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구름 잔뜩 낀 철강 빅 2…신 패러다임으로 맞선다
"수소·전기로와 신사업 투자로 극복할 것"
철강업체들이 글로벌 리스크에 휘청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 규제에 더해 중국의 밀어내기식 철강 수출이 이들을 압박하고 있다. 이에 국내 철강 빅 2인 포스코홀딩스(POSCO홀딩스)와 현대제철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중국에 치이고 탄소중립에 밀리고
13일 중국 세관에 따르면 7월 중국의 철강 수출 물량은 782만 7000톤(t)으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누적 기준으로 보면 증가세는 더 두드러진다. 7월 누적 기준 수출 물량은 6122만7000톤(t)으로 전년 대비 21.8% 증가했다.
이와 함께 중국도 고부가 가치 철강 제품 생산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어 기술적 우위에 따른 차별성도 점차 사라질 전망이다. 대표적 고부가 가치 제품인 열연 강판의 중국 생산량은 지난해 2000만(t)을 넘어서며 같은 기간 40% 이상 늘었다.
중국산 열연 강판이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물량이 투입되자 지난해 6월 기준 톤(t) 당 108만원 대를 보인 국내산 열연코일 가격은 현재 88만원대로 주저앉았다.
이에 더해 미국과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 규제도 임박했다. 이들은 각각 2025년, 2026년부터 '청정경쟁법'(CCA),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한다. CCA는 제품 생산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 1톤(t) 당 55달러의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이 골자다.
CBAM은 EU 역외에서 수입된 제품의 탄소 배출량이 역내보다 많다면, 초과분에 대해 인증서 구매를 통해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실질적 탄소 국경세다. 탄소 국경세는 자국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의 제품을 수입할 경우 발생하는 세금이다. 수출국 입장에선 '무역 장벽'이다.
관계당국은 "중국산 철강재 일부 제품 반덤핑 조사를 검토 중이며, 미국과 EU 등 주요 선진국을 비롯한 중남미 국가 등에도 관세 부과를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권오익 한국은행 포항본부 과장은 "철강제품 수출은 물량이 감소하고 단가 하락의 영향이 지속되면서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며 "수출단가는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며 구체적 수준은 원재료 가격 변동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철강 빅 2, 수소·전기 중심 新 철강 패러다임으로 대응
글로벌 변수들은 철강 빅 2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2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은 75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3% 감소했다. 현대제철도 2분기 영업이익이 980억원으로 작년보다 78.9%나 급감했다.
주거용·상업용 건물을 중심으로 한 입주물량 축소와 신규 착공 부진의 영향으로 공사 물량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어 철강업계는 이중고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포스코홀딩스와 현대제철은 각각 수소와 전기를 통해 실적을 끌어올리고 새로운 철강 패러다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포스코홀딩스는 그룹의 숙원사업인 수소환원제철에 본격 착수했다. 수소환원제철은 현 포항제철소 인근 바다 41만여 평을 매립, 수소환원제철소를 건립해 철을 생산하는 공법으로 포스코홀딩스는 2030년까지 탈 탄소 50%, 2050년까지 100%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포스코홀딩스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기본 로드맵을 통해 수소환원제철 기술인 하이렉스(HyREX) 상용화와 전기로 확대 투자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올해 그룹 전체 투자 예산인 10조 8000억원의 41.7%(4조 5000억원)을 철강에 투입한다.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전략기획총괄(대표이사 사장)은 "철강은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주요 설비인 전기 용융로 시험설비가 4월에 처음 출선했다"며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 관련 정부 부처와 머리를 맞대고 협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해상풍력 프로젝트와 건설기계용 수요 확보에 나서는 한편, 자동차 산업에 초점을 맞춰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강관 자회사인 현대스틸파이프를 통해 강관사업 경쟁력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관련해 현대제철은 유럽에서 고객사들과 탄소 저감 강판 판매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체코 자동차 부품사인 TAWESCO, 이태리의 자동차 강판 전문 가공 업체 EUSIDER와 오는 9월부터 탄소 저감 강판 부품 테스트를 진행하고 공동 마케팅에 나선다.
이번 협약 기업들은 폭스바겐, 스텔란티스 등에 철강 소재를 공급하고 있어 현대제철 입장에서는 CBAM을 충족할 수 있고,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탄소 저감 강판 확보라는 니즈를 채울 수 있다.
현대제철 미국 조지아 공장은 CCA에 대응해 오는 9월 전기차 전용 강판 가공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 현대제철 해외스틸서비스센터(SSC)에는 1031억원이 투자됐다. 해당 공장에는 슬리터 1기와 블랭킹 2기 등의 설비가 들어선다. 연간 생산능력은 1기당 슬리터 12만톤(t), 블랭킹 800만장 규모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회사는 고로와 전기로를 한 공장 안에 보유하고 있는 생산 프로세스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으로 탄소중립 생산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해 고로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탄소 저감 고부가 강판 생산을 통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최지훈 (jhcho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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