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중간 마진이 얼마냐”…소줏값에 ‘곡소리’ 나오는 이유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3. 11. 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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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상 30~45%, 식당 200~330%
출고가 1166원 소주가 6000원까지
주세 제외한 제조사 인상 폭은 40원
서울 한 식당의 메뉴판. 소주 1병당 가격이 6000원에 책정되어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주류 수요가 늘어나는 연말을 목전에 두고 하이트진로가 제품 출고가를 인상하겠다고 예고한 뒤 소비자들 사이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식당가에서 또 1000원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판단 때문인데 소비자에게만 모든 부담이 전가되는 유통 구조란 지적이 나온다.

2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오는 9일 자정을 기점으로 하이트진로의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의 출고가가 6.95% 오를 예정이다. 360㎖ 병과 1.8ℓ 미만 페트류가 인상 대상이다. ‘테라’와 ‘켈리’ 등 맥주도 같은 날부터 평균 6.8% 인상될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앞서 오비맥주가 지난달 ‘카스’와 ‘한맥’ 등 맥주 출고가를 올린 뒤 경쟁사인 하이트진로 역시 곧 출고가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상 예고된 수순이었지만, 주류업계에서는 유통단계별로 마진(차익)을 어느 정도로 책정할지 고심하는 분위기다.

소비자들 역시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그간 소주와 맥주 등 주류 출고가가 인상될 때마다 식당들이 1000원 단위로 가격을 올려왔기 때문이다. 현재 식당가에서 병당 5000~6000원에 판매되는 소주·맥주가 6000~7000원, 또 그 이상도 될 수 있다는 게 소비자들의 우려다.

음식점 등 외식업소에서 가장 수요가 많은 소주 360㎖ 병 제품의 경우 하이트진로가 출고하는 가격(2일 기준)은 병당 1166원이다. 이 제품이 중간 도매상을 거치면 30~45% 남짓의 마진이 한 차례 붙고, 여기에 각 식당이 또 저마다 이윤을 붙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식이다.

매경닷컴이 취재한 결과, 여러 주류기업의 제품을 서울 주요 상권에 공급하는 도매상 A사의 경우 참이슬 후레쉬 1짝(360㎖ 30병)을 5만37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이 금액에서 자영업자가 돌려받는 보증금 5500원을 제외하면 실도매가는 4만8200원이다.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주류 배송 중인 관계자의 모습. [사진 출처 = 연합뉴스]
1병당 1166원에 떼온 소주를 1607원을 받고 다시 납품하는 셈인데 이때 마진은 37.8%에 이른다. 병당 440원 남짓 이윤에 지역·거리별 운송비와 인건비, 창고 등 시설유지비를 내는 것이라 업계는 항변하지만, 백분율로 따져봤을 때 적은 수준이라 공감하기는 어렵다.

식당가가 남기는 마진은 그 폭이 더 크다. 지역과 제품 종류에 따라 1600~1700원에 납품받은 소주를 5000원에 판매하면 그 이윤이 194.1~212.5% 수준이다. 6000원일 때는 최대 275.0%, 7000원에 팔면 최대 337.5% 마진이 식당의 몫으로 돌아간다. 맥주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계산기를 두드려보지 않아도 당장 대형마트에서 1500원 안팎에 소주를 살 수 있는 만큼 식당가 가격은 좀처럼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가게에서 파는 술이라고 더 특별하거나 용량이 많은 것도 아닌데 너무하지 않느냐는 게 소비자들의 이야기다.

한 30대 직장인 소비자는 “주요 상권에 갈 때마다 은연중에 소주 등 술값을 비교하는 버릇이 있는데 우리 동네는 단합이라도 한 듯 모두 7000원”이라며 “업무상 술자리만 하고, 개인 약속은 아무래도 부담돼 줄였다. 안줏값보다 술값이 한참 더 나온다”고 토로했다.

물론 식당가에서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고기류와 채소류, 장류 등의 가격이 수시로 널뛰고 있는데 각 재료의 값이 오를 때마다 주메뉴의 가격을 올릴 수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 외식업소가 음식 판매에서 발생한 손실분을 주류 매출로 충당하고 있다.

국밥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국밥이 가성비가 좋은 음식이라는 말이 왜 나왔겠느냐. 저녁을 드시러 오는 테이블마다 대부분 술을 시키시니 재룟값이 올라도 국밥값을 안 올리고 버틸 수 있었던 것”이라며 “음식만 팔아서는 장사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상인회의 결정에 따라 음식점과 술집들이 판매가를 통일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파장이 워낙 큰 탓에 하이트진로 등 기업들도 출고가 인상 폭을 두고 매번 고심하는 실정이다. 이번의 경우 주세를 제외한 실제 출고가 인상 폭(소주 360㎖병 기준)은 40원 남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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