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엔저]⑦"자동차·철강 부문 수출 타격 주의"…일학개미 '이탈' 지속
자동차·기계 등 수출경합도 높은 품목 지원 강화 필요
엔화의 가치가 37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진 ‘슈퍼 엔저’가 지속되면서 엔화 약세가 수출 등 우리나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단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엔저가 예상보다 길어지자 일본 주식에 투자한 일학개미들의 매도세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엔·달러 환율은 장중 161.72엔을 돌파해 일본이 거품 경제에 시달리던 1986년 12월 이후 37년6개월여 만에 최고치(엔화 약세)를 보였다. 올해 초 달러당 140엔대에 머물던 엔화는 반년 만에 20엔가량 폭등해 이른바 '슈퍼 엔저'가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아시아 통화가 동반 약세를 보이는 까닭에 우리나라 환율도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4원 오른 1390.6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지난 4월16일(1394.5원) 이후 두 달 반 만에 환율이 1390원대에 오른 것이다. 같은 날 엔·달러 환율도 장중 161.9엔을 넘는 등 1986년 이후 최고 수준을 보였다.
원화는 아시아 통화와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특히 일본은 우리나라와 글로벌 시장에서 수출 경쟁 관계에 있는 탓에 엔화 약세가 곧 원화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은은 지난달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일본과의 수출 경쟁 관계 등이 부각되면서 원화와 엔화가 최근 몇 년 동안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원화 약세로 환율이 상승하면 국내 수출기업의 이익은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원유, 광물 등 원자재의 수입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에 기업 채산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일본과 경쟁하는 일부 수출 기업은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과 일본의 수출경합도는 69.2로 미국(68.5), 독일(60.3), 중국(56) 등 주요국보다 높다. 또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1%포인트 떨어질 경우 우리나라 수출 가격은 0.41%포인트, 수출 물량은 0.2%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엔화 약세가 우리나라 수출 가격과 물량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특히 수출경합도가 높은 석유류제품, 자동차 등 부문에서 타격이 클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석유제품의 한일 수출경합도는 0.827이었고 자동차·부품(0.658), 선박(0.653), 기계류(0.576)가 뒤를 이었다. 수출경합도가 1에 가까울수록 수출 시장에서의 경쟁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은 “엔저 현상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의 제품이 우리나라 제품보다 저렴해졌다”며 “엔저로 상대적인 수출경합도가 높은 자동차, 자동차부품, 기계, 석유류 제품 등의 품목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상근부회장은 지난 3일 ‘추락하는 엔화 전망과 대응’ 세미나에서 “엔저 현상은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엔화 동향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며 “양국 수출경합도가 과거에 비해 다소 낮아졌지만 일본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과 경쟁이 가장 치열한 국가이므로 엔저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한 금융, 산업 대응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철 한국경제인협회 한국경제연구원장도 이날 “초엔저 양상이 심화되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요 수출국이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되고, 일본에도 득이 될 것이 없다”며 “초엔저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일본과의 수출경합도가 높은 품목에 대한 연구개발(R&D) 등 수출지원 강화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일학개미 순매도 지속…엔화 반등 노리는 엔테크 여전한편 최근 엔저 투자에 물린 일학개미들의 일본 주식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엔화 가치가 떨어질 때 저점 매수세가 몰렸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엔저가 길어질 수 있단 우려에 매도에 나선 것이다. 일본 증시 대표 지수인 닛케이225지수는 올해 3월 처음 4만 선을 돌파하는 등 호황을 맞아 일학개미들이 순매수를 이어갔다. 그러나 엔저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일학개미들의 매도를 압박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을 5898만5589달러가량 순매도했다. 이는 2020년 9월(4847만2173달러) 이후 월간 기준 최대 액수다. 일학개미들은 지난해 4월부터 일본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지난달부터는 순매도로 돌아섰다.
슈퍼 엔저 현상에 엔화값 반등을 노리는 ‘엔테크(엔화+재테크)’ 열풍은 여전히 뜨겁다. 엔화를 저가 매수할 수 있는 지금을 노려 환차익을 실현하려는 것이다. 지난 19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6월 중 거주자 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거주자의 엔화 예금 규모는 전월보다 6000만달러 늘어난 101억3000만달러로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국내 엔화 예금 규모는 지난 5월 100억달러를 처음 넘겼다.
'엔 캐리 트레이드’ 자금도 여전히 많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의 엔화를 빌려 고금리 국가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이치은행이 추산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해당 자금의 규모는 약 20조달러에 달한다. 지금도 이 규모는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정 실장은 “미·일 금리차와 엔화 약세에 대한 기대감이 크기 때문에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는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재현 기자 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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