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자산이라더니…리츠의 봄날은 도대체 언제?

문지민 매경이코노미 기자(moon.jimin@mk.co.kr) 2023. 9. 21.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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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드는 리츠 바닥론…기관 서서히 귀환

올 들어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며 안전자산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꼬박꼬박 배당을 주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역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힌다. 그런데 올해 리츠 주가는 지지부진한 흐름이 지속되는 중이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금리 인상으로 주식 시장 전체가 휘청이는 데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자산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투심을 자극할 만한 국내 리츠들의 개별 이슈도 부재한 탓에 약세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리츠 바닥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금리 인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고, 주가가 하락한 덕분에 배당수익률이 확대돼 배당주로서 매력이 확대된 영향이다. 실제로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9월 들어 발 빠르게 일부 리츠를 사들이며 주가 반등 조짐이 보인다. 전문가들도 내년부터는 리츠 주가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면서도, 투자자에게 개별 리츠 보유 자산을 예의 주시하며 선별 투자하라고 조언한다.

KB스타·SK리츠, 올해 20% 하락

금리 인상에 상업용 부동산 가격 부진

9월 13일 종가 기준 한국거래소가 산출하는 KRX리츠TOP10지수는 올 들어 7.7% 하락했다. 이 지수는 ESR켄달스퀘어리츠·KB스타리츠·SK리츠·롯데리츠·삼성FN리츠·신한알파리츠·이리츠코크렙·제이알글로벌리츠·코람코에너지리츠·한화리츠 등 국내 주요 상장 리츠 10종목으로 구성된다. 종목별로는 SK리츠(-22%), KB스타리츠(-21%), 롯데리츠(-15%) 등 대형주들이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였다. 해당 지수에 포함되지 않지만 마스턴프리미어리츠도 올 들어 22% 하락하는 등 대부분 리츠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3% 상승한 것과 대조되는 흐름이다.

리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부진하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6개월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는 4.7% 하락했으며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채권TR KIS’는 2.8%, ‘TIGER 미국MSCI리츠(합성 H)’는 1.8% 주가가 떨어졌다. 이 기간 삼성자산운용 ‘KODEX 다우존스미국리츠(H)’도 1.5% 빠지는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리츠 부진에 관련 상품들이 줄줄이 손실을 기록했다.

급격한 하락세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난해 말부터 가파른 금리 인상이 이어지며 리츠의 배당 매력이 떨어진 탓이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부동산 관련 증권에 투자한 뒤 임대료나 매각 차익으로 얻은 이익을 다시 돌려주는 부동산 간접 투자 상품이다. 오피스나 호텔, 물류센터 등 주식에 비해 변동성이 낮은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데다, 배당수익률도 높아 안전성이 높은 상품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른 탓에 올해 리츠 수익성이 떨어지며 배당수익률이 급격히 낮아졌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국내에 상장된 23개 리츠 평균 배당수익률은 6.4%로 집계됐다. 지난해 7.8%에서 1.4%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코로나19 사태 기간 저금리 기조 속에서 대출을 통해 배당수익률을 극대화했지만, 금리가 오르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리츠 운용사는 부동산을 투자자산으로 편입할 때 대부분 은행 대출 등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금리가 오를수록 이자비용이 높아져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상장 리츠 대부분이 영업수익의 절반가량을 금융비용으로 지출하고 있는 만큼, 리츠 상품은 금리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국내 상장 리츠 23곳 중 절반 가까이가 저금리 기조였던 2020~2021년에 상장했기 때문에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이 타 국가 대비 높고 만기가 일시에 도래하는 등 구조적 문제도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위축된 글로벌 부동산 시장 환경도 리츠 약세를 부추겼다. 지난해 하반기 레고랜드 사태를 시작으로 국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중국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까지 이어진 글로벌 부동산 시장 우려도 리츠 투자 심리를 누르고 있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이 높아지며 자산 가격이 하락한 것도 리츠 주가 부진의 원인이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의 기초체력(펀더멘털) 악화와 위워크 등 부동산 관련 기업들의 실적 부진, 부동산 PF 우려 등이 리츠 투자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며 “리츠는 부동산을 기초자산으로 두기 때문에 부동산 우려가 발생할 때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매매 차익보단 배당 수익 집중

내년 금리 인하 시작하면 본격 반등

다만 내년에는 리츠 반등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 전문가들은 내년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리츠의 신규 자산 편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내다본다. 수요가 높고 공급이 제한적인 종류의 자산을 편입한다면 충분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최근 관광 수요 증가로 각광받는 호텔이나 공급이 부족한 오피스 등이 수요가 강한 업종으로 꼽힌다. 정 센터장은 “외형 성장과 함께 이자비용이 안정화된다면 리츠 펀더멘털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기대감으로 인해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서서히 리츠 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9월 1일부터 13일까지 한국거래소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SK리츠를 30억원어치 사들였으며, 신한알파리츠와 제이알글로벌리츠도 각각 4억원, 3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투자자도 신한알파리츠를 1억원어치, 제이알글로벌리츠를 2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금리 인상이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데다 올 들어 리츠 주가가 급락하며 배당수익률이 높아진 것도 투자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9월 13일 기준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국내 상장 23개 리츠의 평균 주가 배당률은 9.2% 수준이다. 36.6%인 모두투어리츠를 제외하면 7.9%로 낮아지지만, 이마저도 지난해(7.8%)보다 0.1%포인트가량 높은 수치다.

다만 금리 인상이 멈춘다고 해서 무작정 리츠에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남아 있으며, 이로 인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다시 부각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주가 상승 여력이 충분한 리츠를 선별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특히 주가배당가능이익(주가 대비 운영 자금), 주가순자산배율(시가총액 대비 순자산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주가배당가능이익은 현재 배당 지급 가능한 운영 자금 대비 주가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지표다. 시장 대비 종목의 주가배당가능이익이 낮다면 주가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주가순자산배율은 보유 자산 경쟁력 대비 주가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같은 종류 자산이라도 권역 위치나 유동인구, 임차 현황 등 조건에 따라 자산 가치 상승률이 다르기 때문에 리츠가 보유한 자산이 핵심인지 비핵심 자산인지 투자 시 고려해야 한다. 만약 이 지표가 1보다 낮다면 현재 주가가 저평가돼 있어 상승 여력이 남아 있다고 판단한다.

특히 개별 리츠가 보유한 자산에 따라 종목을 선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은상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수급이 양호한 종류 자산을 편입하는 종목에 투자해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며 “최근 일부 리츠들은 리파이낸싱(자산 재구조화)에 맞춰 자산 매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리파이낸싱 일정과 그에 따른 매각·매입 활동으로 배당금을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중소형 리츠보다는 자산 수가 많고 효율적으로 자산을 편입·편출하는 리츠를 선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27호 (2023.09.20~2023.09.2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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