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 화장품 사업 '골칫거리'서 '효자'로…해외 공략 통했다
상반기 매출 14% 늘며 회복세 뚜렷
일본·미국 등 해외 신시장 개척 나서
애경산업의 화장품 사업이 다시 고공성장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계속 안정적인 매출을 내는 한편 신시장으로 점찍은 일본에서도 급성장 중이다. 애경산업은 하반기에도 일본과 미국 등 신시장 개척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고공성장
애경산업의 2분기 매출은 1736억원으로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5.4% 늘어난 175억원을 기록했다. 생활용품 사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지만 화장품 사업의 성장이 이를 방어했다.
애경산업의 2분기 화장품 사업 매출액은 73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5%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9.1% 늘어난 125억원이었다. 이는 최근 5년 사이 분기 기준 최고 실적이다. 화장품 사업이 2분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2.1%로 늘어났다.
애경산업의 화장품 사업은 1분기에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전년 동기보다 7.6%, 13.7%씩 늘며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상반기 매출액은 1362억원, 영업이익은 223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각각 13.7%, 21.8%씩 증가했다. 상반기를 기준으로 한 화장품 매출 비중은 39.7%다.
화장품 실적이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중국 내 매출이 안정화 한 덕분이다. 동시에 일본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고객 타깃층을 확대하면서 꾸준한 매출을 내고 있다. 특히 애경산업의 일본 매출은 올 상반기 회사 내부 기준으로 전년보다 4배 성장했다.
40년간 우여곡절
애경산업의 화장품 사업은 수십년간 계속 우여곡절을 겪어왔다. 애경산업이 화장품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애경산업(당시 애경유지공업)은 1984년 미국 '폰즈'와 화장품 제조 관련 기술 제휴를 통해 '애경폰즈'를 설립하며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폰즈는 클렌징용 화장품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폰즈가 1987년 영국 '유니레버'에 흡수되면서 애경폰즈는 사라졌지만, 앞서 1985년 애경유지공업과 유니레버의 합작사로 출발한 애경산업이 폰즈 등 화장품을 계속 생산할 수 있었다.
애경산업이 1992년 유니레버와 결별하면서 폰즈 생산도 중단됐다. 이후 애경산업은 국내 클렌징 화장품의 원조로 불리는 '포인트', 여드름용 화장품 '에이솔루션' 등을 자체 기술로 선보이며 화장품 사업에 재시동을 걸었다. 이들 브랜드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중저가를 내세운 브랜드숍 광풍이 불면서 애경산업의 화장품 브랜드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애경산업의 화장품 사업이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지주사 AK홀딩스가 출범하면서부터다. 당시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장남 채형석 총괄부회장이 사업 다각화를 주도하면서 신성장동력으로 화장품을 점찍었다. 이때 선보인 브랜드가 현재도 애경산업을 대표하는 '에이지투웨니스'다.
에이지투웨니스의 '에센스 팩트'가 홈쇼핑 채널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애경산업의 화장품 사업도 고공성장을 하기 시작했다. 애경산업의 화장품 매출 비중은 2014년 5.5%였던 것이 2017년에는 43.3%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여세를 몰아 애경산업은 2018년 유가증권시장 상장에도 성공했다. 그해 애경산업의 매출액은 6996억원, 영업이익은 78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화장품 사업 매출액은 3581억원으로 역시 역대 최대치였고, 매출 비중도 51.2%를 기록하며 전체 매출의 절반을 넘어섰다.
하지만 영광은 그때뿐이었다. 당시 애경산업의 화장품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했다. 대부분은 중국향이었다. 국내에서는 홈쇼핑 채널 의존도가 너무 높았다. 2019년쯤부터 중국이 다이궁(보따리상) 규제를 시작했고 홈쇼핑 시장마저 둔화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지며 애경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2020년 애경산업 화장품 사업 매출액은 2111억원, 영업이익은 133억원까지 떨어졌다. 화장품의 매출 비중도 35.9%까지 하락했다.
신시장 겨냥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이던 2022년까지도 계속 침체돼 있던 애경산업의 화장품 사업은 지난해부터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다. 애경산업이 중국 수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해외 시장 다변화에 나선 것이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애경산업이 새로운 시장으로 점 찍은 곳은 일본과 미국이다. 애경산업은 메이크업 브랜드 '루나'를 통해 일본을 공략하고 있다. 루나는 2021년 큐텐재팬, 라쿠텐 등 온라인 플랫폼에 입점해 온라인 인지도를 끌어올린 후 2022년 11월 일본 오프라인 채널 12곳에 650여 점포를 냈다. 이후 공격적인 채널 확대를 통해 오프라인 점포 수를 지난 6월 기준 4600여 개로 확대했다. 올 상반기에는 제품군도 확대했다.
애경산업의 대표 브랜드인 에이지투웨니스 역시 일본 공략을 본격화 하고 있다. 대표 스테디셀러 '에센스 팩트'를 일본에 맞춰 현지화한 제품인 '베일 누디 에센스 팩트 글로우'를 지난 4월 출시했다. 같은 달에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신제품 설명회도 가졌다. 애경산업은 이 제품을 일본 드럭스토어와 쇼핑몰에서 선보인 후 유통망을 확대해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해 나갈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온라인 유통망 구축에 집중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지난 4월 글로벌 K뷰티 유통 플랫폼 '실리콘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에이지투웨니스의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미국 소비자에 맞춰 '에센스 팩트'의 색상을 다양화 한 현지 전용 상품도 선보였다. 하반기에는 현지 전용 상품으로 개발된 선케어를 출시할 예정이다.
애경산업의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는 '고급화' 전략에 집중한다. 에이지투웨니스는 올해 초 럭셔리 라인 제품을 선보였고 지난 6월 프리미엄 라인을 추가하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글로벌 점유율 확대에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며 "특히 중국에서의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함과 동시에 비중국 지역의 확장을 통한 외형 확대를 위해 핵심 브랜드 등의 전략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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