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타이거 우즈 없는 마스터스라니!

방민준 2025. 3.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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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2024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 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 참가했을 때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골프 사가(史家)들은 로버트 타이어 존스 주니어(Robert Tyre Jones Jr.: 1902~1971), 즉 바비 존스를 20세기 최고의 골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당시 4대 메이저, 즉 미국과 영국의 오픈 및 아마추어 챔피언십을 13회나 차지한 그를 골프 사가들은 '골프의 황제' '구성(球聖, The Saint of Golf)'이라고 칭송했다.



 



그의 기록이 얼마나 위대한 것이었던가는 4대 메이저 대회에 출전했던 기간은 겨우 13년, 그것도 9년은 고교와 대학시절로 4대 메이저만 13회(US오픈 4회, 디 오픈 3회, US아마 5회, 영국 아마 1회) 우승했다.



 



그는 지성파 골퍼이자 영원한 아마추어로 유명하다. 1922년 미국 아마선수권 쟁취 후 하버드대학에서 영문학, 조지아공대에서 기계공학, 에모리대에서 법률을 전공해 변호사자격까지 취득했고 프랑스어, 독일어, 영국사, 독일문학, 고대문화사, 비교문학 등에도 조예가 깊었다.



그의 골프 전성기는 학업에 열중하던 시기와 일치, 운동과 학문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탁월한 골프 기량에 풍부한 학식, 뛰어난 유머 감각과 겸손함을 겸비한 그에게 온갖 최상급의 찬사가 따라다닌 것은 당연했다. 2차 세계대전 중에는 육군 소령으로 참전하기도 했다.



 



다섯 살 때 부모에게 골프를 배우기 시작한 그는 당시 '스윙의 시인'이란 명성을 듣고 있던 영국의 해리 바든(Harry Vardon, 오늘날 대부분의 골퍼들이 하는 바든 그립의 창시자), 그리고 같은 영국의 테드 레이(Ted Ray)가 출전한 US오픈을 구경하는 기회를 얻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두 선수가 동점이 되어 당시 19세의 미국 아마추어 프란시스 위멧(Francis Ouimet)과 함께 연장전을 벌여 위멧이 두 영국 프로를 꺾고 우승했다. 



 



어린 존스는 이 경기에서 평생의 교훈을 얻는다. 우승은 못했지만 아름답고 부드러운 스윙에 견실한 플레이, 모든 홀을 파를 목표로 주변과 초연한 자세로 플레이하는 해리 바든의 모습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어린 존스는 바든이 경쟁자나 갤러리들을 잊은 채 다른 그 무엇과 플레이하는 것처럼 느꼈다.



존스는 바든의 플레이를 보며 혼자 중얼거렸다. "골프란 어느 사람에 대해서가 아니고 어느 것에 대해서 플레이하는 것이다." '그 어느 것'이란 바로 파(PAR)였다. 상대 선수가 아니라 홀마다의 파와 경쟁한다는 것인데 그는 이를 '올드 맨 파(Old man Par)'라는 친근한 이름으로 의인화하고 외부 경쟁자가 아닌 내부의 '올드 맨 파'와 경기하는 철학과 지혜를 터득하게 된다.



 



1925년 US오픈에서 그는 골프사에 회자되는 유명한 일화를 만들어낸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1타차 선두를 유지, 우승을 목전에 둔 존스는 러프에서 어드레스 하려는 순간 볼이 움직이자 본 사람이 없었지만 경기위원회에 자진 신고했다. 1벌타를 받은 그는 연장전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다.



 



이를 두고 그의 친구이자 언론인인 O.B 킬러 기자는 "나는 그가 우승하는 것보다 벌타를 스스로 부가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 한 타가 없었더라면 플레이오프 없이 존스의 우승으로 끝났을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보다 더 멋있는 것이 바로 존스의 자진 신고였다"고 기록했다. 이 사건을 두고 언론이 칭송하자 존스는 "당연한 것을 했을 뿐이다. 내가 은행 강도를 하지 않았다고 나를 칭찬하려는가?"라는 반응을 보여 화제가 되었다.



 



이런 그가 1930년 11월 28세의 나이에 은퇴를 선언하자 미국 골프계는 '존스 없는 골프는 파리가 없는 프랑스와 같다'는 말로 슬픔을 표했다. 당시 언론은 그를 '미국에서 로버트 리 장군 이래 가장 인기 높은 남부인'이라고 표현하며 '그의 은퇴로 남부인의 자랑이 사라졌다'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매년 4월 둘째 주 목요일부터 일요일(올해는 미국시간 4월11일~14일)까지 세계 골프 팬들의 이목은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오거스타내셔널 골프코스로 쏠린다.



 



마스터스는 골프선수라면 평생 한 번이라도 참가하는 것을 최대 영광으로 여기는 '꿈의 무대'다. 4대 메이저 중에서 그린재킷을 입는 마스터스를 최고로 친다. 세계의 별들을 괴롭히는 골프 코스 또한 세계 최고 명문 코스의 하나로 꼽힌다.



 



골프 팬들은 물론 골프 문외한들까지 열광케 하는 마스터스 인기 비밀은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코스를 만들어 이 대회를 처음 창설한 '구성(球聖)' 바비 존스에 있다. 그는 은퇴 후 금융계 친구 클리포드 로버츠와 함께 1934년 오거스타 내셔널코스를 만들어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개최함으로써 골프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주었다. 매년 4월 열리는 이 대회는 4대 메이저 중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존스는 이 대회와 함께 불멸의 전설로 남게 되었다. 



 



오거스타 내셔널코스는 골퍼가 아니더라도 평생 한 번 밟아 보고 싶은 아름다운 코스로 '신들의 정원'이란 찬사가 뒤따른다.



 



코스를 조성할 때부터 자연미를 철저히 살리면서 난이도를 높여 골퍼들의 도전욕을 불태운다. 마스터스 대회 두 달 전부터 출입을 통제하고 대회가 끝난 뒤 5월부터 11월까지 문을 닫는다. 잔디를 보호하고 코스를 보수하기 위한 조치다. 좁은 페어웨이와 유리알 같은 그린으로 정상의 골퍼들을 시험한다. 특히 11, 12, 13번 홀로 이어지는 '아멘코너'는 오거스타 내셔널코스의 백미로, 이 코스를 무사히 통과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들어설 때와 나올 때 '아멘'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올해 '명인 열전' 마스터스에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49)가 출전하지 못한다. 최근 훈련 중에 왼쪽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 때문이다. 회복에 3개월 이상 필요한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마스터스는 물론 US오픈 등 다른 메이저 대회는 물론 스크린 골프리그인 TGL 출전도 당분간 어렵게 됐다.



지난해 7월 디 오픈을 마친 후 허리 수술을 받은 우즈는 두 달 뒤인 9월 허리 통증을 완화하는 수술을 받아 올 시즌 PGA투어에 출전하지 못했다. 모친상의 와중에도 자신의 재단이 공동주최하는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 출전하려고 했다가 개막 직전 출전을 포기해야 했다.



 



'타이거 우즈 없는 마스터스'라니!



바비 존스가 은퇴했을 때 언론들이 '존스 없는 골프는 파리가 없는 프랑스와 같다'고 표현했었다. '지구촌 별들의 제전'인 마스터스에 별 중의 별 타이거 우즈가 출전하지 못한다니 골프 팬들의 실망이 눈에 선하다.



 



우즈는 유독 마스터스를 빛낸 별 중의 별이었다. 마지막 라운드에서 검은 바지에 빨간 티셔츠를 입은 타이거 우즈를 보기 위해 오거스타 내셔널코스에 구름 관중이 몰리곤 했다. 마스터스에서 우즈의 별은 유난히 찬란했다.



우즈는 마스터스에서 네 번(1997, 2001, 2002, 2005) 그린재킷을 입었다. 잭 니클라우스의 6회에는 못 미치지만 아놀드 파머와 같다. 필 미켈슨, 닉 팔도, 게리 플레이어, 샘 스니드, 지미 디마렛 등이 3회 우승했고 버바 왓슨, 벤 크렌쇼, 톰 왓슨, 베른하르트 랑거, 바이런 넬슨, 호세 마리아 올라자발이 2회 우승했다. 한국선수로는 2004년 최경주가 3위에 올랐었다. 



 



PGA투어 통산 82승으로 샘 스니드와 타이, 메이저 대회 우승 15승으로 잭 니클라우스에 3승 뒤진 우즈로선 기회만 되면 샘 스니드를 넘어서고 잭 니클라우스의 메이저 우승 기록에 다가서겠다는 열망을 좇을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것이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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