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스타 김예지 “연기, 해볼 의향 있다” 마음 바꾼 이유
‘비인기종목’ 설움 지우는 게 목적
“사격 많은 관심 가져줄 것 같아
다른 활동해도 본업은 사격 선수”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은메달리스트 김예지(32·임실군청)가 사격을 더 널리 알리기 위해 진짜 ‘연기’도 할 수 있다는 의향을 직접 밝혔다.
김예지는 20일 전남 나주의 전라남도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제54회 봉황기 전국사격대회에 출전해 가진 ‘올림픽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예능, 광고 섭외가 많이 들어왔는데 경기에 무리 가지 않는 한에서 해보려고 한다. 영화나 드라마 출연 같은 연기도 훈련과 경기에 지장이 가지 않는다면 해볼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김예지는 파리 올림픽에서 여자 10m 공기권총 은메달을 땄다. 카리스마 넘치는 경기 모습과 표정이 화제가 됐고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예지를 액션 영화에 캐스팅해야 한다. 연기할 필요조차 없다”고 적으면서 김예지는 월드스타가 됐다.
김예지는 대회 기간 열린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영화 출연 생각은 없다. 나는 운동선수”라고 선을 그었지만 귀국 후 한 연예 매니지먼트사와 계약했다.
김예지는 “예능은 물론 광고도 게임회사, 식품회사 등 여러 종류로 들어왔다. 미국에서도 광고 출연 요청이 왔다. 경기에 무리 가지 않는 선에서 하려 하는데, 찍게 되면 국민 여러분이 사격 선수가 이런 것도 하네, 하고 사격에 좀 더 많은 관심을 주실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격은 인기종목이 아니다. 여러 올림픽 메달종목들처럼 국제종합대회에서 성적을 거둘 때 많은 관심을 받다가 시간이 지나면 잊히곤 한다. 김예지는 다른 활동도 해보기로 마음을 바꾼 계기를 설명하며 ‘비인기종목’이라는 표현을 여러 번 사용했고 그동안 설움도 느꼈다고 했다.
김예지는 “(코리아하우스 인터뷰 이후) 심경의 변화가 있었다. 내가 무조건 운동만 하고 기록을 내서 사격을 알리는 데는 한계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림픽 메달을 따도 ‘반짝’이고 얼마 지나면 내 이름은 금방 잊혀지겠지만, 다른 활동도 한다면 사격이라는 꼬리표가 계속 붙어다니니까 계속 사격을 기억해주실 것 같아 그렇게 결정했다. 후배들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운동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른 활동을 하더라도 본업은 사격 선수다. 김예지는 “내게 있어 목표는 운동밖에 없다. 내년 세계선수권, 2년 뒤 아시안게임, 4년 뒤 LA 올림픽에서 매번 나를 뛰어넘는 것이 목표다. 내게 있어서 목표는 나뿐”이라고 말했다.
외부 활동은 이날 시작된 봉황기대회에 이어 경찰청장기대회까지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대회들을 마친 이후에나 시작할 계획이다.
대회 기간 내내 가장 큰 관심을 받고 미국 NBC가 선정한 파리 올림픽 10대 스타까지 선정된 김예지는 귀국해서도 달라진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김예지는 “오늘도 서울, 경기, 원주, 광주 이런 먼 곳에서 직접 찾아와 응원해주신 팬들이 계셨다. SNS로도 많은 분들이 나 때문에 희망을 얻었다, 사격에 취미가 생겼다 하는 글을 많이 접해 뿌듯하다. 내게도 힘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예지는 이날 대회 여자 일반부 25m 권총 부문에서 본선에서는 대회 신기록(590점)을 세웠으나 결선에서는 4위를 했다. 김예지는 “앞으로 얼마나 더 나아질 수 있는 선수인지는 몰라도 지금보다 더 떨어질 선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응원할 맛이 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며 4년 뒤 LA 올림픽의 금메달 도전을 약속했다.
나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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