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240] 경찰관에 대한 포상
“자넨 10분 전에 체포된 거야, 밥. 시카고 경찰은 당신이 뉴욕에 올지도 모른다고 했어. 우리에게 조심하라고 하더군. 순순히 함께 가는 게 좋을 거야. 자네에게 전해 줄 게 있네. 여기 창가에서 읽어 봐. 웰스라는 경찰관이 준 거야.” 서부에서 온 남자는 작은 종이를 폈다. 읽던 그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밥, 나는 제시간에 그곳에 갔었네. 그리고 시카고에서 찾는 지명 수배범의 얼굴을 보았지. 내가 직접 자넬 체포하고 싶진 않았어. 그래서 다른 형사를 보낸 거라네. 지미가.
-오 헨리 ‘20년 후’ 중에서
도주한 특수강도 피의자를 체포한 경찰관들이 1계급씩 승진했다. 특진은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며 범인을 쫓아 찻길을 달린 형사들의 몫이 아니었다. 범인의 인맥과 동선, 위치를 파악하는 건 중요하다. 그래도 현장 형사를 배제하고 피의자의 연인을 전담한 여성 경위, 공중전화 위치를 파악한 경사가 수혜자라니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경찰 조직의 표창과 특진 기준이 모호하다. 등산객을 구조하고 겉옷을 벗어주었다고 특진시키고, 코로나 검사를 먼저 받는 모범을 보였다며 표창했다. 삼단봉 하나 들고 범인과 맞서며 수갑을 채운 공이 등산객을 구조한 것만 못할까? 동료와 선후배 진급의 들러리가 될 뿐이라면, 어느 누가 사명감과 책임감만으로 목숨 걸고 범죄자를 체포하려 할까?
젊은 시절, 밥과 지미는 20년 후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시간은 많은 걸 바꿔 놓았다. 밥은 친구를 몰라봤지만 경찰관이 된 지미는 그가 지명 수배자인 걸 단번에 알아챘다. 차마 친구에게 수갑을 채울 수 없던 지미는 다른 형사를 보내 체포하게 한다.
단순한 문제는 아니지만, 만약 공을 치하한다면 누구를 특진시켜야 할까? 밥이 뉴욕에 올 거라고 알려준 시카고 경찰? 다른 경찰관을 찾아가 체포를 부탁한 지미? 신고받고 현장에 나가 밥을 체포한 형사? 혹은 셋 다? 아니면 경찰이 범인 잡는 건 당연한 일이니 포상은 없다고 할까?
직장인에게 가장 큰 동기를 부여하는 건 잘했다, 수고했다며 주어지는 승진의 기쁨과 그 명예에 적합한 물질적 보상이다. 정의 구현이나 민중의 지팡이란 말은 신기루다. 경찰의 월계관은 선행이나 정보 제공보다 범죄자를 체포한 현장에 먼저 주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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