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뻔뻔한 하이브"…방시혁 직격한 민희진의 서신

하지은/차준호 2024. 4. 23.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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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왕국' 최대 위기
이 기사는 04월 23일 17:5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 방시혁 하이브 의장 /사진=소속사 제공
뉴진스 소속사 어도어가 모회사인 하이브에 항의 메일을 보내기 시작한 건 이달 3일이었다.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 빌리프랩의 신인 걸그룹 아일릿(ILLIT)이 지난달 25일 데뷔한 지 일주일 여만이었다. 신동훈 어도어 부대표는 박지원 하이브 대표와 김태호 빌리프랩 대표 등에게 “자회사 동의 없이 안무를 표절하고 컨셉을 모사한 점 등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가 절실하니 빠른 답변을 바란다”고 보냈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가 직접 나선 건 16일이었다. 민 대표는 박지원 하이브 대표뿐 아니라 방시혁 의장을 비롯해 하이브 아메리카의 스쿠터브라운 대표 등에도 메일을 보내 아일릿의 ‘뉴진스 베끼기’를 직격했다. 그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뻔뻔한 태도로 일관하는 게 창업 당시 오랜 엔터업계 부조리에 항거한다던 하이브의 태도가 맞냐”면서 “자회사 간 이해상충을 야기하는 하이브식 경영을 비판한다”고 썼다. 

 방시혁 직격한 민희진

23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 따르면 하이브와 어도어의 분쟁은 모회사와 자회사 이해상충 문제를 둘러싸고 설전을 벌이면서 불거졌다. 결국 하이브는 전날 민 대표의 어도어 경영권 탈취 의혹을 앞세워 전격 감사에 나섰고 대표이사 해임 절차를 밟기 시작했다. 민 대표는 이에 정면 반박하면서 뉴진스를 둘러싼 분쟁을 예고했다.

하이브는 이날 민 대표를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하이브는 어도어 경영진이 해외 펀드에 어도어 주식을 매각하는 시나리오를 담은 문건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하이브가 전날 어도어 전산 자산을 확보하면서 찾아낸 문건은 최소 3개로 알려졌다. 민 대표의 측근 A씨가 지난달 작성한 업무 일지다. 이 일지에 '계약서 변경 합의' 같은 세부 시나리오가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 투자자 유치 1안·2안 정리'라는 항목으로 글로벌 사모펀드들의 이니셜이 언급됐다. 'G·P는 어떻게 하면 살 것인가' 하는 대목과 내부 담당자 이름도 적시돼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G는 싱가포르투자청(GIC), P는 사우디국부펀드(PIF)로 보고 있다.

이 문건엔 '하이브가 어떻게 하면 어도어 지분을 팔 것인가' 하는 문장도 쓰여 있었다는 게 하이브 측 설명이다. 하이브가 경영권 지분을 팔 수밖에 없도록 하겠다는 고민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현재 하이브는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하고 있다. 민 대표(18%) 측은 20%다. 
 

 한계 드러낸 독립 레이블 실험

이번 사태는 하이브의 독립 레이블 방식에 한계를 드러냈다. 뉴진스 대박으로 높게 평가됐던 레이블 방식이 한순간 균열을 보이면서 하이브식 지배구조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게 엔터테인먼트 업계 평가다. 하이브는 2020년 상장 당시 비교기업을 대형 엔터테인먼트회사가 아닌 네이버 등 플랫폼 기업으로 선정해 기업가치를 산정하기도 했다. 프로듀서 출신인 방 의장 본인을 제외하곤 엔터산업과 무관한 법률·회계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해 지주사로서 관리에 집중하겠다는 경영 모델이었다. 여러 레이블을 인수해 자회사로 두고 순차적으로 운영하면서 프로듀서나 아티스트 1인에 의존해 리스크가 컸던 다른엔터사들과는 차별점을 투자자에 강조해 압도적 성장세를 보여왔다.

이번 분쟁이 어떻게 끝나든 하이브의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민 대표는 뉴진스 멤버들과의 탄탄한 신뢰를 카드로 쥐고 있다. 하이브 입장에선 법적인 승리를 가져오더라도 핵심 지적재산권(IP) 손상은 불가피하다.  

한 엔터업계 관계자는 “뉴진스 카피 논란에서 보이듯 성공모델을 벤치마킹해 수익성을 늘리는 선택이 지주사인 하이브 입장에선 효과적일 수 있지만 각 레이블별 이해 상충 문제와 함께 지배력에 한계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한편 하이브는 이날 장중 4%대 급락했다가 낙폭을 줄여 1.18% 하락한 21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하지은 / 차준호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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