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최저" 엔화 쓸어담는 개미들
[편집자주]남은 연차를 탈탈 털어 해외로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공항이 북적이면서 금융사들도 덩달아 바빠졌다. 가성비를 앞세운 여행보험 출시가 활발해진 건 물론 연말특수 속 여행객들의 지갑 한켠을 차지하기 위한 카드사들의 전쟁도 치열하다. 엔저 속 환차익을 위해 두둑히 환전을 해두는 알뜰 재테크족들의 움직임도 눈에 뛴다.
① 카드만 잘 써도 여행경비 줄인다… 환전·해외수수료 '제로'
② "지인 추천하면 보험료 환급?"… 해외여행자보험, 가지각색
③ "3년 만에 최저" 엔화 쓸어담는 개미들
#회사원 이유미(28세)씨는 올해 마지막 휴가 여행지를 일본으로 결정했다. 최근 역대급 엔저에 여행용은 물론 투자용까지 당초 계획보다 많은 엔화를 환전했다. 이씨는 "엔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나중에 환율이 다시 올라갈 것 같다는 생각에 환차익을 생각해 투자 겸 넉넉하게 바꿔뒀다"고 말했다.
엔화 약세 행진 속 개인투자자들이 일본 주식과 엔화 ETF(상장지수펀드)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엔화 반등을 기대하고 환차익 투자에 뛰어드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엔화가 이르면 연말부터 강세장을 나타낼 수 있다고 전망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각) 기준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151.92엔까지 상승(엔화 약세)했다. 지난해 10월21일 당시 151.94엔까지 치솟았는데 이때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152엔을 돌파할 경우 1990년 이후 33년 만에 엔화 가치가 가장 떨어지게 된다.
원/엔 환율은 이달 초 890원대에서 2주 만에 860원대로 급락했다. 통상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00원대에서 등락해왔다. 그러나 지난 6일 15년 9개월 만에 처음으로 860원대를 기록한 이후 반등에 성공하지 못하면서 역사적으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엔화 약세는 일본은행(BOJ)이 완화적 통화 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그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를 매우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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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투자자들은 엔화 강세장을 대비해 환차익을 노리고 엔저 투자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만 예상보다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면서 손실을 보고 있지만 투자 열기는 이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개인들은 원/엔 간 환율을 기초로 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TIGER(타이거) 일본엔선물' ETF를 228억원어치 사들였다. 지난 달 40억원가량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되는 흐름이다.
환율 변동에 노출된 일본 대표지수 추종 ETF인 'TIGER 일본니케이225'와 'KODEX 일본TOPIX100'에도 올해 들어 각각 100억원, 27억원의 개인 자금이 유입되는 등 개인들의 투자 열기가 뜨겁다.
수익률은 저조하다. 8월부터 지난 13일까지 'TIGER일본엔선물 ETF'는 –3.24%, 올해 기준으로는 -7.54%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 원/엔 간 환율을 기초로 엔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해당 ETF는 올 초부터 원/엔 환율이 하락하면서 수익률도 함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주식도 쓸어 담는 일학개미 역시 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개인투자자는 일본 주식을 2367만달러(약 31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국내증시에서는 268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일본 시장 투자 보관금액도 지난달 말 32억4942만달러(4조3202억원)에서 같은 기간 33억8939만달러(2조5062억원)로 다시 증가했다. 보관금액은 올해 1월 28억4398만달러 수준에서 꾸준히 증가하다가 8월 정점을 찍은 이후에는 점차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나 두 달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선 것이다.
엔화 관련 상장지수증권(ETN) 상품에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ETN은 증권사 신용으로 발행한 '증권'으로 간접투자기 때문에 1만원 정도의 소액으로도 선물 수익률을 추종할 수 있다. 또 엔화 ETF 상품에는 없는 '곱버스' 투자도 가능하다. 기초자산의 가격 등락을 추적 오차 없이 추종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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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선 현재 엔화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이르면 올해 말부턴 일본의 통화정책 변화로 엔화가 반등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는 적어도 내년 2분기 이후 글로벌 경기의 연착륙 여부를 확인한 뒤에야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라며 "엔·달러는 연말까지 147~152엔 범위에서 등락을 예상한다"라고 분석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 또한 "일본은행이 시행하고 있는 양적완화, YCC(수익률곡선통제) 수정, 정책 금리 상향 등의 정책변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라면서도 "다만 이러한 정책 변경에 매우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통화 정책 변화에 따른 급격한 엔화 강세 전환보단 점진적인 강세에 무게를 둔다"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일본 경제가 역대급 엔저로 수혜를 보는 측면도 있어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일본의 올해 상반기 경상수지는 전년 대비 3배의 흑자 규모를 나타내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도 견조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말 일본은행이 예상과 달리 YCC 정책의 유연성을 강조했다는 점과 기시다 내각이 경기부양 조치를 내놓은 것은 여전히 엔화 약세를 지지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 조치 등을 고려할 때 외환시장 개입도 당장 실시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지운 기자 lee101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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