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서 선글라스 쓰면 ‘반동’... ‘아빠’ ‘오빠’란 말도 처벌 대상
“단속원들이 손전화기(휴대전화)를 다 뒤져본다. 주소록에 ‘아빠’라고 쓰면 (남한식 표현이라고) 단속한다. 선생님도 ‘쌤’이라고 쓰면 안 된다.”(2018년 탈북 여성)
북한 김정은 체제가 주민들 사이에 남한 문화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생활 광범위한 부분에 대한 단속과 통제를 강화하고 공개 처형을 남발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부는 27일 탈북민 649명의 증언이 담긴 ‘2024 북한 인권 보고서’를 공개했다. 정부 차원의 ‘북한 인권 보고서’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발간된 것으로, 작년에 조사한 탈북민 141명의 증언이 추가됐다.
북한 당국이 주민 교육용으로 제작한 영상엔 결혼식에서 신랑이 신부를 업거나 신부가 흰색 드레스를 입고, 와인잔으로 술을 마시는 모습 등이 모두 ‘반동’ 사례로 제시됐다. 북한 당국은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도 반동으로 분류했는데, 작년 연말 북한 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 1면엔 김정은 부녀가 선글라스를 쓴 모습이 크게 실렸었다.
지난해 탈북한 남성은 “2022년 황해남도 광산에서 22세 남성이 공개 처형되는 것을 봤다”며 “괴뢰(남한)놈들 노래 70곡과 영화 3편을 보다가 체포됐고 심문 과정에서 7명에게 유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했다”고 진술했다.김정은 체제가 한류 문화 차단 목적으로 만든 ‘반동사상 문화 배격법(2020)’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2020년 탈북한 남성은 “동료가 손전화기로 남한 드라마를 시청하다 보위부에 적발돼 강제 송환됐는데, 나중에 처형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코로나 기간 방역법 위반을 이유로 공개 총살된 사례도 담겼다. 2021년 탈북한 남성은 “남성 간부 2명이 ‘비상방역법’ 위반 행위로 재판 없이 공개 총살 당했다”며 “격리 시설에 수용된 주민들이 목욕을 하게 해달라고 한 것을 허락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코로나 기간 김정은이 법 기관 시찰 도중 김일성·김정일 사진이 걸려 있는 장소가 난방이 안 되는 걸 보고 ‘우리 선대 수령님들을 냉방에 모셨다’며 관련자를 문책했다는 증언도 포함됐다.
작년 탈북 남성은 “옆 반 친구 친형이 김정은에 대해 유언비어를 유포한 이후 그 친구도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그 집안 전체가 강제 추방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유언비어는 ‘김정은이 3태자를 낳았고 아들 셋 낳은 연개소문이 아들 때문에 망한 것처럼 김정은도 아들 때문에 망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당 대회 같은 거 해봤자 나아지는 것도 없다’는 취지로 체제 불만 발언을 한 주민은 온 가족이 어느 날 갑자기 마을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해외파견 노동자들의 악명높은 ‘노동ㆍ임금착취’ 실태도 보고서에 고스란히 담겼다. 2018년 탈북한 남성은 하루 4시간 정도 자면서 주말도 없이 일했고 쉬는날은 고작 1년에 이틀뿐이었다고 했다. 한 탈북남성은 “1년 동안 임금을 못 받았다”며 “그런데 2020년 1월 직장총화에서 1인당 50만 루블의 빚이 있다고 해서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했다. 해외 파견 노동자들 대부부은 오랜 시간 중노동을 하지만 임금 대부분은 국가에 상납하고 손에 쥐는 액수는 얼마되지 않았다. 러시아 파견 노동자들의 경우 국가 납부와 당비, ‘회사운영비’로 각각 200달러와 450달러를 상납하고 나면 노동자 몫으로 받는건 50~150달러에 그쳤다. 2019년 러시아에 파견됐던 남성은 “40명 가량이 건설현장 내 컨테이너에서 생활했다”며 “목욕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6개월 동안 한 번도 못 씻고 한 달에 한 번 세수할 정도였다”며 “2020년부터는 작업현장 내 빈방에서 생활했는데 먼지가 가득했고 물도 나오지 않아 씻지도 못하는 열악한 상황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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