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러다 대 끊길 판”…2030 외면에 신학생·스님 ‘반토막’

이향휘 선임기자(scent200@mk.co.kr) 2023. 10. 11.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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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출가자 작년 61명 쇼크
천주교 신학생도 75명 역대 최저
저출산·젊은세대 종교 기피현상
여성 종교인 급감은 더 가팔라
코로나로 과학 우위 시대 강화
종교 공적 기능 확대 요구 커져
지난해 조계종에서 열린 전국승려대회. [사진 출처=매경DB]
“요즘 시대 누가 목숨 걸고 출가합니까. 부모를 등지고, 사회를 등지는 건데….”

대구 한 사찰에서 주지 소임을 맡은 한 스님의 하소연이다. 해인사에서 오랫동안 수행했던 스님은 “해인사뿐 아니라 전국 사찰에서 행자 보기가 쉽지 않다”며 “출가란 목숨을 걸고 하는 건데, 젊은 세대들이 목숨을 걸만한 일인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불교 조계종 출가자는 지난해 6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991년 517명에 달했던 출가자 수는 2015년 204명으로 줄었고, 2020년에는 131명으로 100명대로 내려왔다. 2021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출가자 100명 선이 깨졌다.

독신 서원을 하는 천주교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작년 7개 교구 입학 신학생 숫자가 처음으로 100명을 밑돌며 큰 충격에 빠졌다. 입학 신학생이 75명을 기록하며 1년 새 36명이 줄었다. 10년 전의 절반 수준이다. 2017년을 정점으로 꾸준히 줄더니 두 자릿수로 처음 진입한 것이다. 신부 양성을 목적으로 세워진 부산가톨릭대학교는 지난 2019년부터 신학생을 모집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 3년이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왔더니 우리 눈앞에 ‘종교절벽’ 시대가 닥쳤다. 한국 주요 종교 모두 성직자와 출가자 감소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며 충격파에 휩싸였다.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았던 개신교에서도 위기가 감지된다.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 총신대학교는 목회학석사 과정 신입생 343명(특별전형 포함)을 모집했지만 지원자가 321명에 그쳐 미달을 기록했다. 1980년 개교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2022년 신입생 모집시 1.13대 1로 최저 경쟁률을 기록했다가 또다시 최저 경쟁률을 기록한 곳이다. 올해 전국 신학대학원 10곳 가운데 신입생 충원에 성공한 신대원은 장로교신학대 신대원 단 한곳 뿐이었다.

국내 한 대형 교회 목사는 “2010년만 해도 총신대 신대원 경쟁률은 3.66대 1로 총신대 신대원은 재수가 기본이란 말이 있을 정도였다”며 “올해 총신대가 미달됐다는 것은 다른 신대원들도 줄줄이 미달 사태가 났단 얘기다”라고 말했다.

가장 심각한 곳은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이다. 출가 나이를 일찌감치 만 50세로 높이고, 만 51세부터 은퇴 출가자 제도를 도입했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특히 여성 출가자인 비구니 감소세는 더 가파르다.

‘이러다 대가 끊기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은 조계종에 첫 출가장려위원회를 발족시켰다. 해인사 주지 혜일스님을 위원장으로 하는 출가장려위원회는 지난달 첫 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선 출가의 무게를 덜어줘야 하는것 아니냐, 절의 일꾼으로 부리는 행자의 역할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저출산과 여성의 경제력 향상, 독신가구 증가 등으로 종교인 감소세는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다. 서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종교의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다만 하향 곡선은 예상했지만 감소 속도가 너무 가팔라 당혹감을 키우고 있다. 자칫 존폐 위기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조계종 출가자수가 예상보다 빠르게 줄고 있다.
전국 사찰은 강원을 폐교하고 있으며 가톨릭대학교 역시 사제 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 주교회의 관계자는 “지난 코로나 3년간 종교 관련 쇼크가 많았다”며 “바이러스의 위력으로 과학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은 커진 반면 종교는 무력해진 상황이었다”고 진단했다. 또한 공동체 생활을 기피하는 청소년과 젊은층들이 늘어날수록 종교의 앞날은 어두워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성직자와 출가자 감소와 함께 종교를 믿는 인구 자체가 줄어드는 것도 적지않은 시름을 안겨주고 있다.

박종학 조계종 교육원 연수팀장은 “예전에는 여자들이 혼자 사는 게 흠이 되고 경제적으로 어려웠는데 이제는 그렇지 않지 않냐”며 “종교의 가부장적이고 권위적인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젊은 층에 매력을 발산하기가 쉽지 않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사회에 대한 종교의 공적 역할을 강화하고, 사회가 빠르게 변하는만큼 종교도 현대적으로 진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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