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극초음속 미사일 “1천㎞ 못 갔어”…합참 정색 반박, 왜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1차 정점고도 101.1㎞, 2차 정점고도 72.3㎞를 찍으며 비행해 사거리 1000㎞ 계선의 조선동해상 수역에 정확히 탄착했다”(북한 노동신문 3일치 보도)
“북한의 미사일은 600여㎞ 비행 후 동해상에 탄착하였음”(지난 2일 합동참모본부의 출입기자 공지 문자)
지난 2일 북한이 쏜 극초음속 미사일의 비행 거리를 두고 남북이 주장이 600여㎞와 1000㎞로 엇갈렸다. 북한은 “안전을 고려해 사거리를 1000㎞ 한도 내로 국한하고 속도와 고도를 강제제한하며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제대로 발사했으면 훨씬 더 멀리 갔을 텐데 안전을 위해 일부러 1000㎞로 줄여 쏘았다는 것이다.
노동신문 보도와 합동참모본부(합참) 발표를 비교하면 비행 거리에 400㎞ 차이가 있다. 이를 두고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극초음속 활강 비행한 마지막 400㎞는 탐지 접촉하지 못한 것이 된다”고 평가했다. 완만한 포물선 모양으로 솟아오르다 떨어지는 일반 탄도미사일과 달리 극초음속 미사일은 추진체에서 분리된 탄두가 떨어지다 물수제비처럼 튕기듯이 올라가고(활공도약) 좌우로 움직이는(측면기동) 등 불규칙한 궤적으로 기동한다.
이 미사일은 탄도미사일보다 낮은 고도에서 미끄러지듯 비행(활강)해 레이더로 탐지하기 어렵다. 만약 한국이 북한 극초음속 미사일의 마지막 비행 궤적을 400㎞가량 놓쳤다면 북핵·미사일을 공중에서 탐지·요격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가 무력화된다. 지난 3일 오후 합참이 출입기자들에게 예정에 없던 백브리핑을 급하게 했던 배경이다.
백브리핑에서 합참 관계자는 “북한이 주장하는 비행 거리는 우리 군의 분석과 차이가 있으며, ‘과장’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미·일이 분석한 결과는 600여㎞”라며 “우리가 탐지한 비행거리 600여㎞가 맞고 1000㎞는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지구 곡률이 허락하는 선까지 북한 미사일을 추적했고 궤적을 거의 다 봤는데, 2차 도약 기동(북한은 ‘2차 정점고도’로 표현)은 없었다”고 말했다. 미사일 비행 거리는 레이더 전파를 쏘아 돌아온 전파로 측정하는데,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북한 미사일이 레이더 전파가 닿지 않는 동해 수평선 너머 아주 멀리 가기 전까지는 대부분 추적했다는 뜻이다.
김정은 총비서는 ‘화성포-16나’형의 첫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하며 “이로써 각이한 사거리의 모든 전술, 작전, 전략급 미사일들의 고체연료화, 탄두조종화, 핵무기화를 완전무결하게 실현함으로써 전지구권 내의 임의의 적 대상물에 대해서도 ‘신속히, 정확히, 강력히’라는 당중앙의 미사일무력 건설의 3대 원칙을 빛나게 관철하게 되였다”라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전했다. 또 김 총비서는 “오늘의 경이적인 성과는 우리 공화국 무력의 핵전쟁 억제력 제고에서 거대한 변화를 가져오게 될 특대사변으로 된다”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한국에서 사변은 매우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되지만, 북한에선 놀랍거나 큰일도 사변이라고 표현한다
이에 대해 합참은 “북한은 2019년부터 다종의 고체 탄도미사일을 개발해오고 있으며, 단거리 고체 탄도미사일은 개발완료 단계에 있으나 고체 극초음속 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은 탄두부 열방호·재진입 능력 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할 것으로 평가된다”고 반박했다. 미사일이 대기권 밖으로 올라갔다 다시 대기권으로 들어올 때 탄두부가 공기와의 마찰로 7천도 이상의 고열과 큰 충격이 발생한다. 대기권에 재진입 때 미사일 내부에 있는 전자장비 등 모든 구성품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고열을 견디는 카본 등을 사용한 복합재료가 필요하다.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고열에 탄두가 녹아버리거나 탄두 표면이 불균형하게 삭마(깎이고 갈림)될 경우 미사일이 균형을 잃고 공중에서 회전하다 폭발하게 된다.
재진입 방향 제어를 하려면 정밀유도제어기술 등도 필요하다. 대기권 재진입 방향과 각도가 맞지 않으면 미사일은 대기권 밖으로 튕겨 나간다. “완전무결하게 실현”됐다는 북한 주장과는 달리 아직 갈 길이 한참 남았다는 게 합참의 반박이다.
합참은 “극초음속미사일은 마하 5 이상의 극초음속으로 100㎞ 이상 활공비행이 가능한 미사일로서, 종심이 짧은 한반도 내에서는 성능발휘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평양에서 서울까지 1분에 도달하는 빠른 속도의 극초음속 미사일 공격에 한국이 속수무책이란 일부의 과도한 불안을 무마하려는 설명이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충분한 초기 추진력을 확보하려고 준중거리급 이상 탄도미사일(MRBM·1000~3000㎞) 추진체에 탑재돼 발사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북한에서 남한까지 거리를 감안하면, 북한이 남쪽으로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뒤 탄도미사일처럼 상승해 고점에서 내려오다 고도와 방향을 바꿔 변칙 기동을 시작할 때는 한반도 남부 지방을 이미 통과해 남해 바다를 비행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을 공격하는 것은 제한된다. 이 미사일은 “핵전쟁억제력 제고”란 북한 주장에서 알 수 있듯 일본 오키나와, 미국령 괌이나 하와이 등의 미군 기지를 주로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합참은 “이번 발사는 신형 고체 극초음속 미사일의 첫 시험발사로 개발 초기 단계 미사일의 비행성능 시험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이며, 일부 기술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추진체 추력에 기술적 진전을 이뤘으며 탄두도 기존 원뿔형에서 쐐기형으로 달라졌다.
군 당국은 그동안 북한이 4차례 쏜 미사일을 극초음속 미사일로 인정하지 않다, 이번에 극초음속 미사일로 인정한 대목은 눈길을 끈다. 북한은 지난 2021년 9월28일, 2022년 1월 5·11일, 지난 1월14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쏘았다고 주장했지만 합참은 개량된 탄도미사일인 기동형 탄두 재진입체(MARV)라고 봤다. 원뿔 모양 탄두부에 작은 날개가 달린 기동형 탄두 재진입체는 정확도를 높이고 요격을 피하기 위해 대기권에 재진입 이후 포물선 하강 궤적을 벗어나 이리저리 기동 비행을 하는 미사일을 뜻한다.
합참은 이번 북한 미사일을 극초음속 활강비행체로 판단했다. 극초음속 미사일의 종류는 탄도미사일과 같이 로켓추진체에 탑재해 발사되는 극초음속 활강비행체(HGV)와 공기흡입식 엔진을 사용해 순항하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HCM)이 있다.
극초음속 미사일은 북한이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밝힌 국방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 중에서도 핵심 5대 과제 중 하나다. 3년 전에도 대다수 국내외 전문가들은 미국, 중국, 러시아 같은 군사강국도 아직 개발중인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무기체계인 극초음속 미사일을 기술도 돈도 없는 북한이 무슨 수로 만들겠느냐며 성공 가능성을 회의적으로 봤다. 북한이 애초 예상을 뛰어넘는 매우 빠른 속도로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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