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가득 안 쓰는 ‘텀블러’…“차라리 일회용품 쓰세요” [친환경의 역설②]

장정욱 2024. 2. 2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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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명 연예인 A 씨가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300개가 넘는 텀블러를 보여주며 "텀블러 수집이 취미"라고 밝혀 '친환경' 논란이 일었다.

환경을 위해 만든 텀블러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오히려 환경에 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300개가 넘는 텀블러를 수집한 A 씨의 행동은 언듯 훌륭한 친환경 활동처럼 여겨질 수 있다.

A 씨의 텀블러 사랑은 오히려 일회용 컵을 쓰는 것보다 환경에 더 해로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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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대표 소품 ‘텀블러’ 과잉시대
무료 증정·수집 열풍에 환경에 악영향
반복 사용 안 하면 일회용보다 나빠
텀블러도 온실가스…과소비 줄여야
지난해 6월 서울 중구 정동길 분수대 일대에서 열린 1회용 컵 줄이기를 위한 텀블러데이 행사에서 텀블러를 들고 온 시민들이 무료 음료를 받아 가고 있다. ⓒ뉴시스

최근 유명 연예인 A 씨가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300개가 넘는 텀블러를 보여주며 “텀블러 수집이 취미”라고 밝혀 ‘친환경’ 논란이 일었다. 환경을 위해 만든 텀블러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오히려 환경에 해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텀블러(Tumbler, 다회용 컵)는 친환경을 대표하는 용품이다. 일회용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 대신 스테인리스 등 견고한 재료로 만들어 오래 반복해서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텀블러는 제로 웨이스트(zero-waste) 시대 필수품처럼 여겨진 지 오래다.

300개가 넘는 텀블러를 수집한 A 씨의 행동은 언듯 훌륭한 친환경 활동처럼 여겨질 수 있다.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A 씨의 텀블러 사랑은 오히려 일회용 컵을 쓰는 것보다 환경에 더 해로울 수도 있다.

이른바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다. 리바운드 효과는 선의로 시작한 선택이 본래 목적과는 다른 결과를 낳는 것을 말한다. 텀블러 사용처럼 실천이 뒤따르지 않으면 애초 목적과 반대로 환경에 악영향을 주기도 한다.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에 따르면 텀블러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종이컵이나 플라스틱 컵보다 훨씬 많다. 텀블러 1개를 제작하는 데 일회용 컵보다 30배 넘는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한국기후환경네트워크에서 영국 환경청 발표를 인용한 설명에 따르면 텀블러는 최소 220번을 사용해야 일회용 컵을 대체하는 친환경 효과가 있다. 그런데 실제 사용 횟수는 평균 20여 차례에 그친다.

친환경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텀블러 보급은 늘고 있다. 보통 1인당 몇 개 이상 텀블러를 갖고 있다. 때론 사용하지 않은 텀블러를 책상이나 서랍장 구석에 쌓아 두기도 한다. A 씨가 “해외 갈 때마다 기념품으로 텀블러를 모았다”고 말한 것처럼 애초 사용 목적이 아닌 수집 목적으로 텀블러를 모으는 사람도 많다.

기업·공공기관 무료 나눔, 이제 그만해야

텀블러 과잉 보급은 개인 선택에서 비롯하지만, 기업에서 무분별하게 공급한 영향도 크다. 다수 기업이 그동안 ‘친환경’ 마케팅 도구로 텀블러를 남용한 측면이 있다. 기업 이미지 쇄신과 홍보를 목적으로 텀블러를 제작해 공짜로 나눠준 경우다.

공공기관도 마찬가지다. 너나 할 것 없이 텀블러를 기념품으로 만들어 행사 때나 기관 방문객에게 선물하고 있다. 텀블러 보급 초기에는 긍정적 기능을 했지만, 사실상 포화 상태인 현재로선 무료 나눔 자체가 불필요한 생산과 소비로 이어진다.

기업에서 텀블러 자체를 상품으로 판매할 때도 ‘친환경’ 차원에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들 텀블러는 실제로 사용하기보다 수집 용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스타벅스코리아는 텀블러를 ‘굿즈(goods)’로 만들어 해마다 수백만 개씩 팔고 있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스타벅스코리아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스타벅스는 2019년에 266만개, 2020년 298만개, 2021년 303만개, 2022년(9월 기준) 259만개의 텀블러를 팔았다. 스타벅스가 판매한 텀블러 가운데 실제로 일회용 컵을 대신해 쓰인 경우가 얼마나 되는지 살펴볼 일이다.

텀블러 보급이 급증하다 보니 시중에서는 ‘일회용 텀블러’란 표현까지 나온다. 여러 번 사용하지 않을 텀블러라면 차라리 일회용 컵보다 못하다는 의미다.

환경부 관계자는 “진짜 친환경을 위해 텀블러를 사용한다면, 여러 개를 쓰기보다는 하나를 오래 쓰는 게 중요하다”며 “하나를 오래 쓰면 쓸수록 환경을 보호한다는 것, 텀블러를 제작할 때도 온실가스가 나온다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당신 손에 들린 에코백, 최소 ‘이만큼’ 써야 환경에 도움[친환경의 역설③]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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