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약 먹고 다리가 퉁퉁… 혈압강하제 부작용, 어떤 게 있나? [이게뭐약]
◇5종류 중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가 가장 많이 처방
혈압강하제는 크게 다섯 종류로 나뉜다. ▲이뇨제 ▲교감 신경 차단제 ▲칼슘 채널 차단제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억제제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 등이다. 대한약사회 김예지 학술이사(약사)에 따르면 이뇨제는 원위세뇨관에서 물과 나트륨이 몸에 재흡수되는 것을 억제해 혈압을 낮추고, 교감 신경 차단제는 심장 수축력을 떨어뜨려 심장에서 한 번에 뿜어내는 피의 양을 줄임으로써 혈압을 낮춘다. 칼슘 채널 차단제는 혈관 평활근의 칼슘채널을 차단해 혈관을 확장시켜 혈압을 떨어뜨린다.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저해제는 혈관을 수축시키는 안지오텐신 II 생성 효소를 억제하고,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는 안지오텐신 II가 수용체에 결합해 작용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혈관을 확장해 혈압을 낮춘다.
다양한 제품이 있지만, 종류별로 하나씩만 꼽자면 ▲이뇨제에는 한국화이자제약 ‘알닥톤정’ ▲교감신경 차단제에는 현대약품 ‘테놀민정’ ▲칼슘 채널 차단제에는 에이치케이이노엔의 ‘헤르벤정’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억제제에는 보령 ‘카프릴정’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에는 DKSH코리아 ‘아타칸정’ 등이 있다.
김예지 학술이사와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원호연 교수는 가장 흔히 처방되는 혈압강하제로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를 꼽았다.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인 ‘아타칸정’만 해도 국내에서 2022년 기준 약 350억 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원호연 교수는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는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저해제와 기전이 비슷하지만, 안지오텐신 II를 직접 억제해 부작용 발생 빈도가 줄었다”고 말했다.
원 교수에 따르면 2제 복합 처방에서는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와 칼슘 채널 차단제의 병용 요법이 선호된다. 앞서 언급된 트윈스타정이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 성분과 칼슘 채널 차단 성분의 복합제다.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트윈스타정 영업 파트너인 유한양행은 지난해 트윈스타정 판매액 816억 원을 기록했다.
◇부종·기침 등 부작용 약마다 달라… 개인차도 커
부작용은 약 종류별로 조금씩 다르다. ▲이뇨제는 저혈압, 현기증, 저칼륨혈증 ▲교감신경 차단제는 기관지 수축과 말초 혈관 수축 ▲칼슘 채널 차단제는 말초성 부종, 변비, 서맥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저해제는 고칼륨혈증, 마른기침, 혈관 부종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는 고칼륨혈증 등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고혈압 환자인 이모(84)씨의 경우도 혈압을 낮추기 위해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트윈스타정’을 복용하고 있었다. 어느 날 두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부어올라 병원에 갔더니, 의사에게 평소 먹던 혈압강하제 부작용이라는 말을 들었다. 약을 DKSH코리아 ‘아타칸플러스정’과 한독 ‘라식스정’으로 바꾸고 복용량도 줄였더니 부종이 완화됐다.
이씨처럼 기존에 먹던 고혈압약 때문에 부작용을 겪었다면 주치의와 상담해야 한다. 원호연 교수는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억제제의 흔한 부작용인 기침이 발생하면 보통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로 변경한다”며 “어떤 부작용이 나타났을 때 어떤 약으로 바꾼다는 프로토콜이 정확히 있다기보다는 환자의 상태에 따라 처방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부작용의 종류와 강도를 파악해, 부작용 유발 약을 그대로 복용하면서 용량만 줄일 수도 있다. 불가피하게 먹던 약을 끊고 다른 약으로 바꿔야 할 때도 있다.
김예지 학술이사는 “부작용은 환자에 따라 개인차가 크고, 같은 약도 어떤 환자에게는 이상이 일어나는데 또 다른 환자에겐 아무 이상이 없을 수 있다”며 “의사와 상담해서 환자에게 가장 적절한 약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사 한 번으로 3~6개월 조절하는 신약 개발 중
고혈압약은 하루에 매일 같은 시간에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약 복용을 깜빡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음 번 복용할 시간대에 이전 복용량까지 합해 두 번치의 복용량을 한 번에 먹으면 안 된다. 김예지 학술이사는 “약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 깜박해서 두 번 먹으면 저혈압으로 어지러워 낙상 사고를 당할 위험이 커진다”며 “절대로 두 알 먹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약을 빼먹었다는 것을 인지한 시점에 원래 복용했어야 하는 만큼만 먹는 게 차라리 낫다.
이런 번거로움을 해결하려 한 번의 주사 투여로 혈압 조절 효과가 3~6개월간 지속되는 약제가 개발 중이다. 지난해 7월 제약사 로슈(Roche)가 앨라일람(Alnylam)과 제휴를 맺고 개발 중인 RNA 간섭치료제 ‘질레베시란(zilebesiran)’이 대표적이다. 혈관을 수축시키는 안지오텐신 II의 전구물질인 안지오텐시노겐 단백질 생성을 담당하는 유전자를 차단해, 혈압을 최대 6개월간 낮추는 원리다. 원호연 교수와 김예지 학술이사는 ‘주목하고 있는 고혈압 신약’으로 질레베시란을 꼽았다.
질레베시란은 작년 9월 경증·중등도 고혈압 성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KARDIA-1) 일차평가변수를 충족했다. 질레베시란으로만 치료받은 고혈압 환자는 위약을 투여받은 환자에 비해 6개월 후 수축기 혈압이 평균 14.5mmHg까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월에는 기존 항고혈압제 치료에도 불구하고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2상 연구(KARDIA-2 ) 결과가 발표됐다. 혈압이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 환자 672명을 대상으로 질레베시란 600mg 또는 위약을 투여하고 추적 관찰했더니, 질레베시란군은 위약군 대비 24시간 활동 수축기 혈압이 평균 4~12mmHg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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