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 금메달을 목에 건 날, 오상욱은 단체전 동료들을 떠올렸다[파리올림픽]
그랑팔레는 프랑스 수도 파리의 대표적인 명소다. 28일 그랑팔레엔 태극기가 펄럭였고, 동시에 애국가도 울려 퍼졌다. 2024 파리 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개인전 결승에서 파레스 페르자니(튀지니)를 꺾고 우승한 오상욱(28·대전시청)은 벅찬 표정으로 시상대 가운데에 섰다. 펜싱 종주국 프랑스에서 세계 최고 검객으로 우뚝 선 순간이었다. 3년 전 도쿄 올림픽 개인전 8강에서 탈락했던 오상욱은 파리에서 지난 대회의 아쉬움을 털어버리고도 남을 만큼의 성적을 냈다.
그가 이날 목에 건 메달은 한국 남자 사브르 첫 개인전 금메달이자,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었다. 앞서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에서 모두 개인전 금메달을 땄던 오상욱은 올림픽 금메달까지 추가하며 메이저 국제대회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했다. 금빛으로 빛나는 커리어를 완성한 오상욱은 개인적인 성공에 도취되지 않았다. 오히려 슬럼프를 겪던 시절을 떠올리며 힘든 시간을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 이들을 떠올렸다.
오상욱은 김정환, 구본길, 김준호와 함께 ‘어펜저스’로 불리며 한국 남자 사브르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이들 중 막내인 오상욱은 형들에게 많이 의지했다.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현재 가장 생각나는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은 오상욱은 “도쿄 올림픽 멤버들한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어펜저스는 그 후 김준호가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며 자연스럽게 해체 수순을 밟았다.
김준호와 김정환 자리에 박상원, 도경동 등 신예급 2명이 합류하며 오상욱도 팀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가 됐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새로운 멤버들과 호흡을 맞추는 것도, 맏형 구본길과 막내들 사이에서 중간 역할을 하는 것도 처음엔 쉽지 않았다. 손목 등 부상 여파로 개인적인 슬럼프도 있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참가한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조급함을 느끼기도 했다.
그는 “형들과 한솥밥 먹으며 펜싱 선수로서 큰 것 같은데 형들이 나갈 때가 되니까 팀에 엄청 큰 변화가 있었다”며 “어린 선수들을 데리고 단체전에 나가면 정말 크게 져서 자신감도 많이 잃었다”고 전했다. 스스로 약해졌다는 생각이 들면 훈련 강도를 높였다. 그는 “결국은 마음가짐의 문제였던 것 같다”며 “운동할 때 몸을 더 굴려서 트라우마를 이겨내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오상욱은 이번 개인전 금메달이 자신에게 아주 큰 영광을 안겼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단체전에 대한 애틋함을 숨기진 못했다. 그는 “개인전 금메달도 좋지만, 단체전과 비교할 때 더 좋진 않은 것 같다”며 “단체전은 함께 이겨내고, 서로 못한 걸 메워주는 맛이 있다”고 했다. 오상욱은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사브르 단체전 3연패를 위해 다시 한번 피스트에 오른다.
단체전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하면 올림픽 2관왕이 된다. 오상욱은 “코치님과 단체전 멤버들이 늘 소통하며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과정 자체가 수월했다”며 “코치님이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으니 그냥 열심히 하라고만 말씀해주셨다”고 했다. 한국 펜싱의 기둥으로 성장한 오상욱은 그랑팔레에 다시 한번 애국가가 울려 퍼질 날을 기다린다. 그땐 혼자가 아닐 것이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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