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시세] "손님 끊겼어요"… 우왕좌왕 '수산물축제' 씁쓸한 현장

김지연 기자 2023. 9. 14.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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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9일 '강서 수산시장 수산대축제'에서 할인 쿠폰을 받기 위해 줄을 선 시민들. 내리쬐는 햇빛이 뜨거워 양산이나 손,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사진=김지연 기자
"아, 뜨거워."
"어디가 줄이야? 어디로 가야 해요?"

뙤약볕이 내리쬔 지난 9일 수협 강서 수산시장 야외에서 마주친 시민들은 불만이 가득해 보였다. 이날 낮 최고기온이 31도였음에도 뙤약볕 아래 줄서기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손으로 햇빛을 가리거나 양산을 쓴 시민도 눈에 띄었다. 경품행사 도중 갑자기 위치가 바뀌어 몇분 동안 줄을 서서 기다리던 시민들이 당황해 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면서 우리 국민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본 도쿄전력은 지난달 24일 1차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해 지난 11일 종료했다. 오염수 해양 투기를 반대한 사람이 많았음에도 일본 정부가 끝내 방류를 단행하자 걱정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 이에 수산물 소비가 줄어들어 파산을 호소하는 어민이 생길 정도로 수산업이 얼어붙었다.

해양수산부는 급히 수산업계 살리기에 골몰했다. 그 결과물이 '릴레이 수산시장 축제'다. 지난 9~10일 이틀 동안 진행된 '강서 수산시장 수산대축제'가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었다. 서둘러 진행된 행사는 어땠을까. 머니S가 지난 9일 '강서 수산대축제'에 찾아가 현장 분위기를 살펴봤다.



해수부, '안전성' 홍보만… 행사는 체계 없어


길 한가운데서 갑작스럽게 진행된 수산물 퀴즈 행사. 피켓에는 '수산물 퀴즈 풀고 상품 받아 가세요'라고 적혀있다. /사진=김지연 기자
"지금은 시식행사 안 하는 거예요?"
"스탬프 어디서 찍어요?"

형광색 조끼를 입은 행사 진행 직원들에게 시민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주최 측이 준비한 경품·시식행사 등의 시간이 제대로 공지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행사 순서가 어떻게 되는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주최 측이 '경품행사' 피켓을 들고 진행한 퀴즈 행사는 길 한가운데서 갑작스럽게 진행됐다. 사람들이 몰리자 행사 도중 위치가 바뀌기도 했다. 줄을 몇 분 이상 서서 기다리던 시민들은 갑자기 위치가 바뀌자 당황했다.

경기도 김포에 거주하는 A씨(50대·남)는 "왜 뙤약볕 아래에서 퀴즈 행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시민들은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 핸드폰, 손 등으로 얼굴을 가렸다. 줄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주최 측은 인증사진을 찍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시장 내 도장찍기 여행(스탬프 투어) 부스. 부스를 지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사진=김지연 기자
기획된 행사 중 하나인 시장 내 도장 찍기 여행(스탬프 투어)도 엉성했다. 6개의 도장을 받아 오는 방식이었는데 어디서 도장을 찍어야 하는지 몰라 헤매는 시민이 많았다. 스탬프 투어 부스로 가보니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스탬프 투어'라고 적힌 현수막 옆에 책상과 도장만 놓여 있었다. 기자가 부스를 찾느라 헤매는 사이 상인들의 호객행위가 이어졌다.

"아가씨, 궁금하면 물어보세요."
"아가씨 어디 가요? 그냥 갈 거야?"

모든 상인이 호객행위를 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부 상인은 기자 옆을 따라 걸으며 구매를 유도했다. 수산시장 천장에 걸린 '호객 행위를 하지 않습니다'라는 현수막이 무색하게 느껴졌다.

강서 수산시장 매장 입구의 모습. '우리 바다와 수산물은 안전합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크게 걸려있다. /사진=김지연 기자
수산대축제는 체계적이고 다채롭기보다는 '수산물의 안전성'을 홍보하는 데 더 가까운 행사였다. 수산시장 내·외부 여기저기엔 '안전하다'는 문구만 가득했다. 시민들에게 경품 응모권으로 나눠준 전단지에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관련 '3중 방사능 검사 체계' '국제 대비 10배 이상 엄격' 등 수산물에 대한 안전성을 홍보하는 내용만 눈에 띄었다.
행사장 내 사람들에게 배포된 부채. 역시 '안전'을 강조한 문구들이 적혀있다. /사진=김지연 기자
"부채 가져가세요."

더위를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준 부채 역시 후쿠시마 오염수가 안전하다는 내용뿐이었다. 강서 수산시장을 소개하거나 어떤 수산물이 판매되는지 등과 관련된 내용은 전혀 없었다. 붉은색으로 강조된 '2011년~지금까지 약 3만건의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 모두 기준치 적합'이라는 문구가 특히 눈에 들어왔다.



"가게 문 닫을까 고민"… "예산 낭비인 것 같다"


'강서 수산시장 수산대축제'가 진행된 지난 9일 수산시장 내부 모습. 사람이 많지 않아 한산하다. /사진=김지연 기자
"봄에 방송이 나오면서부터 손님이 거의 없었어요."
"정부가 예산 800억원을 추가 투입한다고 했는데 이 정도의 행사라면 예산 낭비인 것 같아요."

수산시장은 통상 1층은 수산물을 판매하는 횟집, 2층은 횟감으로 식당을 운영하는 일명 '양념집'으로 구성된다. 이날 수산시장 축제가 한창이었음에도 시장 내부에는 손님이 많지 않았다. 양념집도 마찬가지.

양념집을 운영하는 B씨(40대·여)는 손님이 끊겼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B씨는 "1층에서 손님이 회를 구매해야 식당 영업을 할 수 있다"며 "우리 같은 양념집은 타격이 더 크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은 행사 때문에 손님이 좀 있는데 평소에는 거의 없다"며 "봄에 (후쿠시마 오염수 관련) 방송이 나오면서부터 손님이 거의 끊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식 손님은 아예 없다"며 "가게 문을 닫을까 고민했다"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수산시장을 방문한 시민들은 "아직은 괜찮을 것 같아 (생선을) 먹는다"고 답했다. 경기도 김포에서 온 A씨(50대·남)는 "좀 찝찝한데 그래도 해산물을 먹어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 원전에서도 방사능이 나온다는데 이게 일본의 50배라고 한다"며 "서해산 수산물은 안전한 건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서구 주민 C씨(40대·남)는 "오염수 방류가 몇년 걸린다고 하더라"라며 "아직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수산시장 방문과 관련해 "평소에 가까워서 자주 온다"며 "행사 때문에 온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행사·예산과 관련해 불만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C씨는 "할인하는 것은 좋은데 밖이 더워서 서 있기 힘들다"며 "행사는 참여 안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일산에 거주하는 D씨(50대·여)는 "정부가 예산 8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한다고 하더라"라며 "이 정도의 행사라면 예산 낭비인 것 같다"고 비판했다.

다채롭고 유익한 행사가 아닌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 홍보에 치중한 강서 수산대축제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오는 15~17일에는 인천 소래포구 시장에서 축제가 진행될 예정이다. 앞으로 남은 '릴레이 수산시장 축제'에서는 시간·위치를 정확히 공지하고 콘텐츠에 초점을 맞춰 체계적으로 운영하는 행사가 되길 희망한다.

김지연 기자 colorcor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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