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 없다는 ‘장사’가 나타나다. 스코티 셰플러-PGA 투어챔피언십 관전기 [윤영호의 ‘골프, 시선의 확장’]〈7〉
올 한해 놀라운 성적을 보여준 스코티 셰플러(세계랭킹 1위·미국)는 10언더파로 경기를 시작했다. 그는 주말에 친구들과 게임을 할 때 +7 핸디캡을 놓는다. 재미로 치는 주말 골프보다 무려 17타라는 우위를 가지고 출발했다. 셰플러의 뒤에는 그의 실족을 기다리며 상금을 향해 돌진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경쟁자가 29명이나 있었다. 10언더파라는 숫자가 2500만 달러라는 돈의 중압감을 극복할 만할지 궁금했다.
그는 3라운드까지 놀랍도록 침착했고 실수가 없었다. 영혼을 걸고 파우스트처럼 내기한다면 스코티 셰플러를 내세우면 될 것처럼 보였다. 셰플러는 62타를 치든지 82타를 치든지 자신의 영혼은 이미 구원받아 안전하다고 믿는 골퍼다. 믿음이 그를 구원했기 때문인지 그는 늘 침착하고, 승리는 자주 그의 것이 된다. 과연 그가 마지막 날에도 놀라운 침착성을 보여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8번 홀에서 셰플러는 첫 번째 샷을 벙커에 빠트렸다. 두 번째 샷에서 그답지 않은 생크를 냈다. 그 장면은 보는 이에게 가학적 즐거움을 주었을지 모른다.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한 기자가 8번 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생크를 냈다고 답했다. 왜 생크를 냈는지 다시 물었다. 셰플러는 클럽의 안쪽 부분에 공이 맞은 이유를 기술적으로 설명했다. 기자들은 모두 웃었다. 질문한 기자가 원했던 답은 ‘중압감이 너무 컸다’와 같은 것이었다.
같은 홀에서 콜린 모리카와(미국·투어 챔피언십 2위)가 버디를 기록하며 차이는 2타로 줄었다. 셰플러의 표정에 짙은 어두움이 드리워졌을때 그의 캐디인 테디 스콧이 한마디를 건넸다. “그저 네가 누구인지만 기억해. 너는 스코티 셰플러야!”
그의 말은 큰 힘이 되었다. 이어진 9번 홀 파3에서 그는 티샷을 핀 1미터에 부쳤고 버디를 기록했다. 그리고 3홀 연속 버디를 따내며 안정권에 돌입했다. 돈 앞에 장사 없다고 했는데, 그는 돈 앞에 선 장사처럼 보였다. 믿음직한 조력자인 테디 스콧이 장사의 탄생에 일조했다. 스코티 셰플러와 테드 스콧은 영광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우승상금 2500만 달러라는 규모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던 금액이다. LIV 골프 리그가 탄생한 뒤 PGA 대회의 상금 규모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주요 대회의 우승상금은 300만 달러에서 400만 달러 사이를 오간다. 우승상금이 150만 달러인 대회는 작은 대회로 여겨지며, 주요 선수들은 잘 참가하지도 않는다.
PGA투어는 플레이오프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메이저 대회보다 6배가 넘는 상금을 최종전에 걸었다. 그러나 과도한 상금은 선수에게서 즐거움을, 골프 팬에게선 재미를 빼앗아 갔다. 선수들은 대회에서 돈을 가져가서 좋지만, 골프 팬에게는 돈이 골프에서 선수를 가져가 버린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제이 모나한은 LIV가 출범할 때 골프에는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으며, 그것은 레거시(Legacy·유산)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어챔피언십의 돈 잔치는 과연 레거시가 돈보다 중요한지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같은 기간에 LPGA 대회인 FM챔피언십, 브리티시 마스터스, KPMG 위민스아이리시오픈이 열렸고, 런던 외곽의 서닝데일에서는 상금이 없는 커티스컵이 열렸다. 프로 데뷔 직전의 여자 아마추어 선수가 미국과 영국아일랜드팀으로 나뉘어 벌이는 대결에는 교정기를 낀 10대의 소녀도 있었다. 커티스컵은 골프 팬에게 더할 나위 없는 큰 재미를 주었다. 그곳에 골프의 레거시와 진면목이 더 많이 담겨 있는 것처럼 보였다.
윤영호 골프칼럼니스트
윤영호 ㅣ 서울대 외교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증권·보험·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다. 2018년부터 런던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 등이 있다. 런던골프클럽의 멤버이며, ‘주간조선’ 등에 골프 칼럼을 연재했다. 현재 골프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이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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