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키 활용한 공격 강점…김유진, '다크호스'에서 '세계 최고'로(종합)[파리2024]
대륙별 선발전 거쳐 간신히 선 올림픽서 금빛 발차기
[파리=뉴시스]김희준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은 김유진(24·울산광역시체육회)이 선보인 '다크호스의 반란'으로 막을 내렸다.
세계태권도연맹(WT)이 대회 직전인 6월까지 집계한 올림픽 겨루기 랭킹에서 24위였던 김유진은 강호들을 연파하며 세계 최고의 자리를 점령했다.
김유진은 9일(한국시각) 프랑스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대회 태권도 여자 57㎏급 결승에서 랭킹 2위 나히드 키야니찬데(이란)를 라운드 점수 2-0(5-1 9-0)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크호스' 정도로 분류됐던 김유진은 매서운 파란을 일으키며 금메달에 입맞춤했다.
랭킹 20위대에 아시아 대륙별 선발전까지 거친 김유진을 메달 후보로 꼽는 이는 많지 않았으나 강호를 연달아 제압했다.
16강전에서 랭킹 5위이자 2021년 도쿄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인 하티제 일귄(튀르키예)을 꺾으며 기세를 끌어올린 김유진은 8강전에서는 랭킹 4위인 한국계 캐나다 선수 스카일라 박을 물리쳤다. 모두 라운드 점수 2-0으로 경기를 마쳤다.
김유진이 준결승에서 꺾은 뤄쭝스(중국)는 이 체급 1위이자 2022년 과달라하라 세계선수권 챔피언이다.
결승에서 랭킹 2위로 지난해 바쿠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키야니찬데까지 잡은 김유진은 소중한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는데 힘써 일궈낸 금메달이다.
김유진은 183㎝으로 이 체급에서 키가 큰 편이다. 긴 다리의 앞발을 활용한 상단 공격이 최대 강점이다. 비교적 키가 작은 상대 선수들은 긴 리치를 사용한 김유진의 공격을 막거나 피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신장에서 우위지만 같은 체급 선수들에 비해 순발력에서는 열세다. 김유진은 올림픽을 앞두고 순발력, 체력을 키우고자 유산소 훈련에 매진했는데, 효과를 톡톡히 봤다.
김유진을 지도하는 손효봉 코치는 "내가 10㎏가 빠지고 피부가 까매질 정도로 체력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김유진은 "체력이 생기다보니 상대가 먼저 힘들어하더라. 그래서 더 힘이 났다"고 밝혔다.
또 올림픽에 대비해 뒷발인 왼발을 짧은 거리에서 상대 안면으로 밀어넣는 득점 기술도 강화했다. 상대가 긴 다리를 활용한 김유진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근접전을 펼칠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
손 코치는 "키가 큰 선수들은 앞발(김유진의 경우 오른발)만 쓰려고 한다. 그러면 한계가 생기게 마련이고, 김유진도 왼발에 약점이 있었다"며 "오른 발차기를 100번 했다고 하면 왼 발차기는 300번을 했다. 뤄쭝스와의 준결승에서 왼 발차기 훈련이 빛을 발했다"고 분석했다.
세계선수권 출전이 한 번에 그칠 정도로 비교적 적은 메이저 국제대회 경험이 약점으로 꼽혔지만, 상대 선수들이 최근의 김유진에 대한 전력 분석이 덜 돼 있었던 것이 오히려 이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고는 못 사는' 강인한 승부근성도 김유진의 강점 중 하나다. 벅찬 훈련량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소화하는 '독종'으로 손꼽힌다.
손 코치는 "김유진의 모든 일상은 운동에 맞춰져 있다. 유럽 전지훈련 때 저녁에 현지에 도착했는데, 시차가 있는데도 운동하겠다고 나오더라. 정말 독하다"고 소개했다.
김유진은 8살 때 호신술을 배우라는 할머니의 손에 이끌려 태권도를 시작했다.
태권도에 즐거움을 느끼며 도장을 다니던 김유진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현재도 183㎝의 장신인 김유진은 어릴 적에도 또래들보다 키가 컸다. 중학교, 고교 시절 큰 키를 앞세운 김유진의 적수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성인 국제 무대에서는 이름을 널리 알리지는 못했다.
한참 랭킹을 올릴 시기에 무릎 부상에 가로막혔다. 특히 2022년 과달라하라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무릎 부상을 당해 1년 동안 재활에 매달린 것은 치명타가 됐다.
실력에 비해 랭킹이 24위로 낮았던 이유다.
올해 2월 국내 선발전, 3월 중국 타이안에서 열린 아시아 대륙별 선발전을 거치며 한층 정신력을 무장한 김유진은 올해 5월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하며 자신감을 더욱 끌어올렸고, 상승세를 올림픽까지 이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jinxij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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