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3연패' 김우진, 더 주목받아야 하는 이유

양형석 2024. 7. 31.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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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올림픽] 한국양궁 최초로 올림픽 3연속 금메달을 따낸 주인공

[양형석 기자]

한국양궁이 남녀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휩쓸며 세계 최강의 면모를 재확인했다. 2016 리우올림픽과 2020 도쿄올림픽에 이은 세 대회 연속 단체전 동반 금메달이다. 특히 여자대표팀은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양궁 단체전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10번의 올림픽에서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10연패라는 전인미답의 눈부신 기록을 달성했다. 

36년 간 쌓아온 여자부의 업적에 비할 수는 없지만 사실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남자부가 더 압도적이었다. 여자부가 네덜란드와의 준결승과 중국과의 결승에서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반면에 남자부는 8강부터 결승까지 6-0,5-1,5-1이라는 여유 있는 차이로 각각 일본과 중국, 프랑스에게 승리를 거뒀다. 실제로 양궁 남자 대표팀은 이번 올림픽에서 한 번도 4세트를 치르지 않았다.

프랑스와의 결승에서 6발을 모두 10점에 명중시킨 이우석과 뛰어난 실력은 물론이고 대표팀의 분위기메이커로 형들에게 큰 힘이 되는 막내 김제덕은 금메달을 따낸 후에도 많은 화제가 됐다. 하지만 한국의 세 번째 사수로 묵묵하게 자신의 역할을 해내며 한국 양궁 역대 최초로 3연속 금메달을 목에 건 김우진은 동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 결승 한국과 프랑스의 경기에서 김우진이 마지막 한 발을 쏘고 있다.
ⓒ 연합뉴스
 
하계올림픽서 5명 뿐, 3개 이상의 금메달 보유자

올림픽은 각 나라에서 선택 받은 극 소수의 엘리트 선수만 출전할 수 있는 '꿈의 무대'다. 그 나라에서 최고의 선수로 인정 받아도 올림픽 기준기록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지역 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면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없다. 하물며 올림픽 무대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기량을 겨뤄 시상대의 가장 높은 곳에 서는 것은 운동 선수에게는 최고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20 도쿄올림픽까지 한국의 하계올림픽 역사에서 3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낸 선수는 단 5명 뿐이다. 지금은 국회의원이 된 사격의 진종오는 2008 베이징 올림픽부터 2016 리우올림픽까지 50m 자유권총에서 3회 연속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50m 자유권총은 도쿄올림픽부터 정식종목에서 제외됐다). 런던 올림픽 10m 공기권총에서도 금메달을 차지한 진종오의 올림픽 금메달은 무려 4개다.

현역 시절 '신궁'으로 불렸던 여자양궁의 김수녕도 3번의 올림픽에서 4개의 금메달을 수집했다. 1988 서울올림픽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한 김수녕은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도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은퇴했던 김수녕은 1999년 현역으로 복귀해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했고 후배선수인 윤미진,김남순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 개인전 4강에서 김수녕을 꺾고 결승에 올라 금메달을 따냈던 '무서운 여고생' 윤미진은 단체전까지 휩쓸면서 고등학교 2학년의 어린 나이에 올림픽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윤미진은 4년 후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여자양궁 대표팀의 맏언니로 출전해 박성현, 이성진과 짝을 이뤄 단체전 금메달을 수확했다. 윤미진은 2번의 올림픽에서 금메달만 3개를 따냈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2관왕을 차지했던 박성현은 4년 후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쉽게 개인전 금메달을 놓쳤지만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추가하면서 통산 3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2 런던 올림픽 결승에서 슛오프 끝에 극적으로 2관왕을 차지했던 기보배 역시 2016 리우 올림픽에 출전해 개인전 동메달과 함께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한국 여자양궁 '신궁'의 계보를 이어갔다.

리우부터 파리까지 단체전 3연속 금메달 수확

이처럼 여자양궁에서는 금메달 4개를 목에 걸었던 김수녕을 비롯해 3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낸 선수가 4명이나 나왔지만 남자양궁에서는 좀처럼 3개의 금메달을 따낸 선수가 나오지 않았다. 리우올림픽 2관왕에 빛나는 구본찬은 도쿄올림픽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했고 런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의 오진혁도 9년이 지난 도쿄올림픽에서야 커리어 두 번째 금메달을 추가할 수 있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쓸며 남자양궁의 차세대 에이스로 떠오른 김우진은 런던 올림픽에서 선발전을 통과하지 못했다. 이후 슬럼프에 빠진 김우진은 2015년 극적으로 부활해 리우올림픽에서 구본찬, 이승윤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합작했다. 김우진은 5년 후 도쿄올림픽에서도 오진혁, 김제덕과 짝을 이뤄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며 단체전 2연패에 성공했다.

작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혼성단체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김우진은 올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하며 3회 연속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냈다. 어느덧 만32세의 베테랑이자 대표팀의 맏형이 된 김우진은 올림픽에 첫 출전하는 이우석, 띠동갑(2004년생) 김제덕과 짝을 이뤄 양궁 남자단체전의 올림픽 3연패를 견인했서 본인도 올림픽 3회 연속 금메달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김우진은 이날 8강부터 결승까지 18개의 화살을 쏘면서 10개를 10점에 명중시킬 정도로 꾸준하면서도 뛰어난 기록을 세웠다. 김우진은 중국과의 준결승에서 두 번이나 8점을 쏘며 흔들렸지만 나머지 4방을 모두 10점에 명중시키면서 자신의 부진(?)을 곧바로 만회했다. 김우진은 결승에서도 한국의 금메달을 확정 짓는 마지막 화살을 10점에 꽂으면서 동생들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김우진은 김수녕조차 하지 못한 한국양궁 최초의 올림픽 3연속 금메달을 달성했지만 아직 단일 올림픽 다관왕은 경험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에서는 개인전에서 1번시드를 받으며 16강 진출에 성공했고 혼성단체전에서도 출전티켓도 따냈다. 긴장감 넘치는 경기에서도 낮은 심박수를 유지해 '수면쿵야'로 불리는 김우진이 남은 경기에서 또 다른 역사를 써내려 갈 수 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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