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 받았습니다” 김제덕의 파이팅, LA 올림픽에선 볼 수 없을까?
3년 전 도쿄 올림픽 최고의 스타는 누가 뭐래도 ‘파이팅 보이’ 김제덕(20·예천군청)이었다. 양궁 혼성 단체전과 남자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낸 실력도 남달랐지만 동료가 화살을 과녁에 맞추면 목이 터져라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이 더 큰 관심을 받았다.
김제덕은 30일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에서도 동료들을 북돋는 응원을 펼치며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는데,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선 이 같은 장면을 보기 힘들지 모른다. 김제덕은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파이팅을 외치는 게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힘차게 외쳤습니다”고 말했다.
김제덕이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로 자리매김한 파이팅을 포기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일본과 8강전 때문이다. 한국이 세트스코어 6-0으로 완승을 거둔 이 경기에선 김제덕이 일본 쪽으로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김제덕은 심판에게 경고를 받았다. 일본 측에서 항의가 나왔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떠올린 김제덕은 “일본전이 끝난 뒤 가볍게 제재를 받았습니다. 이 부분을 신경쓰지 않고 남은 경기에서도 파이팅을 외쳤습니다”면서도 “제 파이팅이 (상대 입장에선) 도발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도 이 부분은 제 잘못이라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실제 김제덕의 응원은 이후 다소 얌전해졌다. 김제덕은 중국과 준결승, 프랑스와 결승전에선 팀 동료를 향해 몸을 틀었다. 평소 경기가 끝나면 목이 쉬었던 그가 멀쩡한 목소리로 인터뷰와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도 과거와는 달랐다.
“우리 쪽만 바라보고 파이팅을 외쳐도 충분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지만 동료를 든든하게 만들고, 상대는 압박하는 느낌이 약해진 것도 사실이다.
한국 양궁의 살아있는 전설인 기보배 광주여대 교수는 “나도 현역 시절에는 파이팅이 넘치는 선수였지만, (김)제덕 선수에게는 비할 게 아니다. 스스로 긴장을 줄이는 노하우이자 상대에게 압박을 주는 플레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김제덕이 동료를 향해 파이팅을 외치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과 실제 규정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별개다. 최경환 대한양궁협회 사무처장은 “규정상 경고를 공식적으로 받은 것은 아니다”면서 “경기가 끝나도 구두로 ‘주의’ 정도를 준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한숨을 돌린 김제덕은 다른 종목의 선수들이 파이팅을 외쳤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사격(2개)과 양궁(2개) 그리고 펜싱(1개)에서 기대 이상의 금메달이 나오면서 중간 순위가 재차 1위까지 올라간 상승세가 멈추지 않기를 바랐다.
김제덕은 “남자 단체전을 치르기 전에 종합 순위를 살펴봤더니 도쿄 올림픽보다 상당히 좋았습니다”면서 “대한민국이 모두 힘을 내고 있다는 생각에 저도 힘이 났는데, 앞으로 남은 종목에서 우리 선수들이 똑같이 파이팅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웃고 귀국길에 올랐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파리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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