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판잔러 앞세운 中 수영, 美 혼계영 11연패 막고 최대 이변 연출
중국 수영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 또 이변을 일으켰다. 중국은 5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경영 남자 혼계영 400m 결선에서 3분27초46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터치 패드를 찍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종목 11연패에 도전했던 미국은 중국보다 0.55초 느린 3분28초01에 레이스를 마쳐 은메달을 땄다. 미국이 출전한 올림픽 남자 혼계영 400m에서 다른 나라가 우승한 건 올해의 중국이 처음이다.
남자 혼계영 400m는 1960년 로마 대회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편입됐다. 이후 미국이 금메달을 따지 못한 대회는 정치적인 이슈로 미국 선수단 전체가 불참했던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이 유일했다. 미국은 로마 대회부터 1976년 몬트리올 대회까지 이 종목을 5연패 했고, 올림픽 무대에 복귀한 1984년 LA 대회부터 2021년 열린 도쿄 대회까지 다시 10회 연속 금메달을 거머쥐어 절대적인 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쉬자위(배영)-친하이양(평영)-쑨자쥔(접영)-판잔러(자유형)로 팀을 꾸린 중국은 이날 라이언 머피(배영)-닉 핑크(평영)-케일럽 드레슬(접영)-헌터 암스트롱(자유형)을 내세운 미국을 밀어내고 64년 만에 세계 정상의 자리를 빼앗았다.
승부는 자유형으로 치러진 마지막 100m에서 갈렸다. 중국의 자유형 영자는 지난 1일 남자 자유형 100m 세계신기록을 세운 판잔러였다. 그는 프랑스와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스타트를 끊었지만, 45초92라는 괴물 같은 기록으로 마지막 100m를 역영해 경쟁자들을 차례로 제쳤다. 그가 나흘 전 작성한 100m 세계 기록(46초40)보다도 빨랐고, 미국의 최종 영자 암스트롱의 구간 기록(47초19)과는 무려 1초27 차가 났다. 새로운 '수영 괴물'의 위용을 다시 한번 뽐낸 금빛 레이스였다.
중국 수영은 이번 대회에서 미국과 호주 언론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호주 일간지 헤럴드 선은 지난 4월 20일 "2021년 7월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중국 수영 경영 선수 23명이 개막 7개월 전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는데도 대회에 정상적으로 참가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선수들이 양성 반응을 보인 금지 약물 성분은 중국 수영 스타 쑨양, 러시아 피겨 스타 카밀라 발리예바의 징계 근거가 된 트리메타지딘이다. 트리메타지딘은 의학적으로 협심증 치료제에 사용되는데, 혈류량을 늘려 체내 산소 공급을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부작용도 커 WADA는 트리메타지딘을 금지 약물로 지정했다.
그 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도 장문의 기사를 통해 "중국 수영 선수 23명이 트리메타지딘 양성 반응을 보였지만, 중국 최고 관리들은 해당 선수들의 도핑 혐의를 '무죄'로 결론짓고 별다른 징계 없이 올림픽에 내보냈다"며 "많은 도핑 전문가가 문제를 제기했지만, WADA는 중국에 유리한 결정을 내렸다"고 썼다.
중국 외교부와 WADA는 이런 주장에 즉각 "허위 정보와 진술에 의한 가짜 뉴스"라고 반박했다. 논란의 23명 중 한 명인 중국 여자 수영의 간판 장위페이는 지난 2일 접영 200m에서 동메달을 딴 뒤 "우리는 결백하다. 모든 과정은 국제수영연맹이 명확히 밝혔다"며 "중국 선수들은 왜 좋은 성적을 내면 의심을 받아야 하나. 과거 금메달 여러 개를 딴 마이클 펠프스(미국)는 왜 의심받지 않았나"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일단 이번 대회에서 '탈(脫) 아시아급' 기록을 내고 있는 판잔러는 도핑 의혹 리스트 23인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판잔러는 아시아 선수로는 1932년 미야자키 야쓰지(일본) 이후 92년 만에 올림픽 남자 자유형 100m 금메달리스트가 됐고, 남자 혼계영 400m에서도 미국의 아성을 무너뜨린 금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장위페이는 "판잔러의 세계신기록은 갑작스러운 결과가 아니다"라며 "판잔러 역시 다른 중국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선수촌에 들어선 순간부터 여러 차례 도핑 검사를 받고 있다"고 했다.
배영은 기자 bae.you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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