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눈은 많은데, 사는 사람 없다…미술시장의 두 얼굴

유승목/성수영 2025. 7. 25. 17:3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온도차 커진 전시·거래시장
'100m 대기줄' 흔해진 미술관
가성비·인증샷 열풍에 전시 붐
론 뮤익展, 하루 5600명 관람
올 미술품 거래액 5년來 최저
고금리에 비용 부담 커지고
투자 메리트 떨어져 거래 '뚝'
업계 "법인에 稅혜택 등 줘야"
< 아트페어는 '썰렁' > 지난 5월 8일 부산 우동 벡스코에서 열린 미술품 장터 ‘아트부산 2025’ 개막일 전경. 올해 관람객은 6만여 명으로 전년 대비 1만 명가량 줄었다. /연합뉴스


‘보는 미술’은 활황인데 ‘사는 미술’은 불황인 양극화가 미술 시장에서 뚜렷해지고 있다. 유명 작품을 눈에 담기 위해 100m가 넘는 대기 줄이 미술관 앞에 생기지만 경매장에선 ‘저점 매수’를 노리는 신중한 눈치 싸움이 벌어진다. 전시만 소비되고 유통이 정체되는 구조가 굳어지면 산업으로서의 지속 가능성이 약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술관은 문전성시

< 전시장 북적이는데… > 관람객들이 지난 4월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론 뮤익의 작품을 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지난 4월부터 94일간 열린 ‘론 뮤익’ 전시에는 총 53만3035명의 관람객이 다녀갔다. 하루 평균 5671명이 작품을 감상한 셈인데, 이 미술관 개관 이후 최고 기록이다.

문화계에선 대중의 높아진 문화예술 감상 수요를 미술 전시가 흡수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3월 막을 내린 국립중앙박물관의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은 하루 관람 인원 제한(약 2400명)에도 약 3개월간 25만 명이 발 도장을 찍었고, 경기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지난달까지 열린 ‘겸재 정선’ 전시는 지리적 접근성의 한계에도 15만 명이 몰렸다. 올 상반기 관람객이 전년 동기 대비 32% 급감한 극장과 대비된다.

미술 전시가 인기를 끄는 요인 중 하나는 ‘가성비’다. 10만원을 오가는 클래식 공연이나 1만원이 넘는 영화 입장권과 비교해 저렴하다. 5000원인 론 뮤익 전시 성인 입장료는 내년 같은 전시가 열릴 일본 도쿄 모리미술관 입장료와 비교해 4분의 1 수준이다. 전시 경험을 SNS에 공유하기 쉽다는 것도 인기 비결이다. 론 뮤익 전시는 20~30대가 전체 관람객의 70%를 차지했다.

 ◇미술품 거래시장은 3년째 침체

반면 경매와 아트페어 등 미술품 매매가 이뤄지는 거래시장은 3년째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올 1~6월 경매시장 총거래액은 약 572억원으로, 전년 동기(917억원) 대비 37% 감소했다. 낙찰률은 49.77%에 그쳤다. 거래액과 낙찰률 모두 최근 5년 새 가장 낮았다. 활황으로 평가된 2022년(1446억원)과 비교하면 총거래액이 60.4% 줄었다. 인기 작가인 이우환 작품의 경매 낙찰 총액이 2022년 상반기 200억원에서 올해 39억원으로 급감한 게 이를 잘 보여준다.

손해를 보고 되파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한국 근대화단을 대표하는 화가 이인성의 ‘사과나무’는 2017년 경매에서 3억원에 낙찰됐는데, 지난달 경매에서는 2억6000만원에 손바뀜했다. 미술품 조각투자도 청약 미달로 조각투자업체가 남은 물량을 떠안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다.

해외 상황도 다르지 않다.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 등 글로벌 3대 경매사의 상반기 총낙찰액은 39억8000만달러(약 5조400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감소했다.

 ◇“거래 저변 넓혀야”

전시와 거래시장의 괴리가 커지는 것을 두고 미술계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신진 예술가 발굴과 작품 보관·운송 등을 통한 부가가치 창출은 화랑이나 아트페어, 경매 같은 유통 영역이 활성화돼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미술품 거래시장의 오랜 침체는 경기 둔화, 정치 불안 등 대내외 리스크가 두루 작용한 결과다. 고가 미술품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각광받아 왔다. 하지만 금리가 높아지자 보관이나 판매 수수료 등 비용 부담이 크고 환금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부각됐다. 미술품 담보 대출이 활성화한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금융 상품처럼 미술품을 다룰 수 있는 제도가 미비하다는 점도 투자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고액 자산가 위주인 컬렉터(수집가) 저변을 넓히기 위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은 법인이 미술품을 구매하면 1000만원까지만 손금(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하는데, 이를 3000만~5000만원까지 늘리자는 게 대표적이다. 서울옥션의 황원정 변호사는 “한국은 미술품 거래에서 법인 비중이 낮다”며 “조세제도를 문화 활성화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고 했다.

유승목/성수영 기자 mok@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