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연찮은 판정'에 끝까지 맞서 싸운 독립투사의 '후예'...허미미, 금메달보다 빛났던 은메달 획득 [올림픽 NOW]
[스포티비뉴스=장하준 기자] 찜찜한 판정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허미미(경북체육회)는 30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유도 여자 57kg급 결승전에서 세계랭킹 1위 크리스타 데구치(캐나다)와 연장 혈투 끝에 반칙패를 당했다.
두 선수는 치열한 공방전 끝에 나란히 지도 2개를 받았다. 이어서 연장전 도중 허미미에게 위장 공격 판정이 내려졌다. 이에 허미미는 지도 3개가 쌓였고, 곧바로 반칙패를 당했다. 허무하고도 아쉬운 패배였다.
두 선수는 연장전 2분 15초 즈음 치열한 기 싸움을 펼쳤다. 나란히 서로의 소매를 잡고 쉽게 놓지 않았다. 여기서 허미미가 저돌적인 공격을 시도했다. 오른쪽 어꺠를 넣어 메치기를 시도했는데, 데구치는 이를 허용하지 않았다. 곧바로 허미미는 반대쪽 메치기를 시도하며 데구치를 몰아붙였다. 이에 데구치는 뒤쪽으로 이동해 공격을 피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심판이 허미미의 위장 공격이라는 판정을 내린 것이다. 위장 공격이란 실제 공격할 의도가 없음에도 공격을 할 것처럼 행동을 취하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위장 공격은 보통 불리한 쪽에 놓인 선수가 방어를 위해 펼치곤 한다. 하지만 이 위장 공격은 지도를 받을 수 있는 명분이 된다.
이에 따라 허미미 입장에선 억울할 법한 판정이다. 허미미는 경기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격을 통해 데구치를 몰아붙였다. 데구치는 허미미의 공격을 막기에 급급했다. 이처럼 허미미는 물러서지 않았다. 위장 공격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심판은 연장전에 앞서 허미미의 위장 공격이라는 판정을 내리며 2번째 지도를 부여했고, 연장전에서 또다시 위장 공격을 선언하며 허미미에게 반칙패를 안겼다.
허미미를 지도한 김미정 감독은 경기 후 “마지막 위장 공격 판정을 이해할 수 없다”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찜찜한 승리를 거둔 승자 데구치도 어안이 벙벙했다. 그녀는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정확히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나지 않아 마지막 지도에 대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더 나은 유도를 위해 바꿔야 할 것이 있다”라고 말했다.
허미미는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스타’로 떠올랐다. 대회에 앞서 메달 후보 중 한 명이었던 허미미는 거침없이 나아갔다. 16강에선 넬슨 레비(이스라엘)를 상대로 반칙승을 거뒀다. 이어진 8강에서는 엥흐릴렌 라그바토구(몽골)도 제압했다. 라그바토구는 8강 전까지 허미미에게 3전 전승을 거둔 까다로운 상대였다. 그럼에도 허미미는 주눅들지 않고 결국 천적을 물리쳤다.
준결승에서는 과거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였던 실파(브라질)을 넘었다. 허미미는 골든스코어 끝에 절반으로 경기를 끝냈다.
이처럼 허미미가 승승장구함과 동시에 그녀의 뒷배경이 널리 알려지며 국민들에게 더욱 큰 감동을 안겼다.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허미미는 지난 2021년 일본 국적을 포기했다. 일제강점기 항일 격문을 붙이다 옥고를 치른 독립운동가 허석(1857~1920) 선생의 5대손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됐던 허미미는 2022년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 중이었다.
그리고 결승전에 진출한 허미미는 상대뿐만 아니라 찜찜한 심판 판정에 맞서 싸워야 했다. 덕분에 금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독립투사의 후예에게 포기란 없었고 결국 금메달보다 더 자랑스러운 은메달을 가져왔다.
한편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허미미는 "(할머니에게) 오늘까지 유도를 열심히 했고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고 싶다"라며 운을 띄웠다. 이어서 허미미는 "아쉽긴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꿈이었던 올림픽에서 태극마크와 함께 결승에 나가 정말 행복했다. 메달을 딴 것도 너무 행복하다"라며 아쉬움을 털어냈다.
다음으로 그녀는 "(애국가 가사를 미리 외웠는데) 못 불러서 아쉽다. 다음 올림픽에서는 꼭 부르고 싶다. (4년 뒤엔) 나이를 먹었을 테니 체력이 더 좋을 것 같다. 다음 올림픽에선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 같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끝으로 허미미는 "위장 공격일 줄 몰랐다. 그래도 경기의 일부니 어쩔 수 없다. 다음에는 좀 더 그런 것을 생각하며 유도를 하고 싶다"라며 씩씩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날 현장에는 한국 기자들 뿐만 아니라 일본 기자들도 허미미에게 많은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허미미는 유창한 일본어로 "이렇게 한국 대표팀에 합류해 한국을 대표해 (올림픽에서) 경기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한국 국적을 자랑스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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