뇌부가 바뀌는 것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아래는 이정후와 일문일답이다.
--지금 몸 상태가 어느 정도인가.
▲이제 재활 운동이 끝났다. 구단에서 준 비시즌 프로그램이 있어서 그것대로 몸 잘 만들면 될 것 같다.
--아쉽게 한 달 반 만에 시즌이 끝났는데 스스로 몇 점을 줄 수 있나.
▲점수를 매길 게 있나. 다쳐서 경기를 못 하고 재활하며 느낀 건 일단 정신적으로 리그에 어울리는 선수가 되어야겠더라. 정신적으로 한층 더 야구를 대할 때 성숙해진 시간인 거 같다. 그리고 많이 경기에 출전하고, 경기에 빠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재활 기간 미국에서 보낸 시간이 힘들었을 텐데.
▲수술하기 전에는 좀 힘들었다. 그 시간 또한 지나간다는 것을 느꼈다. 재활할 때는 같이 재활하는 트레이너들도 함께 남고, 재활하는 선수도 있어서 함께 열심히 시간 보냈다.
--수비 한 번으로 시즌이 날아갔다. 당시를 떠올린다면.
▲어깨가 빠지는 느낌을 알다 보니까 처음에는 '수술했는데 또 빠진다고?'라고 생각했다. 수술을 한 번 했으니까 심하지 않을 거라 기대했는데 좀 더 심한 상태였다. 그래서 병원 진료했을 때부터 수술이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플레이 하나에 시즌이 끝난 게 아쉽지만, 앞으로 야구할 날이 많으니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한국에 8개월 만에 돌아왔는데 소감은.
▲막 설레거나 이런 느낌보다는 시간이 빨리 지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 있을 때보다 더 빨리 시간이 지나간 것 같다. 다른 팀들은 이제 중요한 경기(포스트시즌)를 하는데 저는 시즌이 끝나서 온 거에 대해서 아쉽게 생각한다.
--앞으로 수비할 때 비슷한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 같은지.
▲펜스가 어디에 있고, 어느 정도에 서 있는지부터 체크할 것 같다. 사실 말로 하는 것보다 몸이 반응하는 대로 하는 거라서 지켜봐야 할 듯하다.
--다치기 전까지 MLB 무대에서 스스로를 평가한다면.
▲매우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하다 보니까 '좀 더 했더라면'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 조금씩 공이 눈에 익기 시작했는데 다치는 바람에 너무 아쉽다. 그것 또한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내년에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느낀 대로 겨울에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
--현지 매체는 장타나 발사각을 지적했다. 내년 시즌에 어떤 점을 보완해야 할 것 같은지.
▲어렸을 때부터 야구하면서 몇 개월 했다고 바뀌지 않더라. 바로 고치는 게 쉽진 않다. 연습하면서 자연스럽게 바뀌어야 한다. 그걸 신경 쓰면 잘할 수 있는 걸 놓칠 수 있다. 올해 한 거를 토대로 겨울에 준비하다 보면 내년에 어떤 일이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내년 스프링캠프는 문제 없이 참가할 수 있는지.
▲일단 재활은 끝났고, 몸이 80~90%까지 회복된 상태다. 구단에서 준 스케줄을 소화한다면 스프링캠프는 문제없다.
--아쉬운 점을 주로 말했는데, 성과가 있다면.
▲너무 경기를 못 뛰어서 얻었다고 이야기하기도 그렇다. 그 시간이 사실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난다. 처음부터 다시 열심히 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개막 시리즈다. 꿈에 그리던 리그에 와서 경기를 뛰고, (김)하성이 형이랑도 같이 경기하고 했다. 그 시리즈에서 안타도 치고, 홈런도 쳤다.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공교롭게도 샌프란시스코 사장 인사가 났다.
▲수뇌부가 바뀌는 건 드릴 말씀이 없다. 신임 사장도 시즌 때 야구장 많이 오셔서 저랑 대화도 많이 나눴다. 항상 선수와 가까이 지내던 분이다. 저는 올 시즌 이제 끝났고, 내년 시즌에는 저희가 해야 할 것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메이저리거에 걸맞은 멘털이 생겼다고 생각하는가.
▲아직 그건 모르겠다. 그래도 한국과는 다른 자세로 다가가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많이 느꼈다. 안 좋게 생각하면 끝도 없다. 이제는 앞으로 남은 야구 인생에서 부상은 없었으면 좋겠다. 아무리 좋은 선수라고 해도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 끝이라는 걸 느꼈다. 결국 좋은 선수는 많은 경기에 출전한 선수다. 그래야 성적도 내더라.
--(샌프란시스코 구단이 6월에 연) 한국인의 밤 행사도 있었다. 어떤 기분이었나.
▲일단 경기를 뛰고 싶었다. 재활하면서 시간도 많이 나서 키움 경기 많이 챙겨볼 때다. 관중분들도 많이 오셔서 정말 좋은 환경에서 선수들이 야구한다고 느꼈다.
--내년은 어떤 시즌을 보내고 싶은가.
▲한 시즌 풀로 뛰고 싶다. 2년 동안 그렇게 하지 못했다. 경기에 일단 출전해야지 뭔가 상황이 벌어진다. 야구가 늘어야 하는 시기에 자꾸 쉬고 있는 것 같아서 그런 부분이 많이 걱정된다. 일단 잘하든 못하든 경기에 많이 출전하고 싶다. 그것부터 하고 나서 생각해보겠다.
--공항에 많은 팬이 찾아왔다.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많이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 1년 동안 응원 많이 해주셔서 감사드린다. 준비 잘해서 내년에는 부상 없이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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