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F보다 더 올려라"…KCGI, 한양증권 입찰 막판 600억 '추가 베팅'
당초 제안한 가격보다 대폭 높여 뒤집기...증시 급락에 펀딩 가능할지 관심
"매각 측과 교감 없으면 불가능" 후보들 강성부 '들러리' 섰다며 반발
한양증권 인수합병(M&A) 과정에서 KCGI가 애초 제시한 인수가격은 18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공개된 실제 인수가격은 이보다 600억원 높은 2448억원에 달했다. 2000억원대를 써낸 것으로 전해진 LF그룹, 케이프투자증권 등을 따돌리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입찰에 참여한 후보들은 KCGI와 한양학원이 '특혜설 의혹'을 의식해 막판 무리하게 가격을 올려 합의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한양증권 매각은 초기부터 KCGI로 인수자를 내정해놓고 형식적으로 입찰을 진행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CGI가 지난달 23일 진행된 한양증권 입찰에서 제출한 인수가는 약 1800억원 수준으로 알려져 있었다. 케이엘앤파트너스-HXD화성개발 등 다른 후보들도 KCGI와 비슷하게 작년 말 자기자본(4898억원)을 기준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1 내지 1 초반에 가까운 숫자를 낸 곳이 많았다.
이 가운데 LF그룹이 PBR 약 1.4~1.5배로 2000억원 초반대를 써서 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유력한 인수후보로 부상했다. 매물로 나왔을 때부터 본입찰에선 한양학원과 밀접한 KCGI와 가격 우위에 선 LF 간의 대결 구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업계 예상을 깨고 매각 측은 본입찰 없이 우선협상대상자를 발표했다. 매각을 공식화한 지 불과 3주 만이다. 시장을 놀라게 한 건 KCGI의 인수가격이었다. 당초 제출한 가격으로 알려진 약 1800억원보다 약 600억원을 얹은 2448억원으로 지분 29.6%에 대한 인수가를 확정했다. PBR 1.7배에 이르는 수준이다.
인수 후보들 사이에선 KCGI와 매각 측이 사실상 거래를 확정해놓고 '특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LF보다 높은 값으로 조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양학원은 사립교육재단으로 공익목적으로 설립됐기 때문에 입찰가가 낮은 후보가 선정되면 이사들에게 배임 논란이 있을 수 있어 특혜 논란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인수전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KCGI 인수가가 2448억원이라고 해서 모두가 놀랐다. 정황상 KCGI가 입찰 가격을 추후 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후보들 사이에서 매각전 내내 KCGI의 들러리가 된 것 같다는 시각이 많았는데 실제로 그랬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한양증권 매각은 처음 개시됐을 때부터 KCGI로 사실상 인수자가 내정됐다는 시각이 많았다. 강성부 대표가 이사장 아들을 채용하는 등 한양학원과 밀월 관계라는 말이 파다했다. 일반적인 매각 절차와 다른 점도 적지 않았다. 주관사도 없었고 본입찰도 없었다. 한양학원 측이 한양증권 보유 지분 일부는 남겨놓기로 하면서 각종 파킹설 의혹도 확산됐다. 이변 없이 KCGI가 우협으로 선정된 가운데 인수가까지 조정했다는 언급이 나오면서 특혜 의혹이 더해진 셈이다.
금융당국은 대주주 적격성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파킹거래나 불공정 입찰 정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파킹딜 논란으로 대주주 적격성 문턱을 넘지 못한 사례가 있다. 2015년 일본계 사모펀드(PEF) 운용사 오릭스PE가 현대증권 인수를 추진했다가 대주주적격성 심사가 3차례 지연되면서 결국 포기했었다. 당시 현대그룹은 매각 3년 이후 오릭스PE가 지분을 매각할 때 우선협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옵션을, 인수 4년 이후엔 정해놓은 가격에 지분을 되사올 수 있는 콜옵션을 달았다.
시장에선 금융당국 심사에 앞서 KCGI의 펀드 모집에 주목하고 있다. 과도한 프리미엄에 출자자(LP) 모집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KCGI는 과거 KCGI자산운용(옛 메리츠자산운용) 인수 당시 힘을 모은 적이 있었던 HS화성 등 전략적투자자(SI)으로부터 자금 조달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HS화성은 부동산 경기 악화로 연대 보증한 시행사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어 여력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일각에선 차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LF그룹에 손을 뻗어 컨소시엄을 제안할 가능성도 내놓는다.
한 관계자는 "매각전 내내 논란이 많았지만 펀딩 과정도 순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시장도 급락하고 있어 프리미엄을 감안할 때 전략적투자자가 받쳐줘야 펀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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