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할 일은 않고 묘수만 찾아 헤맨 저출산 정책 18년

지난해 최악의 출산율 통계를 받아든 정부는 역대 정부가 그러했듯 담당 장관을 바꾸고 특단의 대책을 내라고 닦달하고 있다. 여당에선 저출산 정책 동력을 높이기 위해 부총리급 인구부를 신설하자고 한다. 하지만 특단의 대책이 없어 출산율이 급락한 걸까.
동아일보가 장기 기획 ‘출산율, 다시 1.0대로’ 2부를 시작하며 2030 청년세대를 설문조사하고 심층 인터뷰한 결과 이들이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모두가 알고 있는 대로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맞벌이 부부조차 주거비와 양육비 부담이 버겁고, 육아휴직을 쓰면 눈치 주거나 근무제도가 경직돼 있어 일하면서 아이를 키울 엄두를 못 낸다는 것이다. 출산율이 1.13명이던 2006년 저출산 정책을 시행한 이후 18년간 되풀이해 제기된 문제들로 청년들은 이런 걸림돌만 치워주면 상당수가 아이를 낳겠다고 했다.
특단의 대책이란 기존의 대책을 다 써봐도 효과가 없을 때 찾는 것이다. 그러나 육아수당, 보육지원비 등 필수적인 저출산 예산인 가족 관련 정부 지출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1.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2.2%)를 한참 밑돈다. 직접적인 저출산 예산만 따지면 연간 약 10조 원을 다른 선진국보다 덜 쓰고 있다. 18년간 출산율 제고에 380조 원을 썼다지만 대부분 출산율과 무관한 사업에 집행됐다. 각 부처에선 ‘저출산’ 꼬리표를 붙이면 예산을 타내기 쉽고, 정부도 출산율에 신경 안 쓴다고 욕먹을까 봐 아닌 줄 알면서도 끼워 넣은 탓이다. 엉뚱한 데 예산 쓰면서 일하는 시늉만 냈으니 성과가 날 리 있겠나.
동아일보 자문에 응한 전문가들은 자녀수당, 일과 가정 양립, 교육비 지원, 출산 및 산모 지원 비중을 늘리는 등 저출산 예산 재배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젠 정책별 출산율 제고 효과까지 숫자로 나와 있다. 새롭고 획기적인 묘수를 찾는 데 헛심 쓰지 말고 실현 가능한 출산율 달성 목표를 설정한 뒤 검증된 정책에 한정된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그 많은 저출산 예산 다 어디에 썼느냐’는 말이 다신 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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