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뜨거운 안세영 논란, 한국 스포츠 혁신 계기돼야

이석무 2024. 8. 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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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세영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안세영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28년 만에 한국에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을 안겼다.

안세영 발언 이후 협회는 하루아침에 '공공의 적'으로 전락했다.

그렇지 않고선 많은 사람이 상처만 입고, 한국 스포츠는 퇴보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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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여자단식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작심발언을 쏟아내 파장을 일으킨 안세영. 사진=연합뉴스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열린 안세영의 작심 발언 관련 대한배드민턴협회 자체 진상조사위원회 회의에 김학균 배드민턴 국가대표팀 감독을 비롯해 위원, 협회 관계자 등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안세영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안세영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28년 만에 한국에 배드민턴 여자단식 금메달을 안겼다. 기쁨과 감격은 오래가지 않았다. 금메달을 따자마자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 코치진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부상 관리 및 선수 지원, 부당한 관행 등을 지적하면서 섭섭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원동력은 내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분노였다”는 말은 실로 충격적이었다.

안세영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좋은 방향으로 규정과 시스템을 바꿔 나가자’는 것이었다. 문제는 전하는 방식과 내용이었다. 세련되지 못했고 거칠었다. 폭로 이후 한국 선수단은 역대 최고 성적을 내고도 축제 분위기를 즐기지 못했다. 귀국 환영식도 열지 못하고 도망치듯 공항을 빠져나가야 했다.

가장 난리 난 것은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표팀이다. 안세영 발언 이후 협회는 하루아침에 ‘공공의 적’으로 전락했다. 올림픽만을 바라보고 선수들과 함께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던 코치진은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여기자기 조사받으러 다니는 신세가 됐다. 선수촌에서 동고동락했던 동료들은 막내에게 빨래나 청소를 시키는 갑질 선수 취급을 받고 있다. 은메달을 딴 혼합복식조는 안세영이 불참한 기자회견에서 안세영 관련 질문을 다 받아야 했다. 물론 흔한 공항 환영 행사나 인터뷰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안세영은 뒤늦게 상황 파악이 된 모양이다. 최근 SNS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금메달 직후에 비해 한층 누그러진 모습이다. 그는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불합리하지만 관습적으로 해오던 것들을 조금 더 유연하게 바뀌어 나갔으면 하는 바람에 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협회와 시시비비를 가리는 공방전이 아닌 내가 겪은 일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있기를 내심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세영의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충분히 하고 싶은 말을 할 자격이 있고, 자유도 있다. 안타깝게도 이후 벌어질 일은 안세영이 원하는대로 ‘유연하게’ 흘러가지는 않을 것 같다. 안세영의 부모가 과거 사석에서 했던 말들이 공개됐고 협회는 이를 반박하고 나섰다. ‘진실공방’이라 쓰고 ‘진흙탕 싸움’이라 읽힌다.

파문은 체육계 전반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협회에 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폭로 내용뿐 아니라 논란이 된 제도 관련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겠다고 했다. 대한체육회는 조사위를 꾸려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 협회도 자체적인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이미 1차 회의를 마쳤다.

어차피 물은 엎질러졌다. 판이 벌어진 만큼 문제가 있는 부분을 명명백백히 가려야 한다. 일이 걷잡을 수 없이 터졌는데 대충 덮고 넘어가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한국 스포츠가 구태에서 벗어날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가능하다면 배드민턴을 넘어 종목 단체 전체를 들여다보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미 문체부는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감사를 직접 진행 중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도 “지금 새롭게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계속 이런 일(안세영의 문제 제기)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며 “지금이 체육 정책을 새롭게 다듬고 개혁하는 적기”라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이 몇몇 사람을 ‘나쁜 놈’ 만들고 매장하는 것으로 끝나선 안 된다. 시대에 맞지 않는 제도와 관습을 개선하고, 미래지향적 방안을 찾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많은 사람이 상처만 입고, 한국 스포츠는 퇴보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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