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바다로 변한 전웅태의 믹스트존 인터뷰 “동생 앞에서 우는 부끄러운 형이 됐네요”[올림픽x인터뷰]
터벅터벅 걸었다. 믹스트존에 들어선 그의 숨소리에는 이미 물기가 가득했다. 불운과 실수가 겹친 아쉬움이 평소 미소가 가득했던 얼굴을 눈물자욱으로 바꿔놨다. 전웅태(29·광주광역시청)는 “국민들의 응원에 부응하고 싶었다. 안 되는 날이 있는데, 오늘이 그랬다. 이걸 이겨내는 게 선수인데 그러지 못했습니다”고 고개를 떨궜다.
전웅태는 11일 프랑스 베르사유 샤토 드 베르샤유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근대5종 남자 결승에서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런(육상+사격) 경기 결과 총 1526점으로 전체 6위로 대회를 마쳤다. 3년 전 도쿄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던 그는 파리에서 한 발 더 나아가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전웅태는 이날 첫 경기였던 승마에서 말이 야속할 법 했다. 장애물 하나 떨어뜨린 게 없는데, 5번째 장애물에서 말이 코스를 이탈해 시간 페널티를 받았다. 300점 만점에 287점. 종합 순위는 4위를 유지해 입상 희망을 유지했지만, 전날 펜싱 랭킹 라운드(235점)에서 도쿄 대회보다 높은 순위(9위→4위)을 받았던 기세가 가라앉았다.
다행히 전웅태는 펜싱 보너스 라운드에서 알렉산드레 달렌바흐(스위스), 파벨스 스베코스(라트비아), 아메드 엘겐디(이집트)를 연파하며 6점을 더해 중간 합계 3위(528점)로 도약했다. 수영에서도 1분 59초 41의 기록으로 312점(7위)을 추가해 3위(840점)를 유지했다. 장기인 레이저런에서 선두 아메드 엘겐디(이집트)보다 17초 늦게 출발하지만, 충분히 역전도 가능했다.
그러나 전웅태는 그 희망이 거꾸로 발목을 잡았다. 엘겐디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첫 사격이 말을 듣지 않았다. 5발을 맞추는데 걸린 시간이 25.77초. 두 번째 사격에서 12초대를 유지하면서 살아나는 듯 했지만, 이후 사격에서 부진이 이어지면서 6위까지 밀려나고 말았다.
전웅태는 “승마부터 실수가 있었죠. 다음 경기에서 잘 잡았는데 마지막 레이저런에서 끝맺음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게 제 실수”라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첫 사격을 마치고 실수를 줄여야 겠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또 실수가 나오니 저도 모르게 마음이 급했네요”라고 덧붙였다.
불운과 실수를 곱씹는 전웅태의 머릿속에선 3년간 자신과 싸웠던 나날이 흘러갔다. 2022년 국제근대5종연맹(UIPM) 월드컵 3차 대회에서 역대 최고점인 1537점으로 우승했고, 그해 월드컵 파이널 개인전 금메달도 목에 걸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도 우승해 남자 근대5종 역사상 처음으로 개인전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두 달 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동메달을 따낸 터라 이번 올림픽은 자신의 무대로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터였다.
전웅태의 눈물이 터진 것도 이 때였다.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흘린 그는 “저희가 함께 했던 올해 고생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네요. 동생(서창완) 앞에서 우는 그런 형이 된 것 같아서 부끄럽습니다. (누구보다 더 많이 땀을 흘렸다고 믿기에) 그래서 아쉬워요”라고 말했다. 전웅태에 이어 7위로 대회를 마감한 서창완(27·국군체육부대)은 “저도 아쉬운데 형(전웅태)은 심정이 어떨까요. 그만큼 형은 노력했습니다”고 위로했다.
눈물을 흘린 채 파리를 향한 여정을 마친 전웅태는 여자부 결승에 진출한 성승민(21·한국체대)는 자신과 다른 결과를 안기를 기원했다.
“우리보다 더 열심히 했고, 노력한 걸 알고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믿고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응원해주고 싶어요. 저도 근대 5종에서 더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파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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